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정태윤기자] 종이비행기. 누구나 접어봤고, 누구나 날려봤다. 그런데 어떤 종이로 어떻게 접느냐에 따라 속도와 시간, 거리와 높이가 달라진다.
'위플레이'를 찾는 친구들은, 그 차이를 안다.
"아이들은 날려보고, 꺾어보며 스스로 답을 찾습니다. 수직꼬리날개 윗부분(러더)을 접으면 방향이 바뀌고요. 수평꼬리날개 안쪽(엘리베이터)을 접으면 상하로 전환되죠. 아이들은 조금씩 mm를 바꿔가며 자신만의 비행기를 만들어요." (김영준)
'위플레이', 종이비행기 국가대표 선수들이다. '멀리 날리기' 대표 김영준, '오래 날리기' 대표 이정욱, 그리고 '곡예비행' 대표 이승훈. 이들은 종이비행기를 (이색) 스포츠로 끌어 올린 주역이다.
'디스패치'가 지난달 24일, 페이퍼 어드벤쳐(무해월드)에서 '위플레이'를 만났다. 아이들은 플레이존이 열리자, 비행기보다 빠른 속도로 달려갔다. 각자 만든 종이비행기를 들고 있었다.
◆ 시작 | "우리는 국가대표다"
이정욱 선수는 서강대 신방과를 졸업했다. 이승훈 선수는 동국대 전기전자공학과, 김영준 선수는 중앙대 체육교육과를 나왔다. 고향도, 학교도, 나이도 다른 이들의 공통점은 종이비행기.
먼저, 이정욱 선수의 이야기다.
"저는 시골에서 자랐어요. 강물에 조약돌을 던지고, 하늘에 비행기를 날리며 놀았어요. 중학교 2학년 때 '기네스북' 오래날리기 방송을 보고 종이비행기에 더욱 빠졌습니다. 비행기 원리를 이해하려고 항공역학 책도 읽었죠."
2014년, 이정욱 선수는 언론고시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때, 종이비행기 세계대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가 가장 먼저 한 것은 졸업 연기. 동시에 언론고시 책도 덮었다.
"세계 대회 주최사인 '레드불'에 연락했습니다. 당시 한국 지사는 종이비행기에 대한 이해도가 없었죠. 워크샵을 따라다니며 종이비행기를 설명했습니다. 그렇게 한국 예선 개최를 도왔어요."
2015년, 한국대표 선발전이 열렸다. 종목은 멀리 날리기, 오래 날리기, 곡예비행. 이정욱, 김영준, 이승훈 선수가 해당 종목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대한민국 종이비행기 국가대표가 된 것.
그 인연이, 지금의 '위플레이'로 이어졌다.
이정욱은 다큐PD가 아니어도, 세상과 소통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이승훈은 종이비행기를 연구하는 것도 (공학도의) 과학이라 생각했다. 김영준은 체육 교사가 아니어도 아이들을 건강하게 가르칠 수 있다고 믿었다.
"우리는 직업이 아닌 꿈을 좇았습니다. 다큐 PD가 아니어도, 공학도가 아니어도, 체육 선생님이 아니어도, 소통하고 개발하고 교육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죠." (위플레이)
◆ 과정 | "취미를 보급하자!"
그저, 종이비행기 하나로 뭉쳤다. 멀리 날리고, 오래 날리는 게 목표가 아니다. 추구하는 가치가 같았다. 한 곳을 바라보며 비행기를 날린 것.
김영준 선수는 "어린 시절부터 다짐한 게 있었다. 사람들을 긍정적인 영향력으로 돕고 싶었다"면서 "종이비행기가 꿈을 이루는데 적합할 것 같았다"고 말했다.
"3명 모두 추구하는 가치가 같았습니다. 당장 돈을 벌자는 게 아니었습니다. '좋아하는 것을 하자'. 종이비행기를 사랑하니까… 종이비행기를 놀이문화의 영역으로 끌어 올리고 싶었습니다." (이정욱)
궁극적인 목표는, '취미와 취향을 보급하자'.
이승훈 선수는 싱가포르에서 중고등학교를 나왔다. 그곳에선 집에 있는 시간보다 밖에서 노는 시간이 더 많았다. 다양한 액티비티 덕분이었다.
