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이명주기자] "(지금껏) 보여드리지 않았던 캐릭터예요."(박형식)
배우 박형식이 180도 달라졌다. SBS-TV 새 금토드라마 '보물섬'(극본 이명희, 연출 진창규)으로 파격 변신한다.
처음 본 얼굴을 드리운다. 올백 헤어에 블랙 슈트, 날카로운 눈빛까지 장착했다. 로맨티스트 이미지를 벗고 강렬 카리스마를 발산한다.
"(이전 모습들이) 긍정적이고 밝았다면 서동주는 정반대예요. 야망 있고 욕심이 많은데요. 그가 여러 고난을 헤쳐가는 과정을 지켜봐 주시길 바랍니다."
'보물섬' 측이 21일 서울 양천구 SBS홀에서 제작발표회를 열었다. 진창규 감독과 박형식, 허준호, 이해영, 홍화연이 자리했다.
'보물섬'은 인생 풀베팅 복수전이다. 진창규 감독은 "돈이나 정치, 권력, 사랑 등 각자 마음 속 보물 쟁취하려는 사람들 간 싸움"이라며 "재벌가를 차지하려는 이들의 암투를 그렸다"고 소개했다.
박형식이 욕망에 정점에 선다. 대산그룹 대외협력팀장 서동주 역을 맡았다. 회사를 위해서라면, 물불 가리지 않는 자타공인 '대산맨'이다.
하지만 속내는 조금 다르다. 기회가 찾아오면 대산을 몽땅 먹어버릴 심산이다. 뜨거운 야망을 감추고 정치 비자금 조성에 공을 세운다.
박형식은 "그동안 정의감 넘치고 따뜻하고 다정한 역할을 했다"면서 "어떻게 보면 인간적이다. 꿈과 사랑을 다 쟁취할 수 있다고 믿는 이상적인 친구이기도 하다"고 전했다.
"서동주는 그걸(욕망을) 가감없이 드러내거든요. (전작들에선) 보지 못했던 저의 모습을 보실 수 있을 겁니다."
뜻밖의 캐스팅이 가능했던 건 왜일까. 진창규 감독은 "대본을 보고 단번에 박형식이 떠올랐다. (마침) 그런 니즈가 있다고 들었는데 '이 작품으로 보여주는 게 좋지 않을까' 욕심이 났다"고 캐스팅 배경을 전했다.
본격적인 스토리는 그 다음부터다. 서동주가 제거 대상이 되는 것. 2조원의 비자금 해킹 후 구사일생으로 살아 돌아온다. 자신을 죽이려던 이들 앞에 선다.
부드러움을 벗고 '야망캐'가 되는 건 쉽지 않았다. 박형식은 지난 1년 간 서동주로 살았다. 스펙타클한 서사를 뇌에 새겼다. 피와 땀으로 가득한 장면들을 찍었다.
박형식은 "신체적으로도 그렇지만 감정적으로도 캐릭터 간 심리 싸움이 가볍지 않았다. (촬영 과정이) 많이 고됐다"고 떠올렸다.
"'내가 이런 감정을 다 느끼고 소화하는 구나' 싶을 정도였어요. 옆에서 다 잘 도와주셔서 찍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고통 받는 서동주를 보실 수 있을 거예요."
관전 포인트는 박형식과 허준호의 안티 브로맨스다. 허준호가 비선실세 염장선으로 분한다. 각각 '가지려는 자'와 '지키려는 자'로 치열하게 대립한다.
촬영 현장도 뜨거웠다. 박형식은 염장선(허준호 분) 독대 신을 떠올렸다. "고양이 털이 돋는 것처럼 머리 끝까지 소름 돋았다. 그 저력이 느껴졌다. 많이 배웠다"고 존경심을 나타냈다.
허준호 역시 "박형식이 제국의 아이들 멤버였을 때 처음 만났는데 (그 사이) 남자가 됐더라"며 "내가 NG를 낼 정도로 변해 있었다. 촬영하면서 지지 않으려고 노력했다"고 칭찬했다.
이해영과 벌이는 미묘한 신경전도 눈여겨볼 만한 요소다. 홍화연 사이 비극적인 연인 서사 또한 드라마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
이해영은 "(흥행 바통을 이어받을) 자신이 있다. 어렵지 않는 이야기, 인물들의 서사 등이 속도감 있게 어우러져서 재미 있는 드라마로 인사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마지막으로 박형식은 "(이 드라마는) 각자의 인생을 '보물섬'에 비유한 작품이다. 우리의 이야기니까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고 본방사수를 독려했다.
허준호도 "(SBS 전작들이) 잔잔한 맛, 단맛이었다. 이젠 매운맛이 들어올 때가 됐다"면서 "지루하지 않게 최선을 다했다. 기대해 달라"고 덧붙였다.
한편 '보물섬'은 '나의 완벽한 비서' 후속작이다. 21일 밤 9시 50분 첫 방송.
<사진=송효진기자(dispa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