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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그림자까지, 계산했다"…송연화 감독, '이친자'의 연출법

[Dispatch=이명주기자] '용두용ㅁ'는 이뤘다. 숨 막히게 달려온 끝에, 모음 'ㅣ'만 남았다.

MBC-TV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극본 한아영, 연출 송연화)가 오는 15일 10회를 끝으로 종영한다.

올해 최고의 스릴러물로 떠올랐다. 수많은 '미친자'('이토록 친밀한 배신자'에 몰입하는 시청자들을 일컫는 말)들을 배출했다.

N차 시청 열풍까지 불렀다. 넷플릭스, 쿠팡플레이 등 다수 OTT에서 국내 1위에 올랐다. 반전을 거듭하는 스토리와 배우들의 호연, 완벽에 가까운 미장센, 몰입감 넘치는 음악 등이 시청자들을 매료 시켰다.

'용두용미'를 넘어 '인생 드라마'로 각인될 수 있을까. 송연화 감독은 "(최종회는) 궁금해하셨던 부분들이 담긴 회차"라며 "떡밥이 모두 회수된다"고 자신했다.

"시청자들 사이에 물음표로 남아 있는 부분들이 있을 거예요. 그게 느낌표로 바뀌는 회차가 될 겁니다."

'디스패치'가 최근 송연화 감독을 만났다. 치열하게, 전력을 다했던 작업의 과정을 들었다.

◆ 누가 배신자일까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는 부녀 스릴러다. 대한민국 최고의 프로파일러 아빠가 딸에게 의심을 품는 데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도 그럴 게, 딸이 여러 건의 강력 사건에 얽혀 있다. 경찰을 상대로 능청스럽게 거짓말도 한다. 그럴싸한 알리바이까지 마련해뒀다.

의심하지 않고는 못 배길 만큼 상황을 몰아간다. 그러고는 이내 뒤통수를 때린다. 수상한 행동엔 다른 이유가 있었다는 식이다.

아빠 장태수(한석규 분)의 시선을 따라가던 시청자에 한 방 먹인다. 극이 진행될수록 묘한 감정을 극대화한다. 이 가족을 덮친 비극은 '사람'이 아니라 '의심'이 아닐까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송연화 감독은 "기본적으로 가족의 이야기"라며 "가장 가까운 타인에 대해 얼마나 제대로 알고 있을까 하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야기 진행 방식에 주제를 담았어요. 극 초반부 하빈이는 이상한 애 같은데 중반부엔 연민을 느끼시는 분들이 많잖아요. 시점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는 걸 표현하려고 했습니다."

작품 제목에도 의도를 숨겨뒀다.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배신자의 대상이 달라진다. 송연화 감독은 "(배신자는) 태수뿐 아니라 모두에게 해당되는 단어"라고 해석했다.

"태수 입장에서 보면 자신이 배신자 아닐까요. 본인이 살았던 삶에 대한 후회, 어리석었던 삶을 깨닫는 순간 그런 감정을 느끼지 않을까 싶었어요."

◆ 소통하지 않는 부녀

원작은 한아영 작가가 쓴 '거북의 목을 노려라'다. 지난 2021년 MBC 극본 공모에 출품해 우수상을 받았다.

촬영 전 스토리를 보다 짜임새 있는 만드는 데에 집중했다. 장기간에 걸쳐 고치고 또 다듬었다. 기획 담당 PD와 1년간 개발 작업을 거쳤다. 이후 송연화 감독이 합류, 반 년 넘게 대본 수정에 매달렸다.

그는 "이야기가 전체적으로 굉장히 많이 바뀌었다. 회사 내에서 길게 작업하는 게 쉽지 않은데 양해해 주셔서 숙성될 수 있는 기간이 있었다"고 만족해했다.

덕분에 강력한 내러티브를 가진 작품이 만들어졌다. 서로를 믿지 못하는 부녀를 전면에 내세웠다.

아빠는 팔을 다친 딸에게 '할머니를 집으로 부른 저의'를 묻는다. 딸 역시 엄마의 죽음에 아빠가 개입했을 가능성을 따진다.

송연화 감독은 "부녀 사이의 긴장감이 되게 좋았다"면서 "둘이 대화를 하는데 너무 팽팽해서 그 지점이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부녀 스릴러) 설정도 흥미로웠다"고 돌아봤다.

이들의 모습을 통해 보편적인 이야기를 풀고자 했다. "태수가 정작 중요한 질문은 하지 못한다. 하빈이도 질문받을 때까지 대답 안 하지 않나.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라 덧붙였다.