"한국은 초중고 내내 공부 위주의 생활만 하더라고요. 다양한 활동의 장이 없다는 걸 느꼈습니다. 밖에서 뛰어놀 수 있는 놀이가 없을까. 취미를 만들고, 또 보급하고 싶었습니다." (이승훈)
이정욱은 항공역학을 (따로) 공부했다. 종이비행기도 결국 비행기. 항공 원리를 접목시켰다. 이승훈은 기체 개발에 공학적 지식을 활용했다. 김영준은 교육학 전공을 살려 체계적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세계대회에 들고 간 기체는 전부 자체 개발한 겁니다. 함께 연구하고, 응용하고, 보완하며 다양한 기체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이를 공유했습니다. 누구나 만들 수 있도록." (이승훈)
◆ 발전 | "문화를 확산하자"
"아이들이 이렇게 집중해서 무언가를 보고 만드는 모습을 처음 봤습니다." (학부모 A씨)
'위플레이'가 학부모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말이다. 숏폼 콘텐츠에 익숙해진 아이들. 긴 영상을 보는 것뿐 아니라 긴글을 읽는 것도 어려워 한다.
"요즘 친구들이 오랜 시간 한 곳에 몰입하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가끔 들어요. 그런데 위플레이(종이비행기) 영상은 보면서 만들어야 하니까 열중할 수 밖에 없죠." (이정욱)
'위플레이'는 또한 아이들을 밖으로 이끌어냈다. 종이비행기를 날리면서 자연스레 과학에 대한 이해도도 높인다. 일례로, 공기저항을 줄이는 방법을 (만들면서) 터득하는 것.
투창형 비행기를 예로 들어보자. 가장 중요한 것은 빠르기다. 단, 종이비행기는 항상 일직선으로만 나르지 않는다. 누가 만든 투창형 비행기가 가장 빠를까?
이승훈은 "속도와 속력의 개념을 (영상에서) 설명한 적이 있다"면서 "종이비행기를 날리면서 이동 거리, 변위, 속력, 속도 등의 물리 개념을 체험하길 바랐다"고 전했다.
"단순히 종이비행기를 보여주고 끝내는 게 아닙니다. 저희는 소스를 제공할 뿐이죠. 그러면 아이들이 각자 방식으로 변형시킵니다. 이를 개발이라 합니다. 그렇게 수백, 수천 개의 다양한 비행기가 탄생하죠." (김영준)
◆ 미래 | "종이비행기는 시작일 뿐"
'위플레이'는 스타트업 회사로 출발했다. 그러나 '돈을 많이 벌자'가 목적은 아니었다. '좋아하는 것으로 문화를 만들자'가 최우선 목표였다. 그게 바로, 종이비행기다.
이정욱은 "대부분 '될' 만한 아이템을 가지고 창업을 시작한다"면서 "그런데 우리는 출발점이 조금 달랐다. 좋아하는 걸 (사업이) 되게 만들자는 창업이었다"고 설명했다.
"서로 좋아하는 게 확고했어요. 그래서 그걸 통해 돈을 버는 방법을 찾아 보려 했고요. 솔직히, 돈만 생각했으면 종이비행기를 창업 아이템으로 생각하진 않았을 겁니다." (이정욱)
좋아했고, 그래서 꿈꿨다. 이제는 종이비행기를 시작으로, 취미의 다양화를 바라본다. '위플레이'의 꿈은 거창한 게 아니다. 아날로그의 힘. 올드한 놀이도 새로운 문화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이승훈은 "단 한 번도, 회사가 엄청나게 잘 되는 것을 꿈꾼 적은 없다"며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을 더 잘하고 싶을 뿐이다. 그게 우리의 꿈이자 지향하는바"라고 강조했다.
'We Play', 누가 더 멀리, 누가 더 오래 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다. 함께 놀고, 성장하며, 잠재력을 찾아나가길 꿈꾼다.
위플레이의 이야기는, 이제 시작일 뿐.
"종이비행기는 저희 꿈의 시작점입니다. 이걸 통해 아이들이 (잠시나마) 즐겁게 뛰어놀길 바랍니다. 본인의 가치로 선한 영향력을 펼칠 수 있는 출발점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김영준)
<사진=이호준 기자, 동행 | 상지초 임태윤 파일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