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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고지와 부활은 랜덤일까?" 연상호, '지옥'의 코스믹호러

[Dispatch=김지호기자] '지옥2'가 오픈되고, 수많은 물음표가 떠올랐다.

저승사자의 고지는 진짜 랜덤일까? 왜 정진수(김성철 분)가 지옥사자가 됐을까? 부활자의 요건은 무엇일까? '지옥'의 신은 선신인가, 악신인가. 아니, 신이 있기는 한 걸까?

무수히 쏟아지는 질문과 해석에, 연상호 감독은 미소지었다. 이처럼 시청자들이 '지옥2'가 던진 화두로 대화를 나누길 원했다는 것. 창작자의 성취감이 느껴졌다.

"지옥은 제게 소통의 보람을 느끼게 만들어준 작품입니다. 작가, 관객, 독자가 작품이란 매개체를 통해 토론할 수 있다는 것이 좋았습니다."

연상호 감독이 최근 '디스패치'와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연 감독이 '지옥2'로 말하고자 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 지옥이란, 예측불가다

시즌 1에서는 말 그대로, 지옥이 펼쳐졌다. 지옥사자들의 고지와 시연으로 아수라장이 된 세상을 그렸다. 시즌 2는 이 설정에, 부활이라는 키워드까지 넣었다.

연상호 감독이 생각한 지옥은 어떤 모습일까. 그는 "지옥은, 예측이 가능하면 지옥이 아니라고 생각해왔다"고 말문을 열었다.

"어린 시절부터 궁금하더라고요. (지옥의) 고통이 1,000년쯤 반복된다면, 그게 고통일까요? 아무리 어마어마한 고통일지라도, 100년이 지나 1,000년쯤 된다면 익숙해지지 않을까요?"

그는 "고통이 줄어들고 익숙해진다는 것, 그렇다면 고통이 아니지 않나. (지옥의)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정의할 수 있다는 건 지옥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꽂힌 포인트가, 바로 '예측불가'였다. "시즌2의 지옥들이, 수많은 인물들의 발버둥을 필요로 했다. 그걸 무색하게 하는 엄청난 예측불가가 존재하는 것"이라 전했다.

신의 관점을 상상했다

예측불가의 지옥, 그걸 이끌어와 사람들 앞에 제시하는 존재는 지옥사자들이다. 지옥사자들의 고지는 어떤 법칙이 있을까. 이 역시 예측불가일까?

연 감독은 "랜덤이냐, 법칙이 있느냐가 중요한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며 "신일지 컴퓨터일지 모르지만, 그 (절대자의) 관점을 어떻게 상상하겠느냐"고 대답했다.

"우리가 내일을 예측하는 것처럼, 천 년 후를 예측하는 존재가 있다고 가정합시다. 후자의 시각으로 판단했을 때, (인간의 한 순간이) 어떤 인과관계를 갖고 있는지는 상상할 수 없겠죠."

중요한 건, 인간의 선택이라는 것. "결과적으로 인간은 뭔가 탐구해서 진실을 밝혀내는 존재라기보다, 100년이란 시간 동안 어떤 걸 선택하는 존재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민혜진(김현주 분)이 자신의 신념과 가까운 소도라는 조직을 파괴합니다. 재현을 데리고 나가는 선택을 하죠. 이건 박정자의 종말 예언 때문에 할 수 있었던 겁니다. 아이를 가두고 탐구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요. 민혜진에겐 그게 종말이 아니라 시작이었던 거죠."

정진수의 지옥 vs 박정자의 지옥

'지옥' 시즌2를 구상했을 때, 연 감독은 부활이라는 테마를 잡았다. 정진수와 박정자(김신록 분), 두 사람의 부활로 이야기를 시작하자고 결심했다.

"정진수의 정체성은 공포입니다. 20년 전에 고지받고, 공포를 느꼈죠. 그 공포를 이용해 사람들을 단죄하며, 세상을 바로잡겠다는 의지에 사로잡힌 인물입니다."

그는 "시즌2는 사실 정진수의 희망이 이뤄지는 이야기"라며 "정진수가 겪은 지옥과 시즌2의 내용이 유사하다. 공포에 시달리고, 무언가 단죄하고, 하고픈 걸 이룬다"고 귀띔했다.

