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박수연 인턴기자] "처음에는 '이 영화는 만들어질 수 없겠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민규동 감독)
불가능할 것 같던 시나리오는 현실이 됐다. 60대 여성 킬러를 내세웠다. 스토리는 치밀했고, 액션은 강렬했다. 전례 없는 액션 영화가 나왔다.
민 감독은 "'나는 왜 주춤하고, 사람들은 불가능하다고 여길까. 왜 우리는 이런 영화를 본 적 없을까?’를 생각했다"고 말했다.
물음표는 느낌표가 됐다. 그는 "결국 장르적 쾌감과 드라마가 얽힌 독특한 영화를 만들어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영화 ‘파과’ 측이 지난 24일 서울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민규동 감독, 배우 이혜영, 김성철, 연우진, 신시아가 참석했다.
'파과'는 액션 영화다. 레전드 킬러 '조각'(이혜영 분)과 그를 쫓는 미스터리한 킬러 '투우'(김성철 분)의 핏빛 대결을 그렸다.
민 감독은 기획 단계에서부터 걱정이 앞섰다. 노년의 여성 킬러 설정을 관객이 납득 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주변 관계자들도 만류했다.
그는 "60대 여성 킬러가 등장하는 액션 느와르물이라 생각했을 때,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며 "여러 가지로 모두가 만류할 것 같았다"고 털어놨다.
고민은 쾌감으로 번졌다. "이렇게 생각하는 순간, 굉장한 무기가 생겼다”며 “상실을 딛고도 살아가야 하는 이유, 성장과 회복, 삶의 의지를 담아낼 수 있겠더라”고 설명했다.
‘파과'는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영화는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교차 편집으로 이어진다. 40년이라는 세월의 흐름을 2시간 안에 풀어내야 했기 때문.
민 감독은 "소설과는 다른 리듬으로 가져갈 수밖에 없었다”며 “현재 시점에서 과거의 이야기를 필요한 지점에 등장 시켰다. 독특한 연출 방식을 취했다"고 말했다.
원작에 가장 충실했던 부분은, 결말의 액션신. "'조각'은 한때 전설이었지만, 현재는 퇴물 취급을 받는다"며 "여전히 전설적인 전투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구현해야 했다"고 짚었다.
이어 "30대 젊은 '투우'와 부딪혀서 힘에서는 밀린다. 그러나 공간과 지혜를 활용한 방식으로 대결하는 모습을 영화에 표현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혜영이 60대 킬러 '조각'을 연기했다. '조각'은 40여 년간 벌레 같은 인간들을 방역해 왔다. 살아있는 전설로 불리지만, 점차 퇴물 취급을 받는다.
이혜영은 "그녀의 능력과 힘에 끌렸다. (조각을) 남들이 전설이라고 부르는 힘의 원천은 뭘까, 수수께끼 같은 힘에 대해 생각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늙었다, 폐기물이다'라는 것은 말에 불과하다”며 “한 인간으로의 조각을 보여주려 했다. 늙은 여자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김성철은 20년 동안 조각을 쫓은 미스터리 킬러 '투우'를 맡았다. 당당하고 패기 넘치는 인물. 조각과 목숨을 건 최후의 대결을 펼친다.
그는 "(조각을) 찾았지만 날 못 알아보는 증오와,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을 느끼는 캐릭터”라며 “조각이 투우를 바라보는 시선도 부정적이기에 더 상처를 받는다"고 설명했다.
연우진은 수의사 '강 선생'으로 분했다. '조각'의 정서를 뒤흔드는 인물. 신시아는 어린 조각 '손톱' 역을 연기한다. 짧은 등장에도 강렬한 액션을 선보였다.
러닝타임 내내, 격렬한 액션이 이어졌다. 그 중심에 선 건, 60대 여성 킬러다. 민 감독은 "이 설정이 납득이 가야 하는데, 실제로 구현하는 게 가능할까 싶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이혜영은 '조각'을 완벽하게 소화했다. 서슴없이 상대의 목에 칼을 꽂는다. 허공에 몸을 날리고, 구르기도 한다. 그럼에도, 눈빛은 한 치의 흔들림이 없다.
이혜영은 "막상 액션을 시작하려고 하니까 부상을 많이 입었다. 그래도 저의 본 모습보다 훨씬 능력 있는 여성으로 그려졌다"고 만족했다.
결말 액션신에 모든 에너지를 쏟았다. 김성철은 "조각과 투우의 빌드업이 중요했다. 마지막에 에너지가 응축돼서 터져야 했다. 이 장면을 찍고 감독님, 선생님과 함께 오열했다"고 떠올렸다.
관전포인트는 '조각'과 '투우'의 묘한 관계성이다. 이들은 물리적 충돌을 넘어, 감정적 충돌까지 겪는다. 결말로 치달을수록, 갈등은 폭발한다.
민 감독은 "두 사람의 관계는 익숙한 단어로 규정하기 어려운 종류의 감정이 아닐까 싶다”며 “둘의 조합은 마치 거울을 보는 듯한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결국 서로를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관계다. 비극적인 운명의 닮은꼴, 새로운 삶의 이정표로써 두 인물이 합쳐진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김성철은 "사랑과 증오라는 감정으로 접근하지 않았다. 1차원적 감정으로 동력이 생기는 게 아니었다. (조각을) 찾겠다는 목표가 '투우'를 움직이게 한 것"이라고 말했다.
'파과'는 액션물이지만, 삶을 관통하는 통찰력을 담았다. '늙음'과 '인간의 쓸모', '존재 이유'에 대한 유의미한 질문을 던진다.
민 감독은 "복수와 화해라는 외피가 있지만, 나이가 들어서도 자신의 가치와 쓸모를 찾아가는 삶의 의지를 그리고 싶었다"고 의미를 짚었다.
신시아는 "각자의 크고 작은 상실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파과'를 보고 또 다른 희망을 얻게 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감독의 디테일은 엔딩에서도 드러났다. OST '조각'을 민 감독이 직접 작사한 것. 투우가 조각에게 바치는 노래다. 김성철이 가창했다.
'파과'는 오는 30일 개봉한다.
<글=박수연 인턴기자(Dispatch), 사진=정영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