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 시위' 해달라는 보수 유튜버들…속셈은 '글쎄'
①정치권 책임론 ②젠더갈등 ③안보불안 분석도
(서울=뉴스1) 홍유진 기자 = 서울서부지법에서 발생한 난동 사태에서 체포된 절반 이상이 20~30대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2030 애국청년'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그동안 주로 온라인상에서 활동하던 2030 보수 남성층은 물리적 폭력까지 불사하며 최근 탄핵 반대 집회 현장의 주축으로 떠올랐다.
청년 세대의 극단적 보수화 배경을 두고는 해석이 분분하다. 보수 유튜브 채널이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과 함께 젠더갈등, 반북 정서 등에 대한 불만이 결국 곪아 터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부정선거', '반중'으로 뭉친 2030 남성…체포인원 51%
지난 19일 오전 3시 서울서부지법 앞. 윤석열 대통령 구속영장 발부 소식이 전해지자 시위대 분위기가 순식간에 격앙됐다. 지지자 수십 명이 후문을 넘어가 담을 타고 건물 외벽을 파손했다. 돌을 던져 창문도 깨부쉈다. 일부는 법원 안으로 진입해 7층 판사실까지 뒤진 것으로 파악됐다. 법원 곳곳에서는 핏자국이 발견됐다.
22일 경찰에 따르면 18~19일 이틀간 서부지법과 헌법재판소에서 체포된 90명 중 46명은 20·30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절반이 넘는 인원(51%)이 청년층인 셈이다. 성별까지 집계하지는 않았지만 대부분 남성으로 추정된다.
그간 중장년층이 보수 집회를 주도해 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다소 이례적인 수치다. 2016년 말 박근혜 대통령 탄핵 국면에 처음 등장했던 '태극기 부대'는 대다수가 노년층이었다. 이제는 2030 남성들이 태극기와 성조기를 손에 들고 탄핵 반대 집회에 나서고 있다.
이들을 관통하는 정서는 주로 '부정선거'와 '반중'이다. 보수 집회 현장에서는 "빨갱이, 공산주의자 나가라" 등의 구호가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CCP(중국공산당) OUT' 스티커를 붙인 이들도 있다. 한 보수집회에서는 '집회 내에 중국인이 있으니 색출하자'는 주장이 돌기도 했다.
'평화 시위' 해달라는 보수 유튜버들…속셈은 '글쎄'
2030 남성들의 극단적 보수화 배경을 두고는 해석이 분분하지만 이들을 적극적으로 결집시킨 배경에 보수 유튜브가 톡톡한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최근 보수 청년들 사이에서는 '그라운드C', '신남성연대' 등의 채널이 인기를 끌고 있다. 해당 채널에는 '대통령 관저로 간다. 함께 싸워달라'는 등의 집회 참여를 독려하는 영상이 올라왔다. '윤석열 탄핵 집회에 중국인이?' 등 반중 정서를 자극하는 영상은 조회수 66만회를 기록했다.
유튜버들은 겉으로는 '평화 시위'를 당부하고 있다. 그러나 집회가 폭력적이고 자극적일수록 조회수와 수익이 올라간다는 점에서 사실상 이들이 폭력 사태를 부추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항섭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는 "(극우 유튜버들은) 마치 액션 영화처럼 스펙타클한 씬이 벌어지기를 원한다"며 "그래야만 사람들이 채널에 머물러 있고, 그걸 생중계 함으로써 더 많은 조회수와 수익 창출로 이어지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그간 사법 시스템 부정해 온 정치권도 일조
윤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 지도자들이 선동성 발언을 하며 양비론적 태도를 취해온 것이 이번 사태의 또 다른 요인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윤 대통령은 탄핵 이후 프로파간다(선동·선전) 발언을 지속적으로 던져왔다. 그는 체포되는 순간까지도 영상 메시지를 통해 "우리 청년들이 자유민주주의의 소중함을 정말 재인식하게 되고, 여기에 대한 열정을 보여주시는 것을 봤다"고 말했다. 김민전 국민의힘 의원도 지난 5일 페이스북을 통해 "중국인들이 탄핵 찬성 집회에 참석한 게 맞다"며 확인되지 않은 주장을 펼쳤다.
배강훈 정치싱크탱크 밸리드 공동대표는 "정치인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선동성 발언에 앞장서거나, 최소한 이를 묵과하는 태도를 보여왔다"며 "폭력 사태까지 온 데는 정치 지도자들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여야 할 것 없이 사법 시스템을 부정해 온 것도 이번 난동 사태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 페미니즘 정서도 반영…노인층 '애국주의'와 가치 공유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불거져 온 젠더갈등이 이번 폭력 사태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2030 여성들이 비상계엄 국면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며 탄핵 찬성 집회를 주도했던 것처럼 2030 남성들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대결 구도도 감지된다. 페미니즘에 대한 반작용인 셈이다. 최근 청년 보수층 결집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유튜브 '신남성연대'는 반페미니즘을 표방하며 인기를 끈 채널이기도 하다.
안보 불안에 따른 보수 청년층의 반북 정서가 결국 폭력으로 표출됐다는 시각도 있다. 전쟁 트라우마가 있는 노인 세대의 '애국주의'와 보수 청년들의 징집 불안이 궤를 같이한다는 것이다.
박영득 충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청년층은 직접 전쟁을 겪은 세대는 아니지만 천안함, 연평도 도발 등을 보며 북한에 대한 반감이 고조됐을 것"이라며 "전쟁 시 징집 대상이 되는 2030 남성들 사이에서의 거센 반북 정서가 이번 사태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홍유진 기자 (cym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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