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김도연기자] 그 옛날 제주는 모계(母系)사회였다. 해녀들의 숨으로 생계를 이어갔다. 그 숨이 어찌나 길던지... 바다 위 똘(딸)의 마음은 늘 타들어갔다. "휘이~" 숨비 소리가 울려야 똘의 눈물도 멈췄다.
제주를 배경으로한 드라마는 흔하다. 해녀를 모티브로한 드라마도 흔하다. 그럼에도 넷플릭스 '폭삭속았수다'가 뜨거운 이유. 그 시절 살았던 모든 '애순'(아이유 분)의 애환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애순의 삶은 참 고달프다. 9살부터 시작된 식모살이. 어멍(엄마)이 죽고도 벗어나지 못했다. 가난은 지독하게 애순을 괴롭혔다. 공순이 팔자에서 도망치던 날. 애순은 퇴학을 당하고, 문학 소녀의 꿈도 날아갔다.
꿈많던 소녀가 아내가 됐다. 엄마가 됐다. 핍진한 생활은 좀처럼 바뀌지 않았다. 딸을 얻고, 아들을 잃었다. 거센 파도처럼 그 모든 역경에 휩쓸렸다. 파도가 잔잔해 졌을땐 모든 청춘이 흘러가고 없었다.
그 모든 '애순'을 배우 아이유가 그려냈다. 요망지고, 애달프게. 극중에서 아이유는 애순 그 자체였다. 매회 성숙해진 연기력으로 안방극장을 웃기고, 울렸다. 섬세한 감정 표현으로 캐릭터를 다채롭게 했다.
'폭삭속았수다' 2막(5~8부)이 시작됐다. 애순~하게 그린 아이유의 연기 열정을 정리해봤다.
◆ "혼저옵서예"
'폭싹 속았수다'는 1960~2025년 그 시대를 살아낸 애순의 찬란한 삶을 그렸다. 아이유는 데뷔 후 처음으로 시대극에 도전했다. 또 첫 1인 2역으로, 극중 젊은 '애순'과 그의 딸 '금명'을 연기했다.
아이유가 아닌 애순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다. 김원석 감독은 "새침하고, 서글프고, 눈물 모습까지. 디테일한 연기가 되는 연기자 중에 '애순' 이미지를 가진 배우로 아이유 외에 다른 배우는 생각나지 않았다"고 전했다.
실제 아이유가 그린 애순은 다채롭다. 1막(1~4회)부터 그 매력이 터진다. 그는 시장에서도 책을 읽는 문학소녀로 첫 등장했다. 또랑또랑한 말투로 야무지고, 당찬 애순을 표현했다. 시청자들을 끌어당기기 충분했다.
단 1회 만에 아이유의 성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연기 변신에 완벽하게 성공했다는 평이다. 아이유가 가진 연기의 폭이 넓다는 것을 증명했다. 매회차 흡인력있는 연기를 보여줬다.
◆"쫄아붙지마"
2막(5~8회)은 아이유의 감정신이 폭발했다. 애순은 물질만 안했지, 고생길은 여전했다. 관식(박보검 분)이 일자리를 잃고, 사정이 더 빈곤해졌다. 쌀독에 쌀도 떨어져가는 상황이었다.
아이유는 그런 애순의 고달픔을 세심하게 연기했다. 친할머니 앞에서 사정을 쉽게 터놓지 못하는 연기로 깊은 여운을 남겼다. 절절한 그 눈물 한 방울에 모든 것이 담겨 있었다.
어멍의 말처럼 쫄아붙지 않았다. 가족을 지키는데는 성공했다. 친할머니가 건넨 통장으로 배 한척을 살 수 있었다. 아이유가 다시 웃자, 시청자도 웃었다. 복합적인 감정을 영리하게 그려냈다.
아이유의 상여자 연기가 감탄사를 불러냈다. 바다에서 고사를 지내는 장면을 빼놓을 수 없다. 동네 어르신 사이에서 "아주 효부 중에 상 효부요"라고 외쳤다. 시청자들이 무장해제된 순간이다.
◆"살면 살아져"
아이유의 깊은 내면 연기에 숨죽인 시간도 있었다. 애순은 첫 딸 '금명'의 자전거 사고 소식을 듣고 집을 나갔다. 막내 아들 '동명'은 애순을 찾으러 방파제에 갔다 바다에 휩쓸려 목숨을 잃었다.
이 설정을 두고 반응이 엇갈렸다. "시대를 관통했다" 혹은 "작위적 설정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이유는 자식 잃은 엄마의 모습을 무난하게 소화했다. "안아줄걸"이라며 우는 연기가 시청자들을 먹먹하게 했다.
동시에 딸 '금명' 역할도 해냈다. 시대가 변해도 가난은 그대로였다. 아이유는 서울대에 합격했지만, 불법 과외로 생계를 이어가는 모습을 연기했다. 가난으로 그늘지고, 허기진 모습을 소화했다.
아이유가 '애순'과 '금명'을 대하는 태도는 달랐다. 애순은 포기를 몰랐고, 금명은 포기가 빨랐다. 애순에게 없는 그늘을 금명에게 표현했다. 완벽한 캐릭터 이해로, 첫 1인2역을 소화했다.
◆폭삭속았수다"
아이유는 '애순'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내고 있다. 애순과 자신을 동기화했다. 애순처럼 눈물도, 웃음도, 꿈도 많다는 것. 그 꿈 중 하나는 배우로서 시청자들에게 인정을 받는 것이다.
다행히 아이유의 모든 노력이 통했다. 이는 글로벌 호평으로 이어졌다. '로튼 토마토'에서 시청 만족도(팝콘지수) 98%를 기록했다. 'IMDB'에서도 9.3점을 달성했다. "모든 장면을 사랑한다"고 감탄했다.
이 작품을 통해 배우로서 입지도 달라질 것이다. 역대급 필모그라피가 완성됐기 때문. 사실 '나의 아저씨' 전까지는 스타성에만 집중됐다. 하지만 '폭싹 속았수다'를 통해 연기력도 보증된 배우가 됐다.
아이유의 연기 열정은 계속된다. 아직 8부가 남아있는 상황. 넷플릭스는 2주에 거쳐 4회씩 추가 공개할 예정이다. 그 요망한 봄과 여름이 지나고 새로운 가을과 겨울이 찾아온다.
<사진출처=넷플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