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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어게인', 절실에 대한 찬사 "무명, 기회가 필요했다"

[Dispatch=박혜진기자] “아아. 안녕하세요. 63호입니다.”

처음 만나는 얼굴이다. 그는 자신의 이름을 소개하지 않는다. 대신, '63호'라는 번호를 말한다. 이어 펼쳐지는 무대는 더 낯설다. 그래서, 오히려 신선하다.

세상에는 수많은 가수가 존재한다. 매일 신곡이 쏟아지고, 또 사라진다. 그중에서 우리가 접할 수 있는 곡들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그리고 우리는, 쉽게 말한다. "요즘은 들을 노래가 없다"고….

JTBC '싱어게인'이 무명 가수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주고 있다. 세상이 알아보지 못한 실력자, 잊힌 가수, 묵묵히 한 길을 걷는 가수 등을 무대에 세웠다.

시청자들도 매주 신선한 경험을 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게, 음원 차트 상위권에서 흔히 만나볼 수 있는 가수들이 없다. 그럼에도 모두가 실력파다.

'디스패치'가 '싱어게인'을 기획·연출한 윤현준 CP, 김학민 PD, 박지예 PD와 이야기를 나눴다. 범람하는 오디션 예능, 무명 가수들을 소환한 이유가 궁금했다.

◆ "오디션 예능, '다름'이 필요했다"

올해도, 오디션 홍수다. '캡틴'은 자녀와 부모가 함께 도전한다. '포커스'는 포크 오디션이다. '쇼미더머니'는 매 시즌 인기를 끄는 힙합 오디션이다.

여기에 트로트 오디션들까지 강세다. '트롯전국체전'이 시작됐고, '미스트롯2'도 중장년층을 노리고 있다. 색다른 방향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창작자와 매체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시청자들의 안목도 더 높아졌고요. (포맷이) 다르지 않으면 성공하기 힘들죠. 그래서 다른 지점을 찾아야 했습니다." (윤현준CP)

윤현준CP는 "소위 '나쁘지 않은' 프로그램을 하면서, 어떻게 흥행까지 잡을지 고민했다"며 "접점을 찾아내는 게 쉽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이어 "특정 장르에 치우치지 않고,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들려드리고 싶었다"며 "열심히 하는 뮤지션들을 대중에게 알려드릴 방법을 생각했다"고 전했다.

그래서 '무명가수전'이다. 데뷔 지망생이 아닌, 이미 앨범을 낸 가수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 덧붙여 윤현준CP의 장점을 살렸다.

◆ "무명에게 기회가 주어진다면?"

윤현준CP는 '투유 프로젝트-슈가맨'과 '효리네 민박' 등을 기획한 연출자다. 특유의 따뜻하고 섬세한 정서를 녹였다. 사람 냄새 나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누구나 애틋한 감성을 가지고 있잖아요. 그런 부분에 있어 공감을 얻어야 시청자들이 원하는 프로그램이 되리라 생각했습니다." (윤현준CP)

제작진은 열정을 쏟아부었다. 직접 무명 가수를 찾아다니기도 했다. 김학민PD는 "처음 하는 무명가수 오디션이다. 프로그램 취지를 잘 알려야 했다”고 말했다. 

“‘슈가맨’ 하면서 눈여겨봤던 분들께도 연락을 드렸어요. (오디션 프로는) 도전하겠다는 마음을 먹지 않으면 참여가 불가능해요. 결심 끝에 많은 분이 도전해 주셨죠.” (윤현준CP)

처음 론칭하는 프로그램임에도 불구, 약 2,000여 명에 가까운 가수들이 지원했다. 300~400여 명으로 추리는 작업을 했다. 예심으로 71팀을 겨우 꼽았다.

"감사하면서도 한 편으론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기회가 필요한 무명 가수들이 이렇게 많았구나', '코로나19로 활동을 못 하는 사람이 많았구나' 하는 생각을 했죠." (박지예 PD)

심사할 때 가장 중요한 건 2가지였다. 윤현준CP는 "명확했다. 첫 번째는 유명해질 가능성이 있는 사람, 2번째는 '얼마나 절실한가' 였다"고 전했다. 

