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비상계엄 발표·2시간 30분 뒤 국회 '무효 가결'
시민단체 긴급 호소문에 5·18민주광장 뛰어나간 시민도
(광주=뉴스1) 최성국 이수민 박지현 기자 = "세상이 뒤바뀌는 충격과 공포의 밤이었습니다."
3일 밤부터 4일 새벽 사이 윤석열 대통령이 긴급하게 '계엄선포'를 내렸다가 국회가 '계엄 해제안'을 가결하는 등 1980년대를 방불케하는 급작스러운 상황이 터져나오면서 시민들은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윤 대통령은 전날 오후 10시 27분쯤 비상계엄을 선포했고, 즉각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을 사령관으로 하는 계엄사령부가 국방부 영내에 설치됐다. 그러나 비상계엄 선포 2시간 30여 분 만인 이날 새벽 국회에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가결됐고 윤 대통령은 계엄선포 6시간 만에 이를 해제하고 계엄사를 철수시켰다.
시민들은 대통령의 긴급 기자회견, 가결안 투표를 위해 국회로 달려가는 의원들의 상황, 계엄사령부의 국회 출입통제 시도, 각 부처별 긴급소집을 실시간으로 지켜봐야만 했다.
시민 윤 모씨(35·여)는 "광주는 1980년대 비상계엄령으로 아픈 기억이 있는 도시로 가족들과 밤 내내 충격과 공포에 떨었다"며 "처음에는 가짜뉴스인 줄로만 알았는데 TV를 켜고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 이게 말이 되냐"고 호소했다.
김 모씨(33·여)는 "잠들기 직전에 속보가 뜨더니 카톡 알람음이 미친 듯이 울렸다. 국제 정세가 심각한 터라 우리나라도 전쟁이 난 줄 알았다"면서 "비상계엄을 해제할 수 있는 국회의원들이 본회의 전 잡혀가는거 아닌지 걱정이 커 잠을 자지 못했다"고 말했다.
비상계엄 발령 후 시민단체의 '광주시민들께 드리는 긴급 호소문'을 보고 광주 5·18민주광장으로 발걸음을 옮긴 시민들도 있었다.
윤석열퇴진 시국대성회 추진위원회는 '광주 시민 여러분,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독재자와 맞서 싸워야 한다. 피 흘려 지켜온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을 지켜내자'는 호소문을 시민들에 발송했다.
5·18민주광장에서 만난 최 모씨(51)는 "자다깨 본 충격적인 소식은 대한민국이 완전히 과거로 회귀한 것과 같았다"면서 "뉴스와 시민단체 호소문을 보고 한 손이라도 보태기 위해 광장으로 달려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여기가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 배경이 아니냐.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 수상을 한 게 엊그제인데 갑자기 계엄이라니 아직도 믿기질 않는다"고 토로했다.
광주시·전남도를 비롯한 각 기초의회도 밤새 간부들을 비상소집해 비상계엄 연석회의를 개최하고 뜬눈으로 대책을 마련했다.
강기정 광주시장과 5개 구처장, 시민사회대표, 종교단체, 대학총장은 '비상계엄 무효 대책회의'를 진행해 관련 대책을 논의했다.
김영록 전남도지사는 4일 SNS를 통해 "이번 비상계엄 조치는 당혹스럽고 참담하기 그지 없다"며 "민주주의가 참혹했던 1980년 그 이전, 군사정권 시절로 후퇴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세계 10위 대한민국 국정을 비상계엄으로 책임질 수 없다. 국민들의 피와 땀으로 만들어진 대한민국과 민주주의를 우리 손으로 지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윤 대통령은 긴급담화를 통해 "북한 공산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종북반국가 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라고 밝혔다.
최성국 기자 (stare@news1.kr),이수민 기자 (breath@news1.kr),박지현 기자 (war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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