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오명주기자] 프로포폴, 대마, 케타민, 코카인. 유아인이 4종 세트로 묶였다. 연예인 마약 사건 역사상 4가지 향정신성 약물이 이름 앞에 붙은 적은, 없다.
이제, 경찰의 창과 유아인의 방패 싸움이다. 경찰은 50일 동안 증거 수집에 총력을 기울였고, 유아인은 ‘마약통’ 변호사를 앞세웠다.
경찰은 혐의 입증에 자신을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경찰의 손에는 ‘국과수’ 결과지가 있다. 다만, 수사는 범죄사실 특정(장소, 시기, 횟수) 작업을 거쳐야 마무리된다.
실제로 경찰청은 지난 13일 브리핑에서 “마약 성분이 나왔다고 유죄는 아니다. 국과수 결과를 보완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우선, 유아인의 휴대폰 2개를 열었다. 지난 8년치 기록을 샅샅히 살폈다. 그렇게 추출한 자료가 1만 장이 넘은 것으로 알려진다.
유의미한 증거를 찾았을까. 프로포폴 관련 대화는 나왔다. 병원장의 주의 멘트, “여러 군데 옮겨 다니지 말라”는 조언(?)을 확보했다.
반면 프로포폴 제외하면, 별다른 소득은 없었다. 나머지 마약류 투약 및 거래의 흔적을 찾지 못한 것. 경찰은 공범 특정에 실패, 더 이상 수사를 확대하지 못했다.
압수수색 2곳에서는 어떤 성과를 거뒀을까. 사실, 경찰의 압수수색은 적기에 이루어지지 못했다. (주민) 등록지와 주거지가 달라 혼선을 빚기도 했다.
경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마약 투약 장소를 특정하길 바랐다. 투약 도구 및 흔적을 발견, 국과수 결과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고자 했다.
하지만 경찰은 결정적인 단서를 확보하지 못했다. 지난 2월 체포 당시 압수했던 물품 등을 다시 회수하는 수준. 의미있는 결과를 도출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유아인의 방패는 무엇일까. 유아인은 ’마약통‘ 박성진 변호사를 선임했다. 박 변호사는 검찰 재직 당시 최고 마약 수사 전문가로 불렸다.
그는 2013년 이승연 박시연 프로포폴 불법 투약 사건을 지휘했다. 당시 “의사 처방에 따른 마약류 투약도 마약 범죄가 될 수 있다”며 기소했다.
(그는 마약류 관리 컨트롤타워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식약청 등 정부 부처에 흩어진 마약 대응 기능을 하나로 모아야 한다는 것. 유아인 사건은, 아이러니하게도 그가 주장했던 컨트롤타워에서 시작됐다.)
박성진 변호사는 10년이 지나, 유아인의 변호를 맡게 됐다. 그의 성향을 미루어 볼 때, ‘모르쇠’ 전략은 쓰진 않을거라 분석이 지배적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디스패치'에 “박 변호사는 마약 수사에서 ’발뺌‘이 얼마나 위험한 수인지 안다”면서 ”인정할 부분은 인정하되, 여지가 있는 부분만 다투지 않겠냐“고 예상했다.
유아인 역시 '선택과 집중'을 하지 않을까? 우선 프로포폴은 혐의를 부인하기 어렵다. 단, 치료 목적과 방법을 설명하며 횟수 차감을 시도할 것으로 예측된다.
(물론 횟수를 줄인다고 죄가 없어지는 건 아니다. 유아인의 프로포폴 투약 횟수는 1년 73회다. 이재용 등을 포함 역대 유명인 최다 기록.)
대마의 경우, 어느 아이돌이 썼던 해명을 참고할 수 있다. “모르고 피웠는데 대마였다”는 것. 그러나 자칫 경찰이 확보한 증거에 역풍을 맞을 우려가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그 가수의 변명은 초범의 ‘바이블’로 여겨진다“면서 ”박 변호사는 이런 말이 더 이상 검사에게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라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따라서, 프로포폴과 대마로는 크게 다투지 않을 거라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유아인이 경찰 조사 직후, ‘일탈행위’, ‘자기 합리화’, ‘잘못된 늪’이라는 말로 고개를 숙인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케타민과 코카인도 인정할까. 법조계 관계자들은 “이 2가지 약물 부분에서 다툼이 일어나지 않을까”라며 조심스레 추측했다.
그도 그럴 게, 케타민은 수면 장애 및 정신 치료 목적으로도 쓰인다. 유아인이 의료용으로 처방받은 근거를 제출하면 소명 기회를 얻을 가능성이 크다.
코카인의 경우, 경찰이 유리한 고지를 점령한 건 아니다. 경찰청 관계자의 브리핑처럼, ‘양성=유죄’는 아니라는 것. (실제로 마약반응이 나왔지만 불송치로 종결되는 사례도 종종 있다.)
아직, 경찰의 칼날은 무딘 편이다. 정확한 시기와 장소, 횟수 등을 특정하지 못하고 있다는 후문. 코카인이 모근에서 검출된 기간(3cm=1개월)과 출입국 기록을 대조해 유아인을 압박할 것으로 추측된다.
경찰이 히든카드(포렌식, 압색, 주변진술)가 없다면, 유아인의 입에 기대야 한다. 법조계 관계자는 “과학수사로 양성이 확인돼도 감정기법에 맹점이 존재한다”면서 “피의자의 자백진술을 확보해야 기소가 가능한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경찰은 범죄사실 특정이 ‘필요충분’ 조건은 아니라는 것. “(마약수사는) 공소장에 불상의 장소와 시간으로 쓰기도 한다”면서 “범죄사실에 대한 ‘명확한’ 특정이 무조건 필요한 건 아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유아인이 27일 오전 10시 수사 개시 50일 만에 경찰에 출석했다. 조사는 12시간 이어졌고, 아직 끝난 게 아니다. 경찰은 3차 소환을 예고했다.
<사진=민경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