◆ "오디션 번호제, 출발은 같다”

오디션 예능 최초로 '번호제'를 도입했다. 이름을 없애고, 참가자들에게 번호를 부여한 것. 박PD는 "오디션 프로의 홍수다. 싱어게인의 번호표는 ‘다름’의 시작"이라고 했다.

"모든 출연자가 참가 번호만 달고, 이름을 알리지 않죠. 그래서 또, '무명' 입니다. 모두 똑같은 출발선에서 다시 시작해보자는 의미입니다." (박지예PD)

이 무명 가수들은 6개 조로 나뉜다. '재야의 고수', '찐 무명', '홀로서기', '오디션 최강자', 'OST', '슈가맨' 등으로 구성했다. 출연자 나이 제한도 없앴다.

김학민PD는 "출연자들이 말하는 '무명 가수'의 기준이 각기 다르더라"며 "서로 느끼는 점들을 듣고, 공감대가 같은 분들끼리 조를 나눴다. 같은 무명 가수여도, 다름이 있다"고 했다.

심사위원 선정에도 차별점을 뒀다. 오디션 최초로 주니어·시니어 심사위원으로 나눴다. 국민 보컬리스트, 작사가, 록, 힙합, 댄스, 발라드, 제작자 등 다양하다.

◆ "도전자도, 심사위원도, 배우고 소통한다"

심사위원장은 유희열이다. 이선희, 김종진, 작사가 김이나가 시니어 심사위원이 됐다. 규현, 이해리, 선미, 송민호는 주니어 심사위원으로 활약한다.

모두 무명가수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라인업이다. 박지예PD는 "일부 오디션 프로그램들처럼 '지망생'을 뽑는 게 아니다"고 짚었다.

"도전자들도 앨범을 낸 가수들입니다. 다만, 심사위원들보다 무명이라는 거죠. 좋은 노래를 하는 건 기본이고, 대중에게 사랑받아야 하는데요. 이런 점을 배울 수 있길 바랐습니다." (김학민PD)

심지어 심사위원들끼리도 서로 배우고 있다. 시니어들은 주니어들을 보며 젊은 감각을 만난다. 주니어들은 시니어들의 연륜과 내공에 감탄한다.

"심사위원들이 서로 다른 생각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지원자들도 열린 마음으로 듣고 있고요. 이런 소통 과정을 전하면서 공감대를 높였죠." (박지예PD)

MC로 이승기를 선택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윤현준CP는 "이승기는 지원자에 더 공감할 수 있는 MC"라며 "물론 심사위원을 했어도 잘했을 거다"고 칭찬했다.

◆ "몰랐던 그 가수들, Sing Again"

’싱어게인’의 진짜 주인공은 도전자다. 그들이 직접 칼을 간다. 박지예PD는 "도전자들의 (숨은) 내공이 엄청나다. 설계부터 편곡까지 스스로 준비한다”며 엄지를 올렸다.

제작진 역시 도전자들의 음악에만 집중했다. 불필요한 서사를 배제했다. 오디션 프로그램 특유의 '악마의 편집'도 없다. 그저, 음악으로 승부를 보고 있다.

진정성은 제대로 통했다. 3회부터는 7% 대로 뛰어올랐다. 유튜브 영상은 1,000만 뷰를 넘겼다. 김학민PD는 "분당 시청률이 거의 미동이 없다”며 “채널을 돌리지 않는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화제성과 음악성을 동시에 잡은 것. 박지예PD는 "싱어게인은 무명 가수가 유명해지는 길을 만들어야 하는 프로그램"이라며 "그 목표에 차근차근 다가가고 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정국으로 모두가 힘들고 외로운 시기입니다. 도전자들에게는 물론, 시청자에게도 위로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싱어게인'에서 사랑하는 가수가 많이 생기셨으면 해요." (윤현준CP)

<사진출처=JTBC, 디스패치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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