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송이 기자 = 카페 단골이었던 어르신의 장례식장에 가도 될지 고민하던 사장이 누리꾼의 조언에 힘입어 조문하고 온 후기를 전했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단골손님 장례식에 가는 거 오버인가요"란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카페를 운영하는 글쓴이 A 씨는 "저희 카페에 거의 매일 오시던 할머니, 할아버지가 계시는데 요즘 한동안 안 오셔서 걱정되던 참이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할아버지께서 어제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제가 부고 문자를 받은 건 아니고 남들 통해서 들은 거라 장례식장에 가는 게 망설여진다"며 고민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두 분이 음료 드시면서 저한테 말도 종종 걸어 주시고 대화도 나누고 했더니 정이 들었는지 부고 소식 듣고 마음이 안 좋다. 저희 가게에서 커피 드셔주시던 것도 감사하고 해서 조의금이라도 내고 오고 싶은데 제가 너무 오버하는 건지"라며 누리꾼에게 조언을 구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이미지투데이
이에 누리꾼들은 "본인이 가고 싶다면 가면 된다. 안 가고 사는 내내 '그때 갈걸 그랬나?' 하는 생각이 들 것 같다면 가면 된다", "님이 진심으로 어르신 먼 길 가시는데 인사하고 싶은 거니까 가시면 너무 좋다. 좋아하시던 음료 가져가시면 더 좋아하실 거다", "장례식은 소식 직접 듣지 않아도 가서 조의하고 와도 된다. 가셔서 할아버지께 인사드리고 할머니 손잡아드리고 오셔라" 등의 의견을 남기며 문상하라고 권했다.
한 누리꾼은 "저희도 아빠 보내드릴 때 매장 앞에 '상 중' 붙어있는 것 보고 손님께서 옆 가게에 물어 장례식장 오셨었다. 서비스직은 아니고 전자기기 판매하는 곳이었는데 손님 부부께서 오셔서 위로해 주고 가셨다. 너무 감사하고 따뜻해서 아직도 기억난다"며 경험담을 남기기도 했다.
이후 A 씨는 다음날 해당 글에 내용을 추가해 장례식에 다녀왔다고 밝히며 후기를 남겼다. 그는 "어제 가보라는 댓글들에 힘입어 가게 문 1시간 일찍 닫고 다녀왔다"고 알리며 "할아버지께서 늘 드시던 따뜻한 아메리카노 3잔이랑 할머니가 좋아하시던 음료 들고 찾아뵀다"고 말했다.
이어 "빈소 앞에서 한참을 망설이고 있었는데 할머니랑 눈이 딱 마주쳤다. 처음엔 배달 온 줄 아셨다고 하시더라. 따님분이랑 인사도 하고 할아버지께 절도 올렸다. 할머니께서 조의금을 한사코 거부하셨는데 '이때까지 저희 가게에서 드셔 준 커피값에 비하면 얼마 안 된다' 하고 드리고 왔다. 밥 먹고 가라고 하셨는데 괜찮다고 하고 할머니 손 꼭 잡아드리고 나왔다. 가길 너무 잘한 것 같다. 글에 관심 가져주시고 제 마음에 동의해 주셔서 감사하다. 댓글들 읽는데 괜히 뭉클해진다"고 덧붙였다.
A 씨의 사연은 다른 커뮤니티로도 확산하며 많은 이에게 감동을 전했다. 누리꾼들은 "이런 자영업자들이 돈쭐나고 흥해야 한다", "사람 향기 난다. 너무 멋지다", "이런 게 사람 사는 세상이다" 등의 반응을 남겼다.
김송이 기자 (syk1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