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정태윤기자] "오늘 감히 최고의 공연을 예상해 봅니다." (제이홉)
밖에선 폭우와 강풍이 휘몰아쳤다. 그러나 공연장 안은 여름의 열기로 가득했다. 일제히 겉옷을 벗어던졌다. 반팔은 물론 민소매를 입은 사람까지 등장했다.
그만큼 뜨거웠다. 그도 그럴 것이, 데뷔 후 첫 솔로 투어를 시작하는 공연이다. 방탄소년단 '옛 투 컴'(2022년) 이후 오랜만의 무대이기도 하다.
공연 전 만난 제이홉은 "최선을 다해 준비했다"며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열정과 열정이 만났다. 아미(팬덤명) 역시 남달랐다. 기다린 만큼, 온 힘을 다해 즐겼다.
제이홉이 지난달 28일 시작해 지난 2일까지 서울 송파구 KSPO 돔에서 '홉 온 더 스테이지 인 서울'(HOPE ON THE STAGE)을 열었다. 3일간 3만 7,500명이 함께했다.
'디스패치'가 그 마지막 날을 확인했다. 그의 포부대로, 최고의 공연이었다.
◆ 무대 위의 HOPE
이날 갑작스런 폭우가 쏟아졌다. 그러나 팬들의 열정은 막을 수 없었다. 국내를 포함해 미국, 러시아, 브라질, 일본, 대만, 중국, 태국 등 전 세계에서 모여들었다.
제이홉을 상징하는 다람쥐 코스프레를 한 아미도 있었다. 대만에서 온 쌍둥이 자매였다. 이들은 "제이홉 콘서트를 보기 위해 한국에 처음 방문했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12년 만의 첫 솔로 월드 투어 시작점이다. 제이홉은 콘서트 전반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시하며 공연을 준비했다. 기획, 구성, 연출 등 그의 손길이 안 닿은 곳이 없다.
'홉 온 더 스테이지'는 무대 위의 제이홉을 뜻한다. 희망, 소원, 꿈이 스테이지에서 실현된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5개 섹션으로 구성했다. 야망(Ambition), 꿈(Dream), 기대(Expectation, 상상(Fantasy), 소원(Wish) 등이다.
KSPO 돔은 제이홉의 열정을 닮은 붉은색 응원봉으로 물들었다. 팬들은 시작 전부터 제이홉과 본명 정호섭을 연호했다. 공연장 온도는 뜨겁게 달아올랐다.
◆ Ambition | JACK IN THE BOX
첫 섹션 '야망'은, 그의 솔로 앨범 '잭 인 더 박스'(2022년) 수록곡들로 꾸렸다. 첫 곡은 '왓 이프…'(What if)였다. 무대 연출부터 남다른 스케일을 보여줬다.
25개 리프트로 메인 무대를 구성했다. 하나의 스테이지를 리프트의 단차를 달리해 입체적으로 완성한 것. 서브 무대에는 1개의 리프트를 설치했다.
대형 천으로 덮인 리프트가 높낮이를 달리하며 춤을 추듯 움직였다. 곧이어 제이홉이 가장 높게 솟은 리프트에서 등장했다. 의상부터 마이크까지 열정을 상징하는 붉은색으로 맞췄다.
기존의 틀을 깨고 자신의 색을 마음껏 뽐냈다. 강렬한 비트와 함께 폭발적 에너지를 터트렸다. 더블 타이틀곡 '방화'는 라이터를 꺼내 불을 켜며 시작됐다.
'끄기엔 너무 큰불, 심한 방화였단 걸' (방화 中)
가사처럼 시작부터 타올랐다. 제이홉은 "오늘 대박이다"라며 감탄했다. '모어'에선 전석이 스탠딩이 됐다. 벌스부터 랩파트까지 떼창이 이어졌다.
◆ Dream | HOPE ON THE STREET
2번째 섹션은 스페셜 앨범 '홉 온 더 스트리트' 곡들로 구성했다. 그의 음악적 뿌리인 스트리트 댄스를 주제로 했다. 라이브 밴드, 스트리트 댄서들과 함께 자유로운 무대를 완성했다.