박정자의 부활은 또 다르다. 박정자는 시즌1에서 고지를 받고, 아이들을 지키려는 소시민이다. 시즌2에서는 닿을 수 없는 그리움에서 오는 절망감을 지옥으로 표현했다.

"(아이들이) 그립기 때문에, 오히려 그래서 닿아서는 안 되는 것. 그게 박정자의 지옥과 유사합니다. 박정자가 예상하지 못한 순간, 닿을 수 없는 것에 닿는 순간을 보여주죠."

인간의 소망은, 이뤄졌다

그렇게 보면, 퍼즐이 맞춰진다. 연상호 감독이 설계한 '신'은, 어떤 방식으로든 인간의 소원을 이뤄주고 있었다. 정진수는 공포 그 자체가 됐고, 박정자도 아이들을 만나러 간다.

"시즌 1에서 배영재와 송소현이 아기를 지키고 싶어 했잖아요? 그 소망도 사실상 이뤄졌습니다. 시청자가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요."

연 감독은 "신이란 존재가 인간에게 관심이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겠다"면서도 "인간이 예측하지 못하는 방식으로, 인간의 소망을 다 이뤄줬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부활도, 정진수 박정자 두 사람이 끝이 아닐 수 있다. '지옥2'에서 이수경(문소리 분)은 "부활한다고 해서 모두가 상징이 될 수 있는 건 아니"라고 정의한다.

"부활하는 시간이란 건, 굉장히 넓다고 생각합니다. 신의 관점에서 이뤄지는 거니까요. 100년 후 부활할 수도 있고, 1,000년 전 이미 부활했을 수도 있죠."

지옥은, 코스믹 호러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만 부활할 수 있을까? 이 역시 랜덤일까? 이 질문에, 연상호 감독은 "저도 왜 궁금한지 이해한다"며 웃었다. 그러면서도 답변은 시청자의 해석으로 남겼다.

"코스믹 호러는, 이해할 수 없는 것 앞에서 느끼는 공포심을 즐기려 개발된 겁니다. 만일 제가 부활의 요건을 말한다면요? 공포영화 엔딩에 NG 장면을 삽입하는 셈입니다."

고지, 시연, 지옥, 부활. 연 감독은 이 모든 것에 불확실성을 부여했다. 그 공포심에서 오는 카타르시스로 코스믹 호러를 완성했다. 알 수도 없고, 알아서도 안 된다. 감상의 묘미가 사라질테니.

덕분에 '지옥2' 이후의 미래도, 마음껏 상상할 수 있다. 특히 연 감독은 민혜진에 애정을 드러냈다. "만일 다음 작품을 할 수 있다면, 민혜진이 만들어낼 이야기가 궁금하다"고 말했다.

"민혜진은 정진수나 이수경처럼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이 이야기가 거짓이라는 걸 바라보는 사람이었습니다. 반면, 마지막에 재현을 구출한 민혜진은 또 다른 인물이란 생각이 들었고요."

찬란한 종말, 그리고 자율성

연상호 감독은 "사실 시즌2에서 감독의 시각이 가장 많이 들어간 인물이 민혜진"이라 귀띔했다. 그가 민혜진 캐릭터를 만들며 생각한 키워드는 <찬란한 종말>이다.

"제가 김현주에게 '재현을 데리러 갈 때, 걸어가며 속 시원한 느낌으로 연기해줬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다가올 종말이 혜진에겐, 더 이상 고민할 필요가 없는 상태가 되거든요."

실제로 혜진은 내내 고민해왔다. 소도가 옳은지, 아니면 송소현의 아기를 데리고 나가는 일이 옳은지에 대해서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신념을 올곧게 지킨다.

즉, 종말을 맞이했을 때의 인간의 자세가 바로 '지옥2'의 주제였다. 연상호의 메시지는, 민혜진이 보여준 자율성이었다.

"마지막에 혜진이 재현에게 부모님 이야기를 해줍니다. 본의는 아니지만, 거짓의 이야기를 하죠. 이것도 인간이 가진 자율성이라 생각합니다. 관객이 더 믿고 싶어하는 이야기는 뭘까요? 이 역시, 시청자의 자율성에 달렸다고 생각합니다."

<사진제공=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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