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김지호기자] 르세라핌은 콘셉트가 명확한 그룹이다. 팀을 상징하는 말은 '아임 피어리스'(두려움이 없다). 일명 '독기' 서사가 강렬했다.
이번에는 역대 가장 새로운 변신이다. 데뷔 후 처음으로 '사랑'을 노래했다. 레트로하면서도 빈티지하고, 러블리한 무드도 소화했다. 동작에도 부드러움을 추가했다.
흥미로운 건, 그러면서도 정체성을 유지했다는 것. "결말을 알 수 없을 지라도, (두려움 없이) 모든 걸 불태우겠다"고 외친다. 팀 컬러의 영리한 변주다.
르세라핌이 14일 오전 11시, 서울 광진구 예스24홀에서 5번째 미니앨범 '핫' 컴백 쇼케이스를 진행했다. 앨범을 직접 소개하고, 작업 비하인드를 전했다.
◆ 이지, 크레이지, 그리고 핫
'핫'은 지난 2023년부터 기획한 3부작 앨범의 마지막이다. 미니 3집 '이지', 미니 4집 '크레이지', 그리고 '핫'이다. 총 5곡의 '핫'한 곡들을 수록했다.
채원은 "요즘 시니컬하고 쿨한 게 멋지다는 사람들이 많지 않냐"며 "우리는 오히려, 사랑에 몰입하고 모든 걸 불태우겠다는 태도가 멋지다 느낀다. 그 태도를 담았다"고 소개했다.
윤진은 "각 곡마다 사랑하는 것에 뛰어들고, 불태우고, 증명한다"며 "결과가 어떻든 망설이지 않고 온 마음을 다하는 애티튜드를 노래했다"고 설명했다.
르세라핌은 자전적 이야기를 음악에 담는 그룹이다. 이번에도 마찬가지. 은채는 "이지와 크레이지를 하면서 느꼈던 저희의 심정과 경험을 바탕으로 신보 메시지가 완성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지에선 내면 속 불안감과 고민을 노래했다. 크레이지에선 '고민하지 말고 미쳐보자'고 말했었다"며 "핫에서는 '결말을 모르더라도 불태워보자'고 이야기한다"고 전했다.
채원도 "저도 결과에 상관없이 해보고 싶은 건 꼭 해보고 후회하는 스타일이다"며 "그런 점에서 (앨범 메시지와) 잘 맞았다"고 공감했다.
◆ "핫한데, 차갑다"
이날 르세라핌은 '핫'을 처음으로 선보였다. 한 마디로, 새로웠다. 우선 비주얼부터 매혹적이었다. 다크 강렬 대신, 보헤미안 빈티지 콘셉트로 힘을 뺐다.
노래도 귀에 착 감겼다. 록과 디스코를 결합한 멜로디가 인상적이었다. 역대 가장 대중성이 강한 느낌. 멤버들은 격정적이고 뜨거운 보컬로 노랫말을 소화했다.
김채원은 "핫이라는 제목과 달리, 서정적인 멜로디가 의외"라며 "지금까지 선보인 타이틀 곡과 색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포인트는 이중적인 매력이다. 허윤진은 "정적이면서도 다이나믹하고, 차가우면서도 뜨거운 노래다. 타오르는데, 어딘가 꺼져가는 듯한 아련함이 있다"고 미소지었다.
여기에 열정을 더했다. 카즈하는 "핫을 처음 들었을 때, 시원한 바람 맞으며 드라이브하는 느낌이 떠올랐다. 힘차며 아련한 청춘 같은 분위기"라며 "우리 팀과 잘 어울린다 생각했다"고 밝혔다.
카즈하는 "멜로디가 서정적이다. 그런데 전체적으로 축 처져도 안 되고, 발랄한 느낌도 어울리지 않았다"며 "그 중간을 찾는 게 어려웠다"고 회상했다.
◆ "부드러운데, 파워풀하다"
퍼포먼스 역시 눈길을 끈다. 한 곡 안에서 2가지 느낌을 냈다. 르세라핌의 전매특허 파워풀과, 부드러움을 동시에 살렸다. 장점을 유지하며 스펙트럼을 넓혔다.
채원과 홍은채는 "재킷을 치는 듯한 동작, 문워크 등이 포인트 안무"라고 짚었다. 이어 카즈하가 시범을 보였다. 재킷을 양 손으로 번갈아 치고, 이어 문워크를 했다.
쉬워 보이지만, 쉽지 않다. 은채는 "문워크가 어려웠다. 연습실 입구부터 끝까지 문워크 연습을 했다"며 "마지막 동작도 고개(허리)를 젖혀 유지하며 끝난다"고 말했다.
채원도 "파워풀하고 멋진 안무였다. 특정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음악이 주는 분위기 그대로를 표현하고 싶었다"며 "표정과 애티튜드(제스처) 등을 많이 연구했다"고 전했다.
같은 동작도, 멤버별로 다른 느낌을 냈다. 각 멤버의 개성을 디테일하게 살린 것. 사쿠라는 "은채와 제가 같은 구간을 1, 2절 나눠서 맡았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사쿠라는 "다른 느낌을 보여드리고 싶어서, 저는 그 구간에서 그대로 앞을 본다. 그 때 은채는 시선을 내리는 식으로 디테일하게 연습했다"고 예를 들었다.
◆ "이 사랑이, 핫하다"
르세라핌은 지금, "내가 나로 살 수 있다면, 재가 된대도 난 좋아"라고 노래한다. 이 사랑의 의미는 포괄적이다. 팀, 음악, 그리고 나, 너(팬들) 등을 아우른다.
허윤진은 "꼭 남녀간의 사랑을 말하는 건 아니다"며 "내가 사랑하는 일, 취미, 아직 불완전한 내 모습, 날 사랑해주는 사람, 대상 등이 다 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이 앨범은, 그래서 르세라핌의 현재다.
사쿠라는 "저는 원래 과정보다 결과를 중요시하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르세라핌으로 데뷔하며 결과보다 과정이 더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고 털어놨다.
"결과라는 건, 제 손을 떠난 순간의 평가라고 생각합니다. 그건 제가 바꿀 수 없는 부분이에요. 하지만 과정은 그 순간 최선을 다하면 바꿀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 앨범의 이야기와 같아요." (사쿠라)
"이 팀을 사랑합니다. 팬 분들이 있기에 좋은 무대를 설 수 있고, 새로운 것을 보여드릴 수 있어요. 이 앨범을 통해 그런 '핫'한 태도를 보여드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카즈하)
"개인적으로 사랑하기 위해 살아간다기보다, 살아가기 위해 사랑한다고 믿습니다. 이 팀을 너무 사랑하고, 응원해주는 분들을 사랑하고, 이 일 자체를 사랑합니다. 그래서 살아갈 힘이 납니다. 그 감정으로, 이 앨범에 임했습니다." (허윤진)
한편, 르세라핌은 이날 오후 1시 '핫'을 발매한다.
<사진=송효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