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김다은기자] 유아인의 5차 공판 핵심은 그의 의료용 마약류 투약 이유였다. 정신과 주치의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유아인의 우울증과 불면증, 공황장애 등 진료 상황을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재판장 지귀연 부장판사)는 14일 유아인에 대한 5차 공판을 열었다. 유아인은 프로포폴 상습 투약, 타인 명의 수면제 불법 처방 매수, 대마 흡연·교사, 증거인멸 교사 등 혐의로 기소됐다.
유아인은 검은색 정장을 입고 법원에 등장했다. 취재진에겐 "(드릴 말씀은) 지금껏 알려진 것과 같다. 매번 긴 말씀 못 드려 죄송하다"고 말했다. 유아인 지인 최모 씨는 미리 자리했다.
이날은 의사 2명이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었다. 유아인에게 의료용 마약류를 처방해 준 의사들이다. 먼저 오모 씨는 변호인과 동석했다. 황모 씨는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고, 판사는 과태료 300만 원을 부과했다.
재판은 2시간 이상 진행됐다. 오 씨의 증인신문 위주로 검찰 측과 변호인 측의 신문이 치열하게 이어졌다.
◆ 첫 만남
오 씨에 따르면 유아인은 지난 2021년 6월 29일 병원에 처음 내원했다. 검사가 경위를 묻자, 오 씨는 "수면 장애와 만성적 우울감, 공황증상을 치료하고 싶어했다"고 답했다.
유아인은 우울증과 불면증에 대해 주로 상담했다. 당시 그의 나이는 36살. 오 씨는 "당시 27살부터 우울증 등으로 치료받았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스틸녹스 의존 문제도 털어놨다. 오 씨는 "유아인 본인이 전에 비해 스틸녹스를 많이 먹게 된다고 했다. 스스로 고치고 싶어서 (병원에) 왔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전했다.
유아인의 우울증·불면증·공황장애 상태는 심각한 수준이었다. 오 씨는 "두 번째 방문 때 차트를 보니, 단기 입원을 권했더라. 그런데 (유아인이)스케줄상 불가능하다고 적었더라"고 말했다.
이어 "유아인은 집중력이 떨어진다고도 했다. 드라마 촬영 현장에서 도망치고 싶다고도 했다"며 "죽음에 대한 생각도 하더라. 하루 이틀 된 생각은 아닌 것 같았다"고 떠올렸다.
오 씨는 유아인이 다른 유명인들과는 달랐다고 기억했다. "정신과는 10분 단위로 상담 처방을 한다. 그는 1시간 30분~2시간을 했다. 본인 이야기를 솔직하게 드러냈다"고 말했다.
◆ 환자 엄홍식
유아인은 지난해 2월 6일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에서 소환 조사를 받았다. 사건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기 전까지, 유아인은 오 씨 병원에 총 24차례 방문했다.
검사는 "3년간 피고인을 진료하며 향정신성의약품 처방 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 경고 메시지가 표출된 적이 있냐"고 물었다. 오 씨는 "없다"고 답했다.
의사들이 이용하는 DUR에는 환자의 중복투약 정보가 기록된다. 그러나 해당 서비스 사용은 필수가 아닌 권고 사항. 환자에 대한 모든 기록이 남지 않는다는 한계가 있다.
유아인은 수사과정에서 본인 명의로 총 46회에 걸쳐 1,037정의 스틸녹스를 처방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타인 명의로는 44회 1,120정과 자낙스 30정을 처방받았다.
오 씨는 유아인이 다른 병원에서 스틸녹스를 처방받은 사실을 몰랐다. "만약 그 사실을 알았다면 최대한 끊도록 권유하고 다른 수면약을 대체하도록 격려했을 것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프로포폴 의존 상황도 몰랐다고 강조했다. 유아인 측 변호인이 오씨에 "사건 전 프로포폴 의존 문제를 알고 있었냐"고 질문하자, 오씨는 "스틸녹스만 알았다"고 답변했다.
◆ "유아인도 노력 중이다"
유아인은 수사가 시작되고 재판이 진행되는 현재까지 오 씨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지난해 사건 직후에는 18차례, 올해는 8차례 내원해 약물 치료를 진행 중이다.
유아인은 약물 의존성을 없애기 위해 노력 중이다. 오 씨는 "지속적으로 치료하면서 용량을 줄였다. 수면 조절도 의존성 없는 약을 해보자고 격려 중이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치료 과정도 밝혔다. 오 씨는 "스틸녹스 대신 쿠엔타핀을 쓰고 있다. 100ml 이하일 때 수면 목적으로 쓰이는데, 유아인은 37.5ml 쓴다"면서 "이 용량으로도 조절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우울증 치료도 받고 있다. 오 씨는 "스프라바토 치료도 하고 있다. 코에 뿌리는 약으로 환자가 집에 가져갈 수 없다. 처방 횟수도 줄었다. 전에는 2주 간격이었다면 지금은 한 달에 한 번꼴이다"고 말했다.
이어 "(유아인도)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 사건 이후로 솔직하게 치료 방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전에는 스케줄이 바빠서 드문했다면, 이제는 4주마다 정기적으로 온다"고 알렸다.
유아인의 공판은 지난해 11월부터 이어지고 있다. 다음 달 18일에는 6차 공판이 진행된다. 이날 불참한 황 씨의 증인신문이 진행될 예정이다.
<사진=이승훈기자(Dispa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