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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황인호 프리퀄이요? 제발"…이병헌, '오겜'의 감정선들

[Dispatch=김소정기자] "시즌2가 재미 없었나요?"

'오징어게임' 시즌2에 대한 혹평에 이병헌이 물었다. "아쉬웠다"는 기자들 말에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직접 들어도, 썩 믿기지 않는 눈치였다.

"물론 1보다 대본이 아무리 좋아도 호응 면에서 더 클 수 없다고는 생각했어요. 어떤 드라마인지 뻔히 아니까. 예상치 못한 죽음, 돌발적인 잔인함 다 예상되잖아요."

이병헌은 시계를 되돌렸다. 시즌2 제작이 논의될 무렵인 2022년, 황 감독이 제주로 넘어갔다. '우리들의 블루스'를 촬영 중인 이병헌을 만났다.

"감독님도 그땐 머리 속에 아무것도 없었어요. 몇 달 후에 대본 받고 깜짝 놀랐어요. 아무 것도 없는 상황에서 13개의 새로운 에피소드를 만들었잖아요. 정말 천재 이야기꾼이에요."

대중은 냉정했다. 예상 못 한 비판이 많았다. 그럼에도 이견이 없던 건, 오영일과 프론트맨. 역시 이병헌이었다. 한 기자가 칭찬하니, 여기저기서 찬사가 터졌다. 그는 건치 미소로 화답했다.

캐릭터 완성까지 과정은 험난했다. 이병헌은 궁금했다. 프론트맨은 왜? 오영일은 왜? 이들의 선택과 결과가 납득이 되어야 했다. 그래서 끝없이 물음표를 던졌다.

"저는 원래 질문이 많아요. 그 사람은 왜 그랬을까? 7개월 동안 질문만 했어요. 황 감독이 하나하나 글을 썼어도 깊이 생각할 시간도 없었을 거잖아요. 디테일한 질문을 하면 본인도 그 자리에서 생각해야 되는데 같이 이야기하면서 결론을 지었죠."

수긍이 되니, 몰입은 한결 수월해졌다. 아군인지 적군인지 알 수 없는 오묘함, 약간의 휴머니즘. 모두 치밀하게 계산된 연기다.

※ 이 기사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 숨겨진 디테일

황인호→프론트맨→오영일. 시즌2에서 이병헌은 세 얼굴을 연기했다. 3명의 감정선은 각양각색. 이병헌의 고민은 분배 문제였다. 누구 자아에 더 비중을 둘지가 어려웠다.

이병헌은 "참가자일 때, 어느 정도 즐겨야 하는지를 모르겠더라. 그래서 초반에 어려웠다. 프론트맨은 미소 짓는 것도 어려운 사람인데 천연덕스럽게 환호해야 하니 힘들더라"고 회상했다.

"일단 찍어보자." 황 감독이 답했다. 이병헌도 믿고 게임에만 집중했다. "'그럼 한 번 이걸 즐겨볼게'하고 참여했다. 즐긴 게 재미는 있더라. 황인호도 즐기지 않았을까?"라고 말했다.

팽이신엔 많은 디테일이 숨어있다. 왼손잡이인 오영일은 일부러 오른손으로 팽이를 돌려 실패한다. 긴장감을 배가시키기 위한 장치다. 팽이를 잘 치기 위해, 이정재를 민 건 의도한 장면이다.

프론트맨이 갑자기 게임에 등판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이렇게 이해했다. 계획에 없던 잠입, '욱'에서 비롯됐다. 성기훈이 비행기를 타지 않는 모습을 본 순간 게임이 시작됐다.

"성기훈도 우승자, 황인호도 우승자다. 이제 '나처럼 세상과 인간에 대한 아무런 희망이 없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성기훈이 뒤돌아서는 모습을 보면서 '어쭈, 그래 좋아, 깨닫게 해줄게' 이렇게 시작된 거죠."

이병헌은 프론트맨에게 양가 감정을 심었다. 성기훈과 함께 하며 일말의 희망도 생긴 것. "드라마에는 안 나오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성기훈의 말이 맞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임했다"고 설명했다.

조유리(준희 역)의 뱃속 아이를 걱정한 건, 황인호의 진심이었다. 이병헌은 "황인호는 인간미 있는 캐릭터라고 봤다. 형사로 평범하게 살았을 때는 보통의 인간이었을 테니"라고 말했다.

반란 모의 때 보여준 미묘한 미소는 무엇을 의미할까.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하자는 (기훈의) 말에서 신념이 조금씩 꺾이고 있다는 생각을 했을 겁니다. 일종의 승리의 미소 아닐까요? '성기훈 너가 조금씩 무너지기 시작하는구나'라는…"

이병헌은 이어 "(상대배우는 모르고) 시청자들만 알게 하는 감정 표현이 재미있다"면서 "그 신이 전체를 아우르는 키포인트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 오징어 게임, 그 후

이병헌은 1991년 데뷔했다. 배우로만 34년을 살았다. 일찍이 할리우드에서도 그의 진가를 알아봤다. 2009년 '지.아이.조'를 시작으로 '레드: 더 레전드', '터미네이터 제니시스', '매그니피센트 7' 등 대작에 출연했다.

할리우드 진출이 그의 꿈이었을까.

"아뇨. 제안이 왔을 때 다른 문화와 언어로 얼마나 역량을 보여주겠나 싶었죠. 고민하다 지아이조를 했어요. 안 한다고 했던 작품들이 많았는데 그때 어떤 생각이 결심을 서게 했냐면 '배우로 사는 건데 영화 종주국인 할리우드에서 한 번 해보자 이게 컸어요."

흥행과 인기는 비례하지 않았다. "할리우드 작품을 찍을 때마다 '이제 전세계가 나를 알아보겠군' 싶었다. 그런데 한 명도 못 알아보더라. 작품 한지도 모르더라"고 호탕하게 웃었다.

그러나 '오징어 게임' 파장은 분명 달랐다. 우선 SNS 해외 팬이 급증했다. 환대도 달라졌다. 이병헌은 기분 좋은 현상 속에 살고 있다고 소감을 전했다.

"감개무량하죠. 한국 감독이 만들고, 한국 배우들과 이런 환영과 사랑을 받는다는 게요. 그런데 이런 생각도 들어요. 한국 콘텐츠가 오징어 게임 나오기 전부터 준비됐으니까 많은 사람들에게 세계적 현상처럼 된 게 아닐까?"

그는 오징어 게임의 성공은 예상했을까? 답변은 였다. "처음엔 '실험적인 드라마를 만드네'라고 생각했다. 못 보던 형태지 않냐. 세트에서만 이뤄지고 동화적인 공간에서 초록색 옷을 입고. 모 아니면 도 아닐까 싶었다"고 말했다.

올해 시즌3 공개도 앞두고 있다.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까. "황 감독님은 더 재미있다고 하는데 당연한 게 아닐까 싶다. 절정에 치닫고, 결말이 나오니까. 게임, 슬픔, 잔혹감 모두 세지지 않을까"라고 예상했다.

불현듯 궁금했던 점도 있었다. 혹시 성기훈으로 캐스팅 제안받은 적은 없었을까? 왜 프론트맨을 선택했을까? 이병헌은 "노코멘트 하겠다"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프론트맨의 프리퀄을 제작해달라는 반응도 꽤 많다. 황인호가 우승도 보고 싶다는 것. 한 네티즌의 댓글을 읽어주니, 이병헌은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외쳤다.

"그거 황동혁 감독님한테 말해 주세요! 제발요!"

<사진제공=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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