"보시는 분들은 '왜 저래? 그냥 말하면 되잖아'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게 이들 관계의 주요 문제점 중 하나에요. 사실 이런 가족 많거든요. (서로에게) 중요한 걸 말하지 못하죠. 드라마의 주제와 맞닿아 있는 부분입니다."

◆ 대칭점에 선 관계들

때깔 좋은 연출도 작품의 인기 원동력 중 하나다. 송연화 감독은 카메라 구도를 비롯해 조명, 소품 등을 효과적으로 배치했다. 스토리보드를 사전 제작해 현장 상황에 맞게 활용했다.

일례로 3회 그림자 연출. 빛과 그림자를 활용했다. 태수와 하빈 주변으로 1개 또는 2개의 그림자를 넣었다. 보는 이에 따라 여러 해석이 가능하도록 구현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빛과 그림자는 촬영의 기본 요소이고 제일 좋아하는 부분"이라며 "(두 인물을 감싸는 그림자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해석의 여지를 주고 싶었다"고 첨언했다.

태수의 뒷모습을 보여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송연화 감독은 "감정이 세밀할수록 '무슨 표정을 짓고 있을까' 상상하게 만드는 게 더 재밌지 않을까" 연출 의도를 전했다.

각각의 공간에 캐릭터성 또한 부여했다. "일반적인 드라마에선 집을 따뜻하게, 직장이 차갑게 묘사된다. 근데 태수 시점으로는 바뀌어 있다"고 말을 이었다.

"(태수에게) 경찰서는 굉장히 익숙한 공간이고 답을 아는 곳이죠. 의도적으로 조명을 밝게 설정했어요. 반면 집은 미지의 공간이거든요. 알 수 없는 느낌을 살리려고 거의 불을 안 키는 수준으로 어둡게 갔어요."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에는 대칭을 이루는 미장센도 수차례 나온다. 그는 "혈육 관계지만 대척점에 놓여 있는 사람들, 비슷해 보이지만 다르게 작동하는 인물들이 꽤 있었다. 화면 안에 의도적으로 표현하고자 했다"고 소개했다.

"개인적으로 그런 요소(화면을 뜯어보는 재미)를 넣는 걸 좋아하는데요. 드라마를 보는 데에 있어 아름다움과 시각적인 재미도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 배우의 이상향을 만나다

무엇보다 배우들의 연기 시너지가 기폭제 역할을 했다. 한석규를 필두로 채원빈, 오연수, 유오성, 윤경호, 한예리, 노재원, 최유화 등이 열연을 펼쳤다.

특히 한석규가 아닌 태수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다. 송연화 감독은 "사회성 떨어지고 모가 난 사람이 무너지는 게 공감이 될까 고민이 많았는데 한석규 이미지 힘이 컸다"고 평가했다.

"배우 입장에서 신인 작가, 신인 연출자 작품을 선택하긴 쉽지 않거든요. 한석규 선배가 흔쾌히 캐스팅 제안에 응해주셔서 첫 단추가 꿰진 셈이었죠."

한석규와의 첫 미팅 당시를 떠올리기도 했다. "캐스팅 확정 전이었는데도 기분이 너무 좋았다. 일기장에 '내가 꿈꾸던 배우의 이상향 같은 사람을 만난 것 같다'고 썼다"며 웃었다.

"이런 배우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됐어요. 작품을 대하는 태도나 배우의 본질에 대해 고민하시는 게 정말 멋있었죠. 영광을 넘어 즐거웠고 배운 게 많았습니다."

오연수와 유오성, 한예리는 각각의 캐릭터를 구체화하는 데 도움을 줬다. 그는 "이분들이 갖고 있는 경험이나 감정이 극 자체에 표현이 되더라. 캐릭터가 더욱 확고해졌다"고 말했다.

윤경호를 비롯한 강력 1팀 배우들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현장 리허설을 하면 1, 2, 3안까지 미리 준비해왔다. 작품에 대한 애정으로 훨씬 풍성한 신들을 만들어주셨다"고 전했다.

채원빈과 김정진, 유의태, 한수아 등 신인들이 주목받게 된 것과 관련해서는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송연화 감독은 "열심히 하는 걸 옆에서 보지 않았나. 재능 있는 친구들인데 드라마 환경에서 빛을 발했다면 연출자 입장에서 너무 기쁜 일"이라고 미소 지었다.

마지막으로 그는 "숨도 안 쉬고 보는 1시간을 만들고 싶었다. 기대했던 것보다 더 많은 애정과 관심 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배우들과 스태프 모두 진심을 다해, 최선을 다해 만든 작품이라고 자부합니다. 마지막 회까지 열심히 잘 만들었으니까요. 즐겁게 봐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사진제공=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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