[Dispatch=정태윤기자] 'When life gives you tangerines'
넷플릭스 '폭싹 속았수다'가 떫은 인생에 따뜻한 귤차를 내어주는 드라마를 선보인다. '미생', '나의 아저씨'의 김원석 감독, '동백꽃 필 무렵'의 임상춘 작가가 만났다.
배우들의 마음도 울렸다. 아이유는 제안을 받은 지 하루도 안 돼 하겠다고 외쳤고, 박보검은 기대감에 부풀었다. 문소리는 엉엉 울었고, 박해준은 행여나 캐스팅이 바뀔까 전전긍긍하기까지 했다.
아이유는 "작품 영제가 '웬 라이프 기브즈 유 텐저린즈'다. 인생이 우리에게 얼마나 떫은 귤을 주든, 그걸로 귤청을 만들어서 따뜻한 귤차를 내드리는 드라마"라고 소개했다.
넷플릭스 새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극본 임상춘, 연출 김원석) 측이 5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서울 호텔에서 제작발표회를 열었다. 아이유, 박보검, 문소리, 박해준, 이원석 감독이 자리했다.
'폭싹 속았수다'는 제주에서 태어난 요망진 반항아 애순이(아이유 분)와 팔불출 무쇠 관식(박보검 분)의 모험 가득한 일생을 다채로운 사계절에 빗대어 풀어냈다.
이원석 감독은 "이 드라마는 조부모 세대에 대한 헌사이자, 자녀 세대에 대한 응원가"라며 "세대와 성별 간의 보이지 않는 벽이 조금이라도 허물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애순은 엄마가 피난 온 제주에서 온 꿈 많은 문학소녀다. 어떤 상황이 닥치더라도 누구에게도 기죽지 않는다. 새로운 시작을 위해 육지로 떠나고 싶어 한다.
관식은 운동도, 장사도, 어떤 힘든 것도 군소리 없이 해낸다. 무쇠처럼 우직하지만, 사랑 앞에서는 유리처럼 투명하다. 애순과 함께라면 무엇이든 해낼 것 같은 믿음 하나로 용감하게 살아간다.
아이유와 박보검이 각각 청년 시절 애순과 관식을 연기한다. 중년의 얼굴은 문소리와 박해준이 나선다. 김원석 감독은 "이 대본은 연기를 엄청나게 잘하는 배우들이 필요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아이유는 디테일한 연기력과 애순이의 '요망진 알감자'라는 이미지에 딱이었다. 문소리 배우 역시 연기 내공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다른 선택지를 생각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관식에 대해선 "배우 자체가 착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박해준은 제가 아는 사람 중 가장 착하다. 박보검 역시 착하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단순히 선을 넘어 섬세함까지 표현할 수 있는 배우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배우들은 대본을 받고 단숨에 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했다. 특히 아이유는 "읽고 나서 참을 수 없을 정도로 하고 싶었다. 읽자마자 하루도 안 돼서 바로 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박보검은 "제대하고 바로 촬영하게 됐다. 대본에서 애순과 관식이 그려내는 사계절이 마음에 계속 맴돌더라"며 "훗날 가족들과 이 작품을 보며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 것 같았다"고 전했다.
문소리 역시 "이 대본이 나에게 주어진 것만으로도 좋아서 뛰고 싶은 마음이었다"며 "대본을 넘길 때마다 울었다. 부모님 생각이 많이 났다. 대본만 보고 이렇게 운 작품은 처음이었다"고 털어놨다.
박해준은 "평소 감독님과 자주 연락하는 사이가 아닌데 스케줄을 물어보시더라. 대본을 봤는데 며칠 동안 설렜던 기억이 있다. 혹시나 캐스팅이 변경될까 봐 걱정하면서 기다릴 정도였다"고 토로했다.
김 감독은 "좋은 배우들을 캐스팅해서 잘 만들고 싶었다"며 "감정이 끊어지지 않게 물 흐르듯 촬영했다. 사람 냄새 나는 웃으면서 눈물짓게 만드는 캐릭터의 결을 잘 살리려 했다"고 연출 포인트도 짚었다.
