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달의 라이브배팅] 아시아 홈런왕 이승엽(36, 삼성)의 활약상은 시즌 전부터 초미의 관심사였다. 반응은 엇갈렸다. "그래도 이승엽은 이승엽이다. 홈런왕에 도전할 수 있을것"이라는 긍정적인 예상도 있었지만, "나이가 들어 예전만한 활약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부정적인 예상도 있었다.
그렇게 두 달이 흐른 지금, 이승엽의 활약상은 전자의 예상과 가깝다. 생각보다 많은 홈런이 나오지 않고 있는 것은 아쉽지만, 꾸준히 고타율을 유지하고 있다. 방망이에 맞는다는 것은 언제든지 홈런이 아농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에 기대가 크다.
그렇다면 이승엽이 홈런을 만들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그리고 전성기에 비해 달라진 부분은 있는 것일까. 또 여름 이후에는 많은 홈런포를 쏘아 올릴 수 있을까. 이승엽에 대한 궁금증을 '타격 지도의 대가' 김용달 한화 타격코치의 날카로운 눈으로 살펴봤다.
1. 스탠스 자세다. 하체와 상체에 큰 움직임이 없다. 무릎을 적당히 굽혀 유연성이 있어 보이고, 엉덩이도 적당히 빼들고 있는 것이 이상적이다. 척추가 바로 서 있으며 고개의 위치도 투수를 향해 편안한 것이 좋아 보인다.
그립은 헬멧 부분에 가까울 정도로 높게 들고, 강한 스윙을 위해 포수 쪽으로 팔을 많이 뻗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전체적으로 하체-영덩이-척추까지 모든 면에서 나무랄 데 없다. 다만 그립의 높이나 팔의 위치가 몸쪽 빠른 볼에 대한 간결한 스윙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는 있다.
2. 체중을 뒷다리로 싣는 동작의 초기 단계다. 체중을 뒷다리로 싣는 동작의 초기 단계다. 앞다리를 들 때 중심선의 이동 없이 체중에 뒷다리에 잘 옮겨 싣고 있다. 뒷다리도 견고하게 안쪽으로 잘 유지시키고 있고, 체중을 뒤로 실을 때 뒷다리 바깥쪽으로 빠져 나가지 않게끔 굳건하게 버티는 자세가 아주 좋아 보인다.
앞다리를 들어서 체중이동을 하고 있지만, 다른 모든 자세가 큰 움직임 없이 잘 이루어진다는 게 장점이다. 이런 장점은 아마도 고등학교 때까지 투수를 하면서 다리를 들었던 동작이 좋은 측면으로 작용한다고 본다.
3. 체중을 싣는 동작이 하이라이트라고 볼 수 있다. 타자들은 체중을 뒷다리로 옮겨 힘을 쓸 수 있는 자세를 만들어야 한다. 여기서는 타자의 양다리 가운데서부터 배꼽, 그리고 척추와 머리까지 중심선이 살아야 하는 게 키포인트다. 즉 체중은 앞뒤로 움직여도 중심에는 큰 움직임이 있어서 는 안 된다는 것이다.
또한 다리를 들 때도 앞발 끝이나 무릎의 방향이 지나치게 포수 쪽으로 틀어지면 다음 동작의 스트라이드 때 착지하는 거리가 멀어진다. 이는 착지하는 시간의 편차가 생겨 좋은 타격 밸런스를 유지하기 어렵다. 이승엽은 중심선 유지는 물론, 앞무릎과 발끝을 홈플레이트 쪽으로 잘 유지하고 있다.
4. 스타라이드(Stride: 앞쪽 발을 내딛는 동작)의 초기 단계다. 뒷다리 고관절에 잘 실었던 체중을 엉덩이와 함께 평행을 유지하며 투수를 향해 스트라이드를 시작하고 있다. 높게 들고 있던 그립도 어깨 부분에 가까운 지점까지 내려오고 있고, 중심선을 그대로 잘 유지하면서 서서히 분리동작을 시작하고 있다. 이승엽은 앞다리의 큰 꼬임을 만들지 않고도 하체를 이용해 힘을 잘 이동시키는 모습이다.
