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정태윤기자] "안녕하세요. 탑 최승현입니다. 신중한 마음으로 이 자리에 나왔습니다."
대마초 전과, 인맥 캐스팅 의혹, 연기 논란 등. 글로벌 흥행작 '오징어 게임' 시즌2에 참여한다는 소식이 들린 이후부터 공개 직후까지. 그는 각종 잡음의 주인공이었다.
수많은 출연진 중 가장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은 연기자였다. 은퇴를 번복하는 건지, 캐스팅은 어떻게 이루어진 건지, 앞으로 활동 재개를 알리는 건지 등.
최승현은 '오징어 게임2' 홍보 행사에 참여하지 않았다. 그의 의지로 뒤늦게 인터뷰 일정을 잡았다. 그는 단정한 정장 차림으로 기자들 앞에 섰다.
인터뷰에 앞서 "11년 만의 인터뷰다. 고민도 있었다. 적당한 시기를 생각해 다른 배우분들의 인터뷰가 끝나고 날짜를 잡았다"며 "여러 가지로 송구한 마음이 크다"며 고개를 숙였다.
◆ "경솔했습니다"
그는 인터뷰를 열게 된 이유를 말했다. "지난 10년의 시간 동안 너무 많은 일이 있었다. 용서를 구하고자 인터뷰하고 싶다고 말씀을 드렸다"고 전했다.
각종 논란에 대해 사죄의 뜻을 전했다. 먼저 은퇴 번복. 그는 "20대 때 과부한 사랑을 받았다. 그러다 큰 실수를 했다. 지옥 같은 어두운 시간을 보내면서 심리적으로 피폐해져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 당시 무너져 내렸습니다. 일어날 힘도 없고 모든 걸 그만두고 싶다는 마음이 컸습니다. 라이브 방송에서 어리석고 경솔하게 말을 했습니다. 평생 반성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지난 2017년 대마초 흡연 혐의로징역 10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에 대해 황동혁 감독은 "외국에선 대마초가 합법이고, 6년이나 자숙했기에 캐스팅에 문제가 없다"고 말해 논란을 키우기도 했다.
최승현은 "대중의 반응이 혹독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20대 때 많은 사랑을 받았고 영광을 누렸다. 그래서 더 상처받은 분들이 많았다고 생각한다. 뼈저리게 후회한다"고 말했다.
"저에 대한 논란을 감독님이 받는 것에 대해 마음이 너무 무거웠습니다. 초반 캐스팅 논란 기사 때도 무너질 뻔했습니다. 그때 감독님이 손을 내밀어주셨습니다. 배우로서 그 믿음에 보답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 "부끄러운 과거와 직면해야 했다"
굵직한 논란들이 있었기에, 대중들은 그의 캐스팅 소식은 물음표를 그릴 수밖에 없었다. 최승현은 "다른 배우들과 똑같이 제작사를 통해 오디션 제의를 받았다"고 강조했다.
인맥 캐스팅이 아니라는 것. 그는 "제의를 받고 오래 고민했다. 오디션 영상을 찍고 리딩을 하는 과정에서 연기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는 걸 깨닫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에게 주어진 인물은 '타노스'. 가상화폐 투자에 실패해 거액의 빚을 지고 게임에 참여하는 래퍼다. 불안한 순간마다 정체불명의 약을 먹고 광기를 발휘한다.
실제 그와 겹쳐 보이는 지점이 많다. 최승현은 "저의 부끄러운 과거와 직면해야 하는 캐릭터"라며 "부끄러운 과거가 박제될까 봐 망설여진 부분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이 또한 제가 치러야 하는 대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타노스 자체가 타락한 MZ 세대를 풍자하는 캐릭터예요. 사회적 메시지를 던질 수 있는 캐릭터라서 욕심이 생겼던 것 같습니다."
◆ 광기의 타노스가 되기 위하여
타노스는 '오징어 게임2' 안에서 가장 일반적이지 않은 캐릭터다. 생사가 달린 게임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재미있는 놀이처럼 즐긴다. 자신 앞에서 사람이 죽어도 즐거워할 뿐.
최승현은 "시나리오에서도 만화처럼 묘사한 캐릭터였다. 감독님께서 오그라드는 모습, 과잉된 스웨그를 요구하셨다"며 "몸만 컸지 정신 연령은 짱구 같은 친구"라고 소개했다.
황동혁 감독은 타노스에 대해, 귀에서 계속해서 음악이 들린다는 설정을 부여했다. 가만히 있지 못하고 계속해서 움직이도록 디자인했다. 그에게는 주로 '좀 더 미쳐달라' 혹은 '덜 미쳤달라'는 디렉팅을 던졌다.
최승현은 "덜떨어진 광기의 캐릭터? 한마디로 돌아이라고 생각하고 연기했다"며 "외국에서 볼 법한 기분 나쁜 약물 중독자 느낌의 영상을 많이 찾아봤다"고 말했다.
"미국 남부에서 약물을 하는 래퍼들 발음이 굉장히 부정확해요. 마약을 많이 하면 치아 손상이 많이 돼서 발음이 흐트러지 거든요. 또 타노스는 약을 하기 전과 후의 차이가 큽니다. 초반에는 ADHD처럼 초조한 느낌을 냈고, 약을 먹은 후에는 각성이 돼서 미친 듯한 텐션을 보여주려 했습니다."
최승현의 연기에 대한 평은 제법 갈렸다. 국내의 경우 함량 미달이라는 날 선 반응이 주를 이뤘다. 반면 해외에선 매력적인 캐릭터로 호평받았다.
그는 이에 대해 "제 연기에 대해 스스로 말씀드리는 건 경솔한 것 같다. 시청자들에게 평가받아야 하는 위치라고 생각한다"며 "어떤 반응이든 감내하는 것이 저의 몫이라고 생각한다"고 조심스러워 했다.
◆ 앞으로의, 최승현
여러 논란이 많았지만, 글로벌 콘텐츠로 화려한 복귀 신고식을 치렀다. 최근 지드래곤, 태양, 대성이 완전체 무대를 꾸린 상황에서 탑의 합류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최승현은 "빅뱅은 20대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아있다. 큰 실수를 저질렀고, 팀에 피해를 줬다. 더 이상 해를 끼칠 수 없어 팀을 떠나기로 한 지 오래"라고 밝혔다.
"제 의사를 전달하고, '봄 여름 가을 겨울'(2022년) 프로젝트로 같이 하자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팬들을 위한 저의 빅뱅 마지막 프로젝트라 생각하고 했습니다. 언제나 멤버들을 응원하는 마음뿐입니다."
그러면서도 음악 활동에 대한 활동 의지를 내비쳤다. "공백기 동안 어둠 속에서 살았다.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큰 상처를 드려 자기혐오에 빠져 있었다. 음악 작업실과 집만 왔다 갔다 했다"고 털어놨다.
"7~8년간 음악 작업에 매진했습니다. 작업실에서만 있었던 이유는, 음악을 만들 때만 숨통이 트였고, 어둠 속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만들어 놓은 게 많아요. 발표 계획도 있습니다."
그는 마지막으로 "쉽지 않은 마음으로 이 자리에 나왔다. 그 마음이 전달되었으면 좋겠다"며 "경솔한 모습에 대해 뼈저리게 후회하고 있다. 건실하게 살아가는 모습 보여드리겠다"고 덧붙였다.
<사진제공=더씨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