아이유와 박보검은 첫 연기 호흡이다. 아이유는 "10대 때부터 알고 지냈는데 작품으로는 처음이다. 애순과 관식의 관계처럼 처음부터 편한 마음이 들더라"고 떠올렸다.
박보검 역시 "10대 때 만나 이렇게 같이 연기할 수 있다는 게 뭉클했다"며 "아이유가 롤러코스터 같은 애순을 잘 표현해 줘서 저도 잘 몰입할 수 있었다. 다음 작품에서도 또 만나고 싶다"고 바랐다.
두 사람은 드라마 홍보를 위해 KBS-1TV '가요무대'에도 선다. 박보검은 "저희 드라마를 남녀노소 국적을 불문하고 보셨으면 한다. 그런데 '가요무대'가 해외 동포분들에게 송출된다고 하더라"며 출연 계기를 전했다.
이어 "드라마에 나오는 모든 곡이 명곡이다. 무릎을 치시며 보시게 될 것"이라며 "드라마를 보시다 보면 아이유와 저의 목소리도 듣게 되시지 않을까 싶다"고 스포일러도 했다.
상대역과의 호흡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아이유에서 문소리, 박보검에서 박해준으로 연기가 이어져야 했다. 어려움은 없었을까. 문소리는 "처음에는 아이유가 자라서 제 얼굴이 된다고 하니 걱정이 많았다"고 밝혔다.
이어 "엄마의 어린 시절 사진을 보면 '이게 엄마라고? 다른 사람 같은데'라고 생각하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 중 하나일 것 같았다"며 "어떤 부분은 연결성을 두되, 차별성도 두는 것이 리얼리티에 가깝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연결성은 말투에 집중했다. 상대의 대사를 바꿔서 읽어보기도 했다. 대본 안에 있는 행동과 버릇처럼 하는 말투 설정도 사용했다. 또, 문소리만의 팁도 전수했다.
"아이유 볼에 점이 있어요. 저에겐 저 점이 시그널 같은 것이었습니다. 분장팀에 똑같은 위치에 점을 찍어달라고 했죠. 점을 찍는 순간 '나는 아이유, 애순이다'라고 생각했습니다. 하하."
아이유는 "선배님이 먼저 다양하게 제안해 주셨다. 공통점을 찾을 수 있는 대화의 장도 열어주셨다. 선배님 댁에 가서 작품 이야기도 많이 하고 점점 가까워졌다. 자연스럽게 '애며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1960년대 제주부터 2025년 서울을 그린다. 무려 65년에 이르는 세월을 그린다. 고증부터 미술까지 디테일에 신경을 많이 썼다. 김 감독은 "최근에 이렇게 긴 세월의 흐름을 담은 드라마는 본 적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 시간이 좌절과 시련을 안겨주기도 하고, 도움을 주기도 한다"며 "변화하는 한국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았다. 미술 감독, 촬영 감독, 기술 스태프들이 공을 많이 들였다"고 전했다.
넷플릭스 시리즈 중 이례적으로 4주에 걸쳐 16회를 공개한다. 한주에 4편씩 만나볼 수 있다. 김 감독은 "천천히 계절이 가듯 나눠서 봐야 정수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오롯이 느끼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나눠서 공개한다"고 설명했다.
그만큼 진한 메시지가 관전 포인트다. 김 감독은 "청춘은 불안한 시절이다. 저희 드라마를 보고 불안한 청춘들이 결국은 이겨내야겠다는 마음이 들길 바란다"고 소망했다.
마지막으로 아이유는 "저희 영제가 '웬 라이프 기브즈 유 텐저린즈'(When life gives you tangerines)다. 인생이 너에게 얼마나 떫은 귤을 주든 그걸로 귤청을 만들어서 따뜻한 귤차를 내드리는 드라마다. 저희 드라마를 차분하게 바라보는 시간을 가지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폭싹 속았수다'는 오는 7일 1막을 공개한다.
<사진=송효진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