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 | 싱가포르=정태윤기자]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얼굴이라고 자신있게 말씀드리겠습니다." (김정현)
배우 설경구와 박은빈은 각각 연기 경력 32, 29년차다. 수많은 얼굴을 연기했다. 그런 두 사람이 처음 보는 얼굴을 꺼낸다. 본적 없는 사제지간을 연기한다.
트레일러부터 강렬했다. 설경구는 안경을 쓰고 차가운 의사로 변신했다. 박은빈은 천재 의사에서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진 의사를 연기한다. 날카롭게 신경질을 내고 본능적으로 움직였다.
디즈니 플러스 '하이퍼나이프' 측이 21일 싱가포르 마리나베이 샌즈 엑스포 & 컨벤션 센터에서 아태지역 오리지널 콘텐츠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배우 설경구, 박은빈, 김정현 감독이 자리했다.
'하이퍼나이프'(극본 김선희, 연출 김정현)는 메디컬 스릴러다. 촉망받는 천재 의사였던 세옥(박은빈 분)이 자신을 나락으로 떨어뜨린 스승 덕희(설경구 분)와 재회하며 펼치는 치열한 대립을 담았다.
박은빈은 "처음 대본을 읽었을 때 캐릭터 설정과 전체적인 구성이 흥미로웠다. 언젠가 의사 역할을 꼭 해보고 싶었다. 트레일러는 아주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더 많은 이야기가 담길 것"이라고 자신했다.
박은빈은 주로 선한 역할을 맡아왔다. 이번엔 180도 다르다. 본능에 맡겨 움직였다. 그는 "세옥을 준비하면서 머리로 생각하지 않고 그때그때 순간에 충실했다. 감정적인 폭발을 본능적으로 일으키겠다는 마음으로 임했다"고 말했다.
설경구와는 본 적 없는 사제지간을 보여준다. 존경은 사라지고, 치열하게 대립했다. 스승과 제자가 아닌, 서로를 뛰어넘어야 할 상대처럼 뜨겁게 부딪혔다.
설경구는 "사제지간이라 생각하면 이해하기 어렵다. 세옥은 스승에게 저렇게 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달려든다. 그래서 사람 대 사람으로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 모습들이 시청자들에게 충격적으로 와닿을 수도 있을 것 같다. 덕희가 세옥을 사제지간이 아닌 사람 대 사람으로 받아들인다고 생각해 달라"고 전했다.
박은빈은 "대본에서부터 오묘했다. 머리로 이해하기엔 감정이 필요하고, 감정으로 읽기엔 극단을 오간다. 기이하다고 느꼈다. 연대를 하면서 증오하고, 그 끝에는 닮아 있다"고 해석했다.
그는 "이 드라마는 왜 그러는지에 대해서 정답을 추론하는 작품이 아니다"며 "관계와 심리 변화를 같이 체험해 주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임했다"고 설명했다.
김정현 감독은 "관계에서 나온 갈등과 대비를 통해 설명적인 메시지를 주려 하지 않았다. 낯설고 새로운 모습 그 자체로 봐주시길 바랐다"며 "두 배우의 연기를 보면, 공감할 수 있는 지점이 나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두 배우의 연기에 답이 있다는 것. 김 감독은 "두 사람이 카메라 앞에서 연기하는 모습을 다른 작품들을 통해 확인하셨을 테지만, '하이퍼나이프' 속의 연기는 본 적 없는 얼굴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박은빈은 "촬영하는 내내 다양한 감정을 겪어 즐거웠다. 시청자분들도 '하이퍼나이프'를 보시면서 새로운 감각들을 느껴보셨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한편 '하이퍼나이프'는 내년 3월 공개된다.
<사진출처=월트 디즈니 컴퍼니, 디스패치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