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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현진·공유, 접신의 경지"…'트렁크'에 담은 미스터리 (발표회)

[Dispatch=김다은기자] "감독 인생에서 처음 겪는 일이었습니다." (김규태 감독)

김규태 감독의 연출 인생에 경종을 울린 경험이다. "처음으로 배우에게서 영감을 얻었다. 연기가 아닌 진짜 감정을 표현했다. 접신의 경지였다"고 감탄했다.

배우 서현진과 공유가 고품격 멜로 연기를 선보인다. 감정이 메마른 여자와 트라우마를 가진 남자의 옷을 입었다. 가짜 결혼으로 시작한, 진짜 사랑 이야기다.

웰메이드 멜로 미스터리를 자부한다. 공유는 "곱씹게 되는 대사가 많다. 드라마를 포장하는 극적인 설정보다 이면의 이야기를 유념하면 좋다"고 추천했다.

넷플릭스 측은 26일 서울 강남구 라움아트센터 마제스틱볼룸에서 새 시리즈 '​트렁크' 제작발표회를 열었다. 배우 서현진, 공유, 정윤하, 조이건, 김동원, 김규태 감독이 자리했다.

◆ 시작은 미스터리였다

'트렁크'는 미스터리 멜로다. 호숫가에 떠오른 트렁크로 인해 밝혀지기 시작한 비밀스러운 결혼 서비스와 그 안에 놓인 두 남녀의 이상한 결혼 이야기를 그린다.

감각적인 제작진이 의기투합했다. '우리들의 블루스', '괜찮아, 사랑이야' 김규태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화랑' 박은영 작가가 집필했다.

원작은 동명의 소설(작가 김려령)이다. 넷플릭스가 먼저 김 감독에 연출 제안서를 내밀었다. 김 감독의 대본 첫인상은 장르처럼 미스터리했다.

김 감독은 "처음 대본을 받고 당혹스러웠다"며 "인물의 심리와 관계가 쉽게 간파되지 않더라. '이거 뭐지?'라는 궁금증에서부터 작품에 빠져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점차 인물의 심리와 관계에 공감대가 쌓였다"면서 "독특한 매력이 있더라. 연출적으로 재미가 있을 것 같아 선택했다"고 계기를 전했다.

이야기는 두 주인공의 '기간제 결혼'으로 시작된다. 감독은 "가짜 속에서 진짜 사랑을 찾는 주제 속에서 매개체 역할을 하는 설정일 뿐이다"고 설명했다.

◆ 서현진X공유, 사로잡았다

서현진과 공유마저 사로잡은 작품이었다. 배우들은 대본의 독특한 매력에 순식간에 빠져들었다. 공유는 "사랑과 관계를 다른 결로 이야기한다"고 소개했다.

서현진은 "한 번에 인물의 감정이 와닿지 않는 점이 좋았다. 행간이 길고 여백이 많았다"며 "누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라질 것 같아서 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서현진은 '노인지'로 열연했다. 결혼이 역겹다고 생각하면서도 결혼을 직업으로 선택한 인물. 기간제 결혼 매칭 회사원으로, 5번째 남편 한정원을 만난다.

서현진은 "인지는 소라게 같다. 말랑말랑한 내면을 딱딱한 외피로 잘 감추고 산다"며 "늘 자기 삶의 무게를 자진해서 지고 다닌다"고 설명했다.

공유는 '한정원'으로 분한다.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로 외로움에 잠식된 음악 프로듀서다. 전 아내 이서연에 의해 마음에 내키지 않는 기간제 결혼을 한다.

공유는 "본능적으로 연결되는 캐릭터들이 있다. 정원은 처음 시놉시스를 접했을 때부터 연민의 감정을 느꼈다"며 캐릭터에 애정을 더했다.

◆ 고품격 연기 퍼레이드

무엇보다 '트렁크'의 관전 포인트는 서현진과 공유의 투 샷이다. 매 작품 캐릭터에 빙의된 연기력과 소화력으로 대중을 놀라게 했던 두 배우가 처음 만난 것.

이날 현장에서도 두 사람의 케미를 엿볼 수 있었다. 서현진은 "공유와 대본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생각하는 결이 비슷하더라. 금새 가까워졌다"고 했다.

공유는 서현진을 향한 팬심을 드러냈다. "'또! 오해영'을 너무 재미있게 봤다. 서현진 연기를 (눈) 앞에서 보고 싶었다. 실제로 보면 설레일 것 같았다"며 웃었다.

김 감독이 촬영 순간순간 감탄할 정도였다. "연기 고수들이더라. 연기가 아닌 진짜 감정을 표현했다"며 "두 사람의 하모니가 나왔다"고 표현했다.

감독 인생에서 전무후무한 경험까지 안겨준 현장이었다. 김 감독은 "서현진을 보고 감독으로서 영감을 받았다. 접신의 경지까지 갔다"며 극찬했다.

또 "공유를 통해 정원이 업그레이드됐다. 극 중 인물에 합체되는 과정을 유려하게 하더라"며 "순간적인 호흡과 눈빛, 대사, 템포, 톤 조절이 디테일했다"고 덧붙였다.

◆ 트렁크는 매개체일 뿐

연기 퍼레이드와 함께 '트렁크'의 중심축을 이루는 건 미스터리와 멜로다. 김 감독은 이 2가지 설정을 통해, 궁극적으로 인간의 심리를 다루고자 했다.

감독은 "살인사건 등 외면적인 미스터리보다 인물의 심리적인 미스터리에 방점을 찍고 싶었다"며 "인지와 정원의 멜로 감정선과 구원 서사가 중요 포인트였다"고 짚었다.

멜로 장르인 만큼, 두 주인공의 베드신도 담았다. 김 감독은 "남녀 간의 사랑과 감정선을 표현하기 위함이다. 개연성을 위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배우들도 기꺼이 임했다. 서현진은 "캐릭터 설명을 위해 필요한 부분이면 응해야 한다고 여겼다"고 답변했다. 공유는 "신선한 앵글이 많다"고 강조했다.

결국 '트렁크' 속엔 어떤 메시지가 꾸려져 있을까. 서현진은 "결혼의 가치에 대해 도전하려는 드라마는 아니다"고 힘을 줘서 이야기했다.

그는 "관계를 맺었을 때 밑바닥을 드러내는 심연의 감정이 있지 않나. 이를 극대화했을 때도, '서로를 살리는 관계가 있지 않을까'라는 질문을 던진다"고 귀띔했다.

다른 배우들 또한 "관계에 대해 재고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쾌감을 받았다"며 "현실적인 질문을 던진다"고 관전 포인트를 요약했다.

'트렁크'는 오는 29일 오후 5시 공개된다.

<사진=이승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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