5. 스트라이드의 착지 직전 모습이다. 이승엽은 투수를 했던 타자다. 장점은 모든 과정을 투수가 다리를 들고 내리는 유사한 동작을 통해 타이밍을 맞춘다는 것이다. 또 다른 장거리 타자와는 달리 앞으로 내딛는 스트라이드 보폭을 넓게 사용하는 편이다. 투수를 향해 하체·엉덩이·허리·상체의 어깨선까지 잘 닫혀있다. 하체가 삼각형으로 균형을 잡고 있으며 팔이 뒤로 분리되어 있어 빠른 회전을 통한 힘 있는 타격을 할 수 있다.
6. 이승엽은 히팅 포지션에서 보텀핸드(좌타자의 오른손)를 많이 뻗는 전형적인 슬러거 타입의 그립 자세를 취하고 있다. 때문에 콘택트 존까지 나오는 스윙의 궤적을 크게 만들 수 있고, 한국을 대표하는 홈런타자가 될 수 있었다.
톱핸드(좌타자의 왼손)를 V자로 잘 유지하면서 코킹(Cooking : 손목을 꺽는 동작)을 풀지 않고 나오는 자세가 홈런 타자의 위용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볼을 주시하는 고개의 위치나 몸의 회전 동작은 힘을 가할 수 있는 좋은 자세로 보인다.
7. 이승엽의 콘택트 순간은 완벽에 가깝다. 먼저 하체의 포지션을 보면 앞다리가 단단히 퍼져 있고, 뒷다리는 앞다리 쪽으로 들어와 90도 정도로 굽어있는 것이 앞다리로 체중전당을 잘한 것을 보인다. 하체가 단단히 잘 구축되어 있고, 팔 동작도 보텀핸드가 단단히 뻗어 버텨주고 있다.
톱핸드는 L자형으로 콘텍트가 이뤄져 몸과 배트의 각도가 90도를 이루고 있으며, 양손도 보텀핸드 손등은 하늘을 향하고 톱핸드는 손바닥이 하늘을 향하는 모양새가 힘 있어 보인다. 또 머리도 콘택트 지점에 숙여서 볼을 끝까지 보는 모습이다. 굉장한 집중력을 느끼게 한다.
8. 콘택트 이후 릴리스를 하고 팔로 스루 동작으로 들어가기 직전이다. 앞다리가 단단하게 펴진 상태로 끝까지 버텨 주면서 상체가 뒤쪽으로 스테이백 자세를 만드는 것이 돋보인다. 톱핸드의 견갑골이 앞으로 잘 빠져 나오면서 배트의 스윙 궤도를 크게 유지할 수 있고, 배트 헤드 스피드를 가속화시킬 수 있게 만들어 준다.
9. 대부분 타자들의 연속사진을 분석해 보면, 지금의 장면에서는 앞무릎이 굽어지거나 떨어진다. 그러나 이승볍은 앞다리를 끝까지 풀지 않고 벼텨주는 능력이 있다. 다른 선수에 비해 스윙을 끝까지 다한다는 증거다.
이승엽은 투핸드로 팔을 스루를 하는 스타일이다. 투핸드로 끝까지 스윙을 하지만, 손목이 그대로 살아있고 탑핸드의 힘을 축소시키지 않기 위해 바텀핸드 팔꿈치를 굽혀줘 톱핸드으 힘을 그대로 보존해 주는 편이다. 단지 뒷다리 회전이 좀 더 필요해 보인다.
10. 타격을 끝내고 주루 동작으로 들어가기 위해 그동안 굳건히 버팀목이 되었던 앞다리를 빼면서 주루동작에 들어가고 있다. 타구를 주시하는 모습이나 아직까지 투핸드로 배트를 잡고 있는 것이 인상적이다.
김용달은...
1956년 5월 10일 생으로 대광고와 중앙대를 졸업하고 실업야구 한국전력에서 강타자로 이름을 날렸다.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 MBC 청룡에 입단했고, 그해 3할1푼5리의 타율로 1루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차지했다. 1988년까지 MBC에서 뛰며 통산 313경기 출전, 통산타율 2할5푼9리의 성적을 남겼다. 1990년 LG 트윈스 타격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고, 그 후 '타격 지도의 달인'으로 이름을 날렸다. '용달매직의 타격비법'이라는 타격 이론서를 출간하기도 했다. 2012년 5월 한화 이글스의 타격코치로 현장에 복귀했다.
<제공 / 스포츠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