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에서 자궁 냄새가 나면 듣기 싫다?"
밴드 '쏜애플' 윤성현이 과거 여성 혐오 발언으로 뭇매를 맞고 있습니다. "비하 의도가 아니었다"며 사과했지만, 재차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았는데요.
사연은 이렇습니다. 윤성현의 한 지인은 지난 해 10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장문의 글을 올렸습니다. 윤성현과 술자리에서 나눈 대화를 그대로 옮겼습니다.
내용은 충격적입니다. 이에 따르면, 윤성현은 평소 술을 마시면 "여자가 대통령인 나라 떠나고 싶다", "음악에서 자궁 냄새가 나면 듣기 싫어진다"고 말한다고 합니다.
미국 싱어송라이터 피오나 애플의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이 지인이 피오나 애플을 극찬하자, 윤성현은 "이 사람도 자궁 냄새 심하게 난데이"라고 일축했다는군요.
이 발언은 5개월 뒤에야 문제가 됐습니다. 윤성현이 배우 박민지와의 열애를 인정하자, 그의 과거 행적 역시 도마에 오른 겁니다.
윤성현은 지난 10일 SNS에 해명 글을 올렸습니다. "자궁냄새라는 표현을 사용한 건 맞다"면서도 "하지만 비하나 혐오의 감정을 담은 것이 아니다"고 밝혔습니다.
오히려 모성에 대한 공포를 함의하고 있다는데요. 윤성현은 "저는 편모가정에서 자랐다"며 "항상 어머니와의 분리불안에 떨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가신다고요? 독자님들을 위해 윤성현이 올린 사과문 전문을 첨부합니다.
<아래는 윤성현의 사과(?) 문>
오해나 곡해도 해석과 이해의 입장이다,라는 것을 견지합니다만 지금의 상황은 평소 내가 가지고 있던 신념과는 전혀 반대의 곡해를 낳는 것 같아 이 부분에 대한 설명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자궁 냄새,라는 표현.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저렇게 말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자궁'이라는 표현은 어떤 비하나 혐오의 감정이 담겨 여성 그 자체를 신체의 일부분으로 환원시켜 버리는 표현이 아닙니다.
저는 편모가정에서 자랐습니다. 때문에 저의 유년기에 있어서 어머니라는 존재는 그 무엇보다도 거대한 '신'과 같은 내 세상의 전부였고, 항상 그녀가 나를 떠나면 나에게는 아무것도 남지 않을 것이다, 라는 불리불안에 떨었습니다.
때문에 저에게 있어서 '자궁'이라는 표현은 여성을 어떤 성적인, 혹은 생산의 도구로 여겨 생식기라는 신체 부위로 단순치환하는 것이 아닌 모성에 대한 공포를 함의하고 있는 표현입니다. 그런 분리불안과 모순된 감정은 오래된 제 창작물의 테마이기도 하고요.
신성함과 나의 근원에 대한 공포, 그런 것들을 예리하게 집어내 창작물로 풀어내는 아티스트들 (비단 여성 아티스트들에 대하 국한 된 문제가 아닙니다)에 대한 개인적 기호가 맞지 않다, 이건 어떻게 보면 동족혐오에 대한 감정일 수 도 있습니다.
저 또한 그러한 음악을 만들고 있으니까요. 모든 예술가(저는 스스로를 예술가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는 약자의 편이어야 한다, 라는 다자이의 오사무의 글이 생각납니다. 저는 저 곳에 '상대적' 약자라는 표현을 써야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재의 사회에서 여성이, 혹은 성적소수자가 정당한 가치로 대우받고 있는가에 대한 문제를 생각하다 보면 그들이 하나의 '주체'가 아닌 철저한 대상으로서 비춰지고 있는 현실은 굉장히 부조리 합니다.
남성에 의해서 만들어진 권력들과 사회의 관계망은 철저하게 그 남성성을 가지지 못한 존재들을 또 다른 주체인 '여성'으로 보지 않고 단지 '거세당한 남성'으로 생각 하는 것 같습니다. 오히려 다름에서 나오는 새로운 가치들이 남성성이라는 잣대 아래에서 폭력적으로 짓뭉개지고 있는 것이죠.
그래서 '상대적'이라는 말을 쓴 것이구요. 이번 기회에 저의 여성관을 밝혀두는 것이 조금이라도 이해를 돕는 것에 도움이 될까 싶어 쓴 것이구요.
다분히 자극적이고 오해를 살 만한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절대로 퍼블릭한 장소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단어이며 오랜 지기와 술자리에서 나온 말이 이렇게 많은 분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든 점 사과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