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김지호기자] ※ 이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거룩한 밤:데몬헌터스'(이하 '거룩한 밤', 감독 임대희)는, 하고 싶은 게 참 많은 영화다. 우선, 전에 없던 물리 구마를 시도했다. 대중에게 익숙한 마동석의 주먹을, 오컬트에 버무렸다.
주먹만으론 뻔하다고 생각한 걸까? 샤론(서현 분) 캐릭터에 동서양의 퇴마 세계관을 소위 '몰빵' 했다. 본 적 없는 무기들과 구마 의식을 촘촘하게 채워 넣었다.
여기서, '거룩한 밤'은 한번 더 욕심을 냈다. 부마자 은서(정지소 분)의 활약을 극대화한 것. 초반에는 '파라노말 액티비티'의 으스스함을 노렸고, 후반에는 '엑소시스트'의 기괴함을 지향했다.
아직 끝이 아니다. 샤론과 바우(마동석 분)의 존재에 비밀을 한 스푼 추가했다. 악마 숭배자들과 그 집단이 세상을 혼란케 만들었다는 서사도 버무렸다. CG와 사운드에도 빵빵하게 힘을 줬다.
만일, 이 모든 게 잘 어우러졌다면 좋은 작품이 나왔을 지 모른다. 그러나 결과물은, 잡탕찌개였다. 오컬트도 아니고, 히어로물도 아닌, 정체불명 장르의 영화가 탄생했다.
무엇보다, 마동석의 주먹이 새롭지 않았다. 그렇다고 강력하지도 않았다. 늘상 보던 주먹인데, 그보다 더 약하다는 느낌을 줬다.
그도 그럴 게, 샤론에게 지나치게 강한 설정을 부여했다. 샤론과 부마자의 대결을 계속해서 끌어갔다. 그러는 동안, 바우의 주먹은 힘이 풀렸다.
서현의 연기도, 다소 아쉽다. 모범생 이미지를 깬 건 칭찬할 만하다. 그러나 구마 의식을 행할 때, 과하게 힘이 들어가 있었다. 한 마디로, "나 퇴마하고 있어요"의 느낌.
정신없이 지나가는 서사 탓에, 몰입하기도 쉽지 않다. 악마 숭배자들의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물음표가 그려졌다. 초반부 클럽 신과 희생자 가족의 눈물도, 사족처럼 느껴졌다.
정지소는 내공 있게 부마자 연기를 소화했다. 하지만, 이 역시 투머치였다. 계~속 빙의돼 있고, 계~속 강력했다. 강강강강강, 처음부터 끝까지 날뛰고 또 날뛰었다.
김군(이다윗 분) 사용법도 아쉽다. 카메라를 손에 쥐어주고 촬영을 하게 만든 것 외에는, 인상이 흐릿하다. 그러다보니 이다윗 특유의 매력도, 발휘할 기회가 없었다.
현란한 CG도, 오히려 몰입을 방해했다. 특히, 악마에 관한 CG가 나올 때마다 영화의 정체성이 흔들렸다. 금방이라도 '마블'의 히어로들이 튀어나올 듯, 영화와 동떨어진 인상을 남겼다.
지금까지, 마동석의 주먹은 극장가 필승 아이템이었다. '범죄도시'의 속편들이 모두 천만을 돌파한 게 그 증거. '파묘'와 '검은 수녀들'에 이은 K-오컬트 카드도 관객의 구미를 자극할 만하다.
'거룩한 밤'은 오는 30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과욕이 부른 참사가 될까, "그래도 아직은 마동석"이 될까.
<사진출처='거룩한 밤' 포스터·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