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 | 프놈펜(캄보디아)=김소정·송수민기자, 서울=김다은기자]
1. 캄보디아에서 죽으면 안 된다.
2. (왜 죽었는지) 물어도 소용없다. 제대로 대답하지 않는다.
3. 동업자, 파트너, 심지어 경찰까지... 진실에 관심이 있을까.
4. 죽은 자는 말이 없다. 말은, 한인회 관계자가 한다.
5. “(오렌지색) 링거를 맞다가 사망했습니다. 그동안 당뇨로 고생이 많았는데…” P씨.
6. 하지만 링거의 종류는 밝혀지지 않았다.
7. 서세원이 낯선 땅에서 죽었다.
8. 이 기사는 사인을 밝히기 위한 것이 아니다.
9. 캄보디아에서 죽음이 다루어지는 방식에 대한 고발이다.
10. 나아가, 불법으로 유통되는 의약품(프로포폴 등)에 대한 경계다.
11. 지금부터, 캄보디아 현지 르포다. 그곳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12. 서세원이 사망한 프놈펜 미래폴리병원. 그 사이, 간판을 내렸다. 아니, 간판을 바꿨다.
13. 미래폴리병원->포에버 바이오(2층)+NK 바이오(3층). 태극기는 더 강조됐다.
14. NK 바이오는 서세원 의료사업 파트너로 알려진 L씨의 것이다.
(그는 2005년, 훈센 총리 등을 통해 캄보디아 사업권을 수주해 주겠다며 약 90만 달러를 편취했다.)
15. 2023년 4월 28일 오전 11시(현지시간). ‘디스패치’는 프놈펜 경찰서를 다시 찾았다.
16. 현지 경찰은 이번에도 “이미 수사는 끝났다. 위에 보고서를 넘겼다”며 답을 피했다.
17. “현장 압수품은?”, “(오렌지색) 링거는?”, “목격자 진술은?”, “CCTV는?” 등을 물었다.
18. 현지 경찰은 (귀찮다는 듯) 번호 하나를 넘겼다. 상급 기관 담당자 연락처였다.
19. 상급기관 관계자와 통화했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
Dispatch : 수사는 끝났나?
Police : 끝났다.
D : 사인은 무엇인가?
P : 저혈당으로 인한 쇼크사다.
20. 경찰은 사망자의 혈액도 채취하지 않았다.
D : 혈액검사는 했나?
P : 안 했다.
D : 링거를 맞다가 죽었다는데?
P : 더 이상 말해줄 수 없다.
21. 단, 간호사를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는 진행했다.
D : 사망 경위는?
P : 서세원이 간호사 면접을 봤다. 병원에 지분이 있다고 한다. 서세원은 간호사에게 주사를 요청했다.
D : 간호사 주사를 놔줬다?
P : 간호사가 직접 주사를 놓고 집으로 갔다. (집에서) 사망 소식을 듣고, 다시 병원으로 나왔다.
22. 간호사는 어떤 약을 투여했을까. 경찰은 “모른다”며 답을 피했다.
D : 간호사가 주사한 약은?
P : 서세원이 직접 가져온 약이라고 했다.
D : 현장에서 링거를 수거하지 않았나?
P : 의사 연락처를 주겠다. 직접 물어봐라.
23. 한인회 관계자는 CCTV를 복원 중이라고 말했다.
24. 그러나 병원 내부 CCTV는 돌아가지 않았다. (병원 출입구 쪽 CCTV만 작동했다.)
D : 주검을 최초로 발견한 사람은?
P : 현지 남자 직원이 시신을 발견하고 신고했다.
D : 현장 CCTV를 확인했나?
P : CCTV가 있었지만, 전원이 꺼져 있었다.
25. (상급 기관) 경찰은 서세원을 검안한 의사 연락처를 줬다.
26. 오전 11시 31분, 담당 의사와 전화 연결이 됐다. 그는 “유족에게만 정보를 줄 수 있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27. “대사관을 통해 내무부 쪽에 정식 공문을 보내는 방법도 있다”고 덧붙였다.
28. ‘디스패치’는 대사관 공문이 없다. 대신, 텔레그램으로 재차 읍소했다.
29. 오후 12시 1분, 마침내 의사와 연결됐다. 그는 현장에서 수거했다는 약품 종류를 알려줬다.
IV Fluid, Lactated Ringers Injection USP, 1000 ml, LAROSCORBIN 1G 1A, BECOZYME 1A
(이 약품들이 섞이면, 오렌지 색이 될까?)
30. (친절하게) 음성 메시지도 보냈다.
“이 2가지 약을 섞었습니다. 1A는 1앰플을 뜻합니다. 이 두 약은 링거와 함께 사용합니다. 기력을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그러나 서세원은 당뇨를 앓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아마 인슐린을 맞아 체내 혈당이 떨어졌다면 상기 약은 혈당 회복에 도움이 되는 약은 아닙니다. 그래서 저혈당으로 사망했을 겁니다."
31. 캄보디아 의사는 압수품 목록과 참고인 진술(당뇨병)을 바탕으로 ‘저혈당 쇼크사’라는 결론을 내렸다.
32. ‘디스패치’는 캄보디아 수사 당국이 발급한 사망 진단서도 확보했다.
33. 사인은 (예상대로), 당뇨로 인한 심정지(Cardiac arrest due to Diabetes).
34. 캄보디아가 서세원, 아니 한국인의 죽음을 바라보는 방식이다.
