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정태윤기자] "추영우 맞아?"
헝클어진 머리에 범생이 안경, 땀이 범벅된 얼굴로 병원을 누비고, 잔뜩 겁에 질린 모습도 여과 없이 꺼냈다. 여기에 허당미 넘치는 표정까지.
망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옥씨부인전'에서 설렘을 안겨준 얼굴과는 정반대. 팬들은 "내가 알던 추영우가 맞냐"며 놀랄 정도였다.
자칫하면 과할 수 있는 연기도 자연스럽게 녹아들게 했다. 오버하는 게 아닐까, 고민도 컸지만, 과감한 시도를 선택했다. 마치 웹툰을 그대로 옮겨온 것 같았다.
"웹툰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기 때문에 만화처럼 연기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만화처럼 놀랄 때 펄쩍 뛰어보기도 하고, 머리를 쥐어뜯기도 했고요."
배우 추영우가 '옥씨부인전'에 이어 '중증외상센터'까지 대세 굳히기에 성공했다. 능청 코믹까지 소화하며 연기 스펙트럼을 넓혔다. 이번 도전 역시 성공적이다.
그의 말을 더 들어보자.
◆ 중증외상센터 | 웹툰처럼
넷플릭스 '중증외상센터'(각본 최태강, 연출 이도윤)은 천재 외과 전문의 백강혁(주지훈 분)이 유명무실한 증증외상팀에 부임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추영우는 엘리트 펠로우 '양재원'을 맡았다. 재원은 허당미 넘치지만 실력만큼은 출중한 인물이다. 생사의 기로에 선 환자들을 위해 달리고 또 달린다.
메디컬 장르는 처음이었다. 그러나 '중증외상센터'는 의학 장르보단, 히어로물이라 생각하고 접근했다. 그도 그럴 것이, 백강혁의 의료 실력은 무적에 가깝다.
그는 "먼치킨물이라 생각했다. 여기에 양재원의 성장, 그리고 휴먼 드라마가 섞여 있다"며 "물론 의학 드라마도 많이 참고했지만, 원작 웹툰처럼 연기해 보려 했다"고 설명했다.
"웹툰을 보면서 리액션을 많이 따라 해봤습니다. 느낌표가 몇 개이냐에 따라 리액션을 달리했어요. 만화처럼 과장해서 점프한다거나 머리를 쥐어뜯는다거나. 계속해서 시도하는 과정에서 과감하게 연기하는 법을 배웠죠."
웹툰은 실제 연기와는 많이 다르다. 과장된 표현이 드라마 안에선 과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추영우는 오버하는 연기를 튀어 보이지 않고 경쾌하게 완성했다.
"만화 같은 속도감과 에너지를 보여줄 수 있을까에 대한 걱정이 컸습니다. 또 재원의 성장을 따라가는 과정에서 중심을 잡아야 했고요. 선배님들과 감독님이 도와주셔서 가능했죠."
◆ 양재원 | 성장
관전 포인트 중 하나는 재원의 성장이다. 그는 "드라마의 구성이 양재원의 정서를 따라 이동한다. 역할이 굉장히 커서 잘해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임했다"고 밝혔다.
양재원은 백강혁의 지시에 따라 움직인다. 헤매고 실수하기도 한다. 그러나 마지막엔 스스로 판단하고, 이를 뒷받침할 실력까지 갖추게 된다.
재원을 따라 추영우도 성장했다. "재원이는 그런 과정을 여러 번 반복하며 자신에 대한 확신을 가지게 된다. 저도 재원이를 따라 고군분투하며 저에 대한 확신이 생긴 것 같다"고 전했다.
"재원의 서사를 보면, 많은 고민을 안고 있다가 마지막에는 다 해결되잖아요. 그처럼 저도 그런 기승전결을 느끼며 촬영했습니다. 재원이가 스스로 판단하고 집도를 한 것처럼, 저도 언제든 꺼낼 수 있는 하나의 무기가 생긴 기분이에요."
