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정태윤기자] 세계관을 새롭게 구성했지만, 이 '새계관'(새 세계관)은 진부했다. 기존의 캡틴 아메리카의 얼굴을 지우기엔 역부족이었다.
제목부터 '뉴 월드'를 예고했다. 일단 주인공은 새롭다. 안소니 마키가 비브라늄 방패의 새 주인공으로 나섰다. 날개까지 달며 고공 액션을 추가했다.
장비는 이래저래 추가했지만, 내용은 전혀 새롭지 않았다. 마블이 늘 해오던 플롯을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히어로물의 기본 구성은 권선징악. 크게 다르기는 쉽지 않다.
그럼에도 관객들은 다름을 기대한다. 튜닝은 새롭게 했지만, 성능은 별반 다르지 않다. 뻔한 스토리 라인과 올바름을 강요하는 메시지. 그 뻔한 맛으로 마블 팬들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 이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영화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감독 줄리어스 오나) 측이 지난 11일 언론시사회를 열고 작품을 먼저 선보였다.
영화는 '엔드게임'에서 스티브 로저스(크리스 에반스 분)로부터 방패를 물려받은 새로운 캡틴 아메리카 샘 윌슨(안소니 마키 분)의 이야기를 그린다.
그는 대통령이 된 새디우스 로스(해리슨 포드 분)와 재회 후, 국제적인 사건의 중심에 서게 된다. 전 세계를 장악하려는 사악한 음모 뒤에 숨겨진 존재와 이유를 파헤쳐 나간다.
샘 윌슨은 1대 캡틴 아메리카 스티브 로저스의 절친이자 든든한 동료다. 그의 이름을 물려받은 만큼, 자신만의 신념과 열정으로 진정한 캡틴의 길에 오른다.
다른 마블 히어로들과 달리 어떠한 초능력도 엄청난 힘도 없는 군인 출신이다. 그래서 '윙 슈트'로 장비를 업그레이드했다. 하늘, 땅, 바다를 아우르며 더 풍성해진 액션신을 완성했다.
특히, 바다 위를 가르는 활강 액션과 고공 전투는 역대급 스케일을 자랑한다. 캡틴 아메리카는 제2대 팔콘 샘(대니 라미레즈 분)과 하늘을 가로지르며 시원한 볼거리를 완성했다.
안소니 마키는 "싸움 시퀀스 자체가 극적이고 과장된 움직임을 보여준다. 공격, 공격, 공격이다. 최고의 수비는 공격"이라며 "그만큼 모든 수비가 공격화된 모습을 볼 수 있다"고 자신했다.
실제로 방패는 방어하기 위한 용도로만 사용하지 않는다. 자동차 정중앙을 갈라 두 동강 내고, 빌런과 맞서 싸우는데 강력한 무기로 이용한다.
가장 색다른 점은, 마블 사상 가장 인간적이고 정의로운 주인공이라는 것. 슈퍼 혈청도 초능력도 없기 때문에, 직접 부딪히고 어려움을 헤쳐나간다.
일례로 마지막 결투신. '레드 헐크'와 혈투 끝에 윙 수트와 방패가 훼손된다. 샘 윌슨은 레드 헐크를 향해 진심을 다한 호소로 그를 원래 모습으로 되돌린다.
빌런을 다름 아닌 '입'으로 굴복시킨다. 슈퍼 히어로 사이에서 샘이 가진 특별한 능력은 다름 아닌 '진정성'이었다. 과연, 감정의 호소라는 무기가 관객들에게 어떻게 전달될지는 의문이다.
말의 힘을 무시하는 게 아니다. 다만, 마블 영화 치곤 지나친 올바름 때문일까. 장대하게 힘을 줬던 액션신이 허무하게 느껴지는 아이러니가 발생한다.
그럼에도, 해리슨 포드의 연기 투혼은 영화의 백미다. 그는 연기 인생 60년 만에 마블 세계관에 입성해 또 다른 도전을 했다.
빌런과 딸을 사랑하는 아빠, 그 사이를 그리며 로스만의 입체적인 서사를 완성했다. 레드 헐크로 변신했을 땐, 캡틴 아메리카보다 강한 파워로 시원한 펀치 액션을 보여줬다.
그럼에도 총평은, 아쉽다. 안소니 마키가 선보이는 '캡틴 아메리카'라는 사실만으로 새롭다고 말하기엔 부족하다. 늘 봐오던 마블 영화의 플롯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캐릭터만의 특별한 무기도 특별해 보이지 않는다.
영화는 "캡틴 아메리카는 다시 돌아온다"며 막을 내린다. 이들이 다시 돌아오려면, 더 확실한 새로움과 무기가 필요하지 않을까. 쿠키 영상은 1개다.
<사진제공=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