35. 그들은 수사를 하지 않는다. 그저, (사건을) 처리했다.
36. 그래서, 의혹은 꼬리에 꼬리를 문다.
37. 미래병원 간호사는 왜 ‘프로포폴’을 언급했을까.
(이 간호사는 사망 당일 ‘디스패치’에 ”프로포폴을 맞았다“고 말했다. 그때, 한인 관계자가 전화를 가로채 “여기는 그런 약품이 없다”며 강하게 부인했다.)
38. 실제로, ‘디스패치’는 미래병원 1층 수납장에서 (뚜껑이 열린) 프로포폴 1병을 발견했다.
39. 게다가, 2층 치료실 쓰레기 봉지에서 프로포폴 주사기도 찾았다.
40. ‘디스패치’는 간호사와 다시 통화를 해야만 했다.
(이미 그녀는 “더 이상 전화를 하지 말라”고 경고한 상태였다.)
41. 프로포폴의 실체를 확인해야 했다. 다시 전화를 걸었다.
42. 간호사는 처음에는 통화를 거부했다. 그러다, 그날의 일을 밝혔다.
Q : 면접을 봤을 당시 상황이 궁금하다.
간호사 : 그 병원에 의사는 없었다. HR(인사) 담당자 1명, (서세원) 운전기사 1명, 사망자, 그리고 병원에 투자했다는 사람 1명이 있었다. 병원에 의사가 없어서 이상했다.
Q : 사망자에게 직접 주사를 했나?
간호사 : 나는 병원에서 내 (주사) 실력을 테스트하는 줄 알았다. 일이 너무 하고 싶었다. 그래서 주사를 (서세원에게) 놨다. 그게
너무 후회된다. 의사 처방도 없는 약인데…
43. 간호사에 따르면, 서세원의 팔에 주사한 약은 ‘프로포폴’이었다.
Q : 하얀색 액체가 들어있는 약병이었나?
간호사 : 맞다. 오늘 다 이야기하겠다. 더 이상 연락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게도 정말 슬픈 일이기 때문이다.
Q : 이 약에 대해 뭐라고 설명했나?
간호사 : 사망자의 운전기사가 “평소에 잠을 못 자서 이 약을 맞는다”고 말했다.
Q : 사망자의 지병을 알고 있었나?
간호사 : 주사를 놓기 전에 지병이 있는지 물었다.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다. 그래서 전혀 몰랐다.
44. 서세원은 당뇨를 앓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45. 하지만 미래병원 측은 그 사실을 (간호사에게) 숨겼다.
46. 오히려 프로포폴을 구해줬고, 방관했고, 방치했다. 간호사 이야기를 더 들어보자.
Q : 프로포폴을 쉽게 구할 수 있는 건가?
간호사 : 전에 일하던 병원에선 보지 못했다. 어떻게 의사도 없는 병원에서 프로포폴을 구했는지 모르겠다.
Q : 주사를 한 다음, 계속 옆을 지켰나?
간호사 : 나는 면접을 보러 갔다. 주사만 놓고 가라고 했다. 그래서 집으로 갔다.
Q : 사망 소식은 언제 들었나?
간호사 : 병원 직원이 연락이 왔다. 죽었다고. 너무 놀라 다시 병원으로 갔다.
47. 간호사는 경찰에 해당 사실을 진술했다. 경찰도 프로포폴 존재를 알고 있다는 것.
Q : 경찰도 이런 사망 사실을 알고 있나?
간호사 : 경찰이 쓰레기통을 수거해갔다. 그 안에 모든 증거가 있을 것이다.
Q : 직접 프로포폴을 투여했다고 진술했나?
간호사 : 이 사건에 대한 모든 것을 말했다. 사망자 측에서 주사를 요구했다는 것도 밝혔다. 나는 당시에 프로포폴의 심각성을 몰랐다. 알약 수면제가 효과가 없어 액체 수면제를 쓰는 정도로 생각했다.
48. 캄보디아 경찰은 사망 원인을 은폐한 걸까?
Q : 경찰은 사인을 다르게 발표했다.
간호사 : 경찰이 내게 돈을 달라고 했다. 나는 내 잘못이 아니라고 말했다.
Q : 돈을 요구했다?
간호사 :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다. 나는 지금 일도 못하고 있다.
Q : 경찰 처벌은 없었나?
간호사 : 경찰과 함께 일하는 의사 선생님이 “절대 무허가 병원에서 일하지 말라”, “면접에서 주사 테스트를 요구해도 응하지 말라”고 충고했다. 그분에게 감사하다.
49. 그래도 풀리지 않는 의문들...
50. 미래병원에서 발견된 프로포폴은 무엇인가.
51. 병원 관계자가 급하게 치운 것? 아니면 숨긴 것?
52. 캄보디아 경찰의 입을 막은 자는 누구인가.
53. 불법 의약품을 유통시킨 자? 이 사실이 알려지면 곤란한 자?
54. 서세원이 화장됐다. 더 이상 사인은, 의미가 없다.
55. 중요한 것은, 캄보디아에서 죽으면 안 된다는 것.
56. 캄보디아가 죽음을 다루는 방식은 기괴하고
57. 이익집단이 진실을 은폐하는 방식은 무섭다.
(대한민국은 속인주의를 택하고 있다. 대한민국 국민은 해외에 체류해도 대한민국 형사법을 적용받는다.)
<사진=이호준기자(Dispa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