실제로 '중증외상센터'로 배운 것들을 '옥씨부인전'에서 마음껏 꺼내 휘둘렀다.
추영우는 "촬영장에서 함께 대화하며 만들어 나간 기억을 바탕으로 '옥씨부인전' 현장에서도 제 의견을 편하게 말씀드리고 상의하며 더 풍부하게 완성할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능청스러운 연기도 많이 는 것 같습니다. 진지한 상황에서 웃기거나, 웃긴 상황에서 진지한 그런 포인트들을 자신감 있게 할 수 있게 됐어요. 하하."
◆ 현장 | 좋은선배, 주지훈
무엇보다 좋은 선배들 덕분에 성장했다. 백강혁과 양재원이 사제케미를 뽐낸 것처럼, 주지훈과 추영우도 마찬가지였다.
추영우는 "주지훈 선배의 진중한데 여유로운 모습을 닮고 싶었다"며 "함께 연기하면서 선배님이 하시는 연기 비법들을 많이 전수받았다"고 말했다.
"선배님이 막히는 연기가 있을 때 좋은 글이나 영화에서 레퍼런스를 가져와서 영감을 받아 돌파해 보라고 조언해 주셨습니다.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주지훈은 백강혁이 양재원을 트레이닝시키듯 연기 훈련을 했다. 일례로 후반부 양재원이 처음으로 백강혁에게 언성을 높이는 장면.
그는 "늘 교수님께 '네'만 하다가 목소리를 높이게 되는 장면이 있다. 그 부분에서 과감하게 목소리가 안 나와서 계속 NG가 났다"고 떠올렸다.
"선배님께서 '영우아 마음 편하게 먹고 시간 많으니까, 차에 가서 지금의 10배 100배 1,000배로 목쉴 때까지 해보고 준비되면 편하게 돌아와'라고 해주셨습니다. 그렇게 하고 나니까 편하게 연기가 나오더라고요. 늘 충분한 격려와 칭찬을 해주셨습니다."
주지훈의 가르침을 모두 흡수하기 위해 노력했다. 나중에는 '주지훈과 말투가 비슷하다'는 소리를 들었을 정도. 그는 "좋아하는 사람이면 다 따라 하고 싶지 않나. 저도 모르게 묻어났던 것 같다"고 털어왔다.
◆ '대세 추영우'
이제 그의 이름 앞에는 '대세'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그가 데뷔 전 대학생 시절, tvN '유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한 영상이 다시 '끌올'되기도 했다.
그는 당시 "연관 검색어로 배우 추영우, 추영우 연기, 추영우 작품 등이 떠올랐으면 좋겠다"고 인터뷰에서 밝혔다.
그 바람이 현실이 됐다. '중증외상센터'는 '대한민국 톱 10 시리즈' 1위, 전 세계 넷플릭스 TV쇼 부문 2위(플릭스패트롤, 1월 29일 기준)를 기록했다.
'옥씨부인전'에 이어 2연타 히트에 성공한 것. 그는 "신기하고 감사하다. 밖에서 알아봐 주시면 '저를 아세요?' 하면서 놀란다"며 얼떨떨해했다.
지난 2021년 웹드라마로 데뷔해 차근차근 성장했다. 올해는 '중증외상센터'를 시작으로 누아르 액션물 '광장', 판타지 로맨스 '견우와 선녀' 등 차기작을 줄 세워뒀다.
추영우의 연기는 이제 시작이다. 그는 "'중증외상센터'를 하면서 어려움을 타파할 능력이 생겼다"며 "앞으로 장르물부터 풋풋한 청춘물까지 다양한 연기를 보여드리고 싶다"고 소망했다.
마지막으로 그에게 배우로서의 목표를 물었다.
"예전에는 '남자다운 배우가 되고 싶다' 등 한 문장으로 깔끔하게 정리가 됐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잘 모르겠습니다. 하면 할수록 더 어려운 것 같습니다. 아직 알아가는 단계인 것 같아요. 다재다능한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사진제공=넷플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