'락 / 언락'(lock / unlock), '아이 돈트 노우'(I don't know)를 이어갔다. '아이 원더…'(I Wonder)에선, 아미가 가수 제이홉이 댄서가 됐다.
제이홉은 팬들의 노래 실력에 "왜 이렇게 잘하냐"고 놀라며 무반주 앵콜을 요청했다. "앞으로 '아이 원더' 때는 노래 안 하겠다. 여러분이 해달라"고 말했다.
"이 앨범에는 저의 뿌리를 진정성 있게 담고 싶었습니다. 더 애착이 갑니다. 그 무대를 여러분과 같이 즐길 수 있다는 게…. 이보다 행복한 일이 있을까요."
신곡 '스위트 드림스'(Sweet Dreams)도 미리 들을 수 있었다. 오는 7일 공개 예정이다. 제이홉이 아미에게 전하는 달콤한 세레나데였다. 팬들도 지지 않고 이벤트를 준비했다.
핸드폰 라이트를 켜 예쁜 불빛을 만들었다. 제이홉은 "이런 느낌은 정말 오랜만이다. 생각도 못한 이벤트"라며 "여러분이 신곡 무대를 훨씬 아름답게 꾸며주셨다"고 감탄했다.
◆ Expectation & Fantasy
"이제 본격적으로 놀아보자!"
후반전은 더 뜨겁게 달아올랐다. 마지막 섹션으로 제이홉이 상상하고 꿈꾸는 세상인 '판타지'와, 모든 사람이 희망찬 미래를 그리길 마음을 담은 '위시'를 펼쳤다.
제이홉은 객석 안으로 뛰어들었다. 팬들의 눈을 바라보고 손을 맞잡기도 했다. 이어 돌출 무대에 올라 물을 뿌리며 거친 바이브로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과거로 돌아가 그의 음악 일대기를 짚었다. 지난 2015년 발표한 무료 음원 '벌스'부터 믹스테이프 1집 수록곡 '베이스 라인/항상', '에어플렌' 등. 그는 리프트에 올라타 그때의 열정으로 돌아갔다.
방탄소년단 '마이크 드롭'(MIC DROP), '뱁새', '병' 등도 엮어 하나의 무대를 만들었다. 아미들은 더 뜨겁게 응원법을 열창했다. 제이홉은 격한 안무도 여유롭게 선보였다.
'치킨 누들 수프'에선 환호성이 멈출줄 몰랐다. 팬들은 고막을 찢을듯 함성을 질렀다. 마지막곡은 '홉 월드'였다. 제이홉, 댄서, 라이브 밴드, 그리고 아미가 한 몸이 돼 축제를 완성했다.
"방탄소년단 '옛 투 컴' 이후 3년 만의 공연입니다. 너무 오랜만이라서 아미의 열기가 이 정도인 줄 몰랐어요. 너무 자랑스러워요. 이 에너지를 전 세계 모든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네요."
◆ HOPE ON STAGE
마지막 곡이 끝났지만, 스테이지는 식을 줄 몰랐다. 아미는 앵콜 무대를 기다리며 자발적 파도타기를 하기 시작했다. 맏형 진도 객석에서 함께 했다.
화면에 진의 얼굴을 비췄다. 그는 "제이홉 사랑해"라고 외치며 아미를 향해 하트를 날렸다. 제이홉은 "멤버가 와주니까 기분이 색다르다"며 감격했다.
그는 박스처럼 생긴 모형을 들고 무대에 섰다. "스테이지 모형이다. 이곳이 저의 세이프티 존이자, 하나의 큰 박스"라며 "무대 위에 있을 때 가장 행복하다. 앞으로도 여기에서 노래하고 춤추겠다"고 다짐했다.
앵콜곡은 '='(equal sign), '퓨처'(Future), '뉴런'(NEURON)이었다. 뉴 잭 스윙 버전으로 편곡해 신선함을 더했다. 콘페티와 에어샷이 쉼 없이 터지며 화려한 마지막을 장식했다.
"오늘 공연을 끝으로 투어를 떠납니다. 다치지 않고 건강하게 잘 다녀오겠습니다. 제이홉 믿죠? 꼭 다시 돌아올게요!"
한편 제이홉은 서울 공연 이후 15개 도시에서 31회 공연을 펼친다.
<사진제공=빅히트 뮤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