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일본에서 ‘자궁경부암 백신(HPV 백신)을 맞고 부작용이 일어났다더라’, ‘백신접종이 중단됐다더라’는 소식들이 전해지면서 국내에 큰 충격을 줬는데요.
정말 백신 때문에 일어난 일이었을까요? KBS ‘생로병사의 비밀’이 일본의 전문가들을 찾아가 그 실태를 확인해봤습니다. 어디서는 꼭 맞아야 된다고 하고, 어디서는 또 부작용 얘기.. 여기저기 말 많고 복잡한 자궁경부암 백신,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요.
팩트 1. 실제로는 일본에서도 자궁경부암 백신을 맞을 수 있다
많은 분들이 일본은 부작용 때문에 자궁경부암 백신접종을 아예 중단했다고 생각하는데요. 실제로는 일본에서도 다른 나라처럼 백신을 접종할 수 있다고 합니다. 또 어린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백신을 나라에서 맞혀주는 국가예방접종에도 포함돼 있다고 하네요. 아이들은 무료로 접종할 수 있습니다.
팩트 2. 부작용과 백신의 의학적 연관성을 찾을 수 없었다
부작용이 정말 백신 때문인지 알아보기 위해, 일본 정부가 조사를 실시했는데요. 조사 결과, 접종자들이 주장했던 부작용과 동일한 증상들이 접종하지 않은 사람들에서도 비슷한 비율로 나타났습니다. 부작용이 반드시 백신 때문에 발생한 것이 아니라고 볼 수 있겠네요.
팩트 3. 9개월 전에 맞은 백신이 부작용 원인이라고 보기엔 어렵다.
이상한 점은 또 있었습니다. 사례자들이 언급하는 ‘부작용’이 나타난 시기를 조사해봤는데요. 백신을 접종하고 이미 9~10개월이 흐른 뒤였습니다. 산부인과 권위자인 타카유키 교수는 “9개월 전에 맞은 백신이 원인이라고 보기엔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팩트 4. 일본 내 자궁경부암 백신의 적극적 접종을 위한 학계의 활발한 움직임
일본에서는 자궁경부암 백신의 적극적인 접종을 재개하기 위한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일본의 17개 의학 학술단체가 정부 대상의 성명서를 발표했는데요. HPV 백신을 다시 적극적으로 권고할 것을 촉구하는 내용이었다고 합니다.
지난 5월에는 자궁경부암 백신이 위험하다는 근거를 제시했던 일본 논문이 국제 학술지에서 게재 철회됐습니다. 실험 방법이 연구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였죠.
미국, 유럽에서 확인된 자궁경부암 백신의 예방효과는?
미국, 호주 등 선진국에서는 자궁경부암 예방접종을 시작한 지 벌써 10년이 훌쩍 넘었습니다. 백신의 예방효과도 이미 드러나고 있는데요.
연구에 따르면, 백신 접종 후 자궁경부암 등 질병을 유발하는 4개 바이러스 감염이 줄어들었다고 하는데요. 이외에, 콘딜로마(곤지름), 자궁경부암과 관련된 이상 소견 등이 모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밖에 세계 각국에서 HPV 백신 접종 후 나타난 예방 효과도 함께 소개됐습니다. 미국은 4가 백신 접종 후 14~19세 여학생에서 관련 4개 바이러스 감염률이 64% 줄었고요, 덴마크 여성들은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여성들에 비해 자궁경부 전암 3 기의 위험이 최대 80%까지 감소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만 12세 여자아이들에게 무료로 자궁경부암 예방 접종을 지원해주고 있습니다. 총 3가지의 자궁경부암 백신 중 무료로 지원되는 백신은 ‘4가’와 ‘2가’ 두 종류인데요, 앞의 숫자가 클수록 예방할 수 있는 바이러스의 종류도 더 많습니다.
가장 최근에 개발된 9가 백신 ‘가다실9’은 이름처럼 9개 바이러스 유형에 대한 예방 효과가 있습니다. 자궁경부암 발생 원인의 90%까지 예방할 수 있고요. 특히 16, 18번 유형을 비롯해 한국 여성에서 많이 발견되는 52, 58번 HPV 유형도 예방할 수 있는 유일한 백신입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수차례에 걸쳐 HPV 백신의 안전성을 확인하고 공식 발표해왔습니다. 혹시 그 동안 잘못된 정보에 현혹돼 꼭 필요한 예방접종을 미뤄왔던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사진 출처= KBS-1TV ‘생로병사의 비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