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종윤 기자 = 고려아연(010130) 임시 주주총회에서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는 국민연금이 최윤범 회장 측이 제안한 집중투표제에 찬성했다. 아직 표심을 정하지 못한 기관·해외·개인투자자 의결권 결정에 적잖은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MBK·영풍(000670)의 경영권 공격을 방어해야 하는 최 회장은 유리한 고지를 점한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정관 변경 사항으로 출석 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이 필요한 만큼 아직 안건 통과를 장담하긴 어렵다.
17일 국민연금에 따르면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는 이날 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 안건인 집중투표제 도입에 대해 찬성으로 의결권을 행사한다고 결정했다.
현재MBK·영풍 연합의 고려아연 지분은 40.97%다. 최 회장 측 지분은 우호 세력을 포함해 34%로 추정된다. 국민연금의 고려아연 지분은 4.5%로 캐스팅 보트로 평가된다.
이번 주주총회의 핵심 안건은 집중투표제 도입이다. 집중투표제는 이사 선임 시 1주당 이사 수만큼의 의결권을 각 주주에게 부여하는 제도다.
예컨대 10명의 이사를 선임한다면 주식 1주당 10개의 의결권이 부여된다. 주주들이 의결권을 특정 이사 후보 1명에게 몰아주는 것도 가능하다.
집중투표제는 최대 주주보다 소수주주에 유리한 제도인 만큼 지분율에서 밀리는 최 회장 측의 '비장의 카드'다. 집중투표제 도입을 위한 정관 변경 안건은 주주 별로 최대 3%까지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3% 룰'이 적용된다는 점도 최 회장에 유리하다. 특별관계자와 우호 세력을 포함해 3% 이상 주주 수가 적은 최 회장 측은 집중투표제 안건에서 상대적으로 많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다만 보유한 주식 수가 적은 만큼 최 회장 측 승리를 장담하긴 어렵다. 집중투표제는 정관 변경 사항이다. 출석한 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이 필요하다. 지난해 3월 열린 고려아연 정기 주주총회에서 최 회장 측은 신주 발행을 배정할 수 있는 대상을 확대하는 내용의 정관 변경을 추진했다. 당시 영풍의 반대로 찬성률이 53.02%에 그치며 부결됐다.
최 회장 측은 국민연금 찬성이 의결권을 결정하지 못한 기관·해외·개인 투자자 표심에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 일반적으로 국민연금은 투자자 의결권 결정 기준으로 활용되기 때문이다.
집중투표제 안건이 통과된다면 이사진 신규 안건은 최 회장 측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현재 최 회장과 특수관계인의 합산 지분율은 17.5%다. 지분율이 가장 많은 영풍정밀(1.96%)과 최 회장(1.84%)을 포함한 나머지 51명의 특수관계인이 0~1.63%의 지분을 들고 있다.
최 회장 측은 집중투표제로 이사진 신규 선임(7명) 안건에 전부 활용할 수 있다. 오는 3월 주주총회에서도 '이사진 지키기'가 가능하다. 고려아연 현 사내이사 중 4명이 3월에 임기가 만료되기 때문이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소수주주 권한 강화 등 주주가치 제고와 이사회 독립성과 다양성 강화를 위해 지속해서 노력할 것"이라며 "회사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MBK·영풍은 입장문을 내고 "고려아연 임시주총에서 집중투표제가 도입되면 소수주주 보호라는 제도 본연의 취지는 몰각될 것"이라며 "집중투표제 도입 정관 변경 의안이 통과되지 않도록 국내외 기관투자자들과 일반 주주 설득에 집중하겠다"고 했다.
김종윤 기자 (passionkjy@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기사제공=뉴스1. 해당글은 제휴매체의 기사입니다. 본지 편집 방향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