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ㅣ칸(프랑스)=구민지기자] "12분, 한국 영화 최장 기립 박수"
영화 '브로커'(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칸 국제영화제에서 뜨거운 호평을 받았다. 관객들은 무려 12분 간 박수를 보냈다. 영화 '박쥐'(감독 박찬욱)의 10분을 뛰어넘은 기록이다.
'브로커'가 26일(이하 현지시간) 제 75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첫 공개됐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자, 객석에서 기립 박수가 터졌다.
관객 다니엘라는 '디스패치'에 "박수를 정말 길게 쳤다. 내 손바닥이 빨개질 정도였다(I clapped for a while afterwards, my hands are red as we speak)"며 감탄했다.
해외 매체들은 'K-Cannes'라는 수식어를 만들었다. 그 중심에 '브로커'가 있었다. '디스패치'가 그 순간을 함께 했다.
'브로커'는 칸 영화제 초반부터 기대작으로 주목받았다. 현장 열기가 인기를 대변했다. 이날 상영 전부터 팔레 데 페스티벌 앞은 상영 티켓을 구하는 관객들로 가득했다.
영화 팬들은 곳곳에서 '브로커'라 적힌 종이 피켓을 든 채 간절한 눈빛을 보냈다. 영화제가 열리는 메인 거리 크루아제트에는 대형 광고판까지 걸렸다.
주연 배우들에 대한 관심도 뜨거웠다. 취재진이 포토라인을 빼곡하게 채운 것. 고레에다 감독, 송강호, 강동원, 이지은, 이주영 등이 등장하자 플래시 세례가 터졌다.
특히 이지은은 레드카펫에 오르기 전, 발길을 멈췄다. 펜스 뒤 팬들에게 다가갔다. 사인 요청에 일일이 응했다. 칸 공식 카메라도 이지은과 팬들의 모습을 팔로우했다.
'브로커' 팀은 뤼미에르 계단에 올라, 칸의 분위기를 만끽했다. 송강호는 양팔을 번쩍 들어 인사했다. 강동원, 이지은, 이주영도 칸 관객들과 호흡했다.
'브로커'는 고레에다 감독이 처음 연출한 한국 영화다. 그는 '어느 가족'(2018)으로 칸 황금종려상,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2013)로 심사위원상을 수상한 바 있다.
고레에다 감독은 그간 가족 이야기를 여러 차례 선보였다. '브로커' 역시 마찬가지. 피 한방울 섞이지 않은 이들이 점차 가족이 되어가는 모습을 담았다.
'브로커'는 소영(이지은 분)이 아기를 베이비 박스 앞에 두고 가면서 시작된다. 아이를 훔쳐 파는 상현(송강호)·동수(강동원)와 예상치 못한 동행을 시작한다.
모든 인물들이 각자의 사연을 안고 있다. 아이를 버려야만 하는 엄마, 부모에게 원망과 그리움을 가진 보육원 출신, 입양을 가기 위해 노력하는 꼬마….
사회적 문제도 함께 다룬다. 낙태, 입양, 미혼모, 육아, 성매매 등의 실상이 드러난다. 여기에 고레에다 특유의 휴머니즘을 녹였다. 태어나지 않았어야 하는 사람은 없다는 것.
영화가 끝나자, 관객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쳤다. 서로 '브로커'에 관한 감상 평을 나누기도 했다. 한국 배우들의 이름이 여기저기서 들렸다.
관객 린제이는 '디스패치'에 "브로커가 잊고 있었던 사람들의 삶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영화였다"고 호평했다.
가장 많이 거론된 배우는, 이지은이었다. 관객 안젤라는 "이지은의 자장가 장면이 너무 좋았다. 모두에게 '태어나 줘 고맙다'고 하는 신에선 눈물이 나왔다"고 털어놨다.
극 초반, 이지은의 눈에는 살기가 가득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변해간다. 브로커 및 자신의 아들과 지내며 바뀌었다. 미묘한 표정 변화도 놓치지 않았다.
'필름랜드 엠파이어'는 "이지은은 여우주연상 1순위로 손색없다"고 평가했다. '어워즈 위치'는 "이 영화의 영혼 같은 존재는 아이유다. 온 힘을 다해 진정성 있는 연기를 보여준다"고 극찬했다.
'브로커'는 현재 칸 영화제의 뜨거운 감자다. 현장의 폭발적인 열기에 비해, 평론가들은 극과 극의 반응을 보인 것.
미국 '할리우드 리포터'는 "고레에다 감독이 다시 한번 자신의 재능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W매거진'은 "황금종려상을 탈 만한 영화"라 단언했다.
'필름 스테이지'는 "버려진 아이를 통해 대체 가족의 윤리적 문제와 사회적 철학적 가치를 다룬 영화다. 사랑스럽고 슬프다"고 칭찬했다.
'뉴욕 타임스'는 "가슴을 따뜻하게 하면서도 아프게 하는 영화다. 선택된 가족에 대한 세밀한 초상화다. 몰입도를 위해 범죄 플롯까지 소화했다"고 전했다.
반면 '데드라인'은 "지나친 감상주의 사이에서 왔다갔다 한다. 각본은 조금 더 타이트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영국 '가디언'도 "범죄드라마스러운 분위기에 비해 캐릭터가 얄팍하다. '기생충'의 송강호도 꼼짝 못 한다. 고레에다 감독의 드문 실수"고 지적했다.
한편 '브로커'는 다음 달 8일(한국시간) 국내 개봉한다.
<사진ㅣ칸(프랑스)=민경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