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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ye] "그냥 20억 불러 버릴까?"…손웅정 사건, 협상 녹취록 입수

[Dispatch=박혜진·정태윤기자] 2024년 4월 19일, SON아카데미 김형우 이사가 말했다. 그는 현직 변호사다.

"합의는 아이에 초점이 된 거잖아요. 아이의 정신적 피해를 회복하자는 건데…" (김형우 변호사)

유소년 축구선수 A군의 아버지가 답했다.

"아니요. 그런 정신 피해는 다 지났죠. 부모의 정신 피해도 있고." (A군 부친)

A군 아버지가 요구한 합의금은 5억 원.

"아이로 계산하면 1,500이 맥시멈이에요. 아이한테 보장할 수 있는 금액은 그 정도밖에 안 돼요. 저도 알아요. 그런데 특이상황이잖아요." (부친)

A군 부친은 '특이상황'을 강조했다. 손흥민, 더 정확히 손흥민 가족과 연관된 특이상황.

"이게 지금 손웅정 감독님하고 손흥윤하고 다 껴 있는 거잖아요. 합의하려면 돈이 중요한데, 이미지 실추랑 생각하면 5억 가치도 안 돼요?" (부친)

'디스패치'가 손아카데미 체벌 논란을 취재했다. 피해 학생 측과 아카데미 측이 진행한 협상 과정도 살펴봤다. 전지훈련에 동행한 또 다른 학생 부모의 이야기도 들었다.

◆ "김○○도 5억을 줬는데…"

A군 부친이 합의금 5억 원을 요구하는 근거는 무엇일까?

우선, 유명세다. 부친의 주장을 조금 더 들어보자. 또, 특이 상황이 등장한다.

"이게 특이 상황이잖아요. 연예인이 택시 타서 택시 운전수 싸대기 한 대 때렸다고 2~3억씩 주고 합의하고, 김○○이 술 처먹고 사람 때렸다고 5억씩 주고 합의하고 이런 판국에…" (부친)

그는 유튜브를 검색해 보라고 덧붙였다.

"유튜브 한 번 쳐볼까? 유명 연예인들 사고 치면 합의금 얼마인지? 변호사님도 참. 아시면서 똑같은 얘기를..." (부친)

김형우 변호사는 "아카데미도, 감독님도 그렇게 돈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A군 부친은 단호했다.

"저는 그런 거는 모르겠고. 나 봐주는 변호사가 이XX 변호사예요. 판사장 출신. 저도 사업하다 보니 변호사 쓸 일이 많아요. 고민하지 마세요. 그냥 얘기하셔서 정리하시면 되지." (부친)

◆ 손흥민 이적한다 뭐한다?

A군의 부친은 이번 사건을 손흥민과 연관시켰다.

김형우 변호사 : 그런데 5억 원은 좀 심한 거 아닙니까?
A군 부친 : 아니. 심한 거 아니에요. 생각해 보세요. 지금 (손흥민) 4,000억에 이적한다 뭐한다.
변호사 : 엄밀히 따지면 손흥민 선수의 일이 아니에요.
부친 : 아니 손흥민 선수 일이 아니어도 손웅정이 에이전시 차려서 본인이 하잖아요.
변호사 : 이건 아카데미잖아요. 별도의 일인데.
부친 : 이게 지금 손웅정 감독님하고 손흥윤하고 다 껴 있는 거잖아요.

A군의 부친은 손웅정 감독의 가족을 언급했다. 손흥민 부자의 이미지를 약점(?)으로 삼았다. 언론과 축협 등을 언급하며 상대를 위축시켰다.

"언론사나 축구협회에 말해서 거기 자체를 없애버리고 싶은 마음이에요. 부모 입장에서 화나니까. 변호사도 20억 부르고 5억 밑으로 합의하지 말라 했어요." (부친)

"축구협회에 넣으면 어떻게 되냐, 안 물어봤을 것 같아요? 자격증 정지 또는 취소잖아요. 언론 막고 축구도 계속하는데 5억이든 10억이든 돈이 아까워요?" (부친)

◆ "인터넷에 글 띄워 볼까요?"

A군 부친은 강경했다. 5억 원 밑으로 합의할 계획이 없음을 재차 강조했다.

"5억 원이 심하다고? 아니요. 안 심해요. 저는 20억 안 부른 게 다행인 것 같은데. 돈이 중요해서 하는 게 아니에요. 제가 한 200억 넘게 있었어요. 사업 하다가 잘못됐지만…" (부친)

두 사람의 협상은 평행선을 달렸다. 합의금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다. A군 부친은 "인터넷에 물어볼까요?"라며 자신의 요구가 합리적임을 강조했다.

"그럼 10억 얘기할까요? 제가 인터넷에 글을 띄웠어. '이런 사건 합의하려고 하는데 얼마 받을까요' 하면 댓글 뭐라고 나올 거 같아요? 100억 불러라, 30억 불러라 할 거예요." (부친)

그는 '비밀유지'도 5억 원의 근거라고 말했다.

"비밀을 다 보장하고 묻으면? 10억이든 5억이든 아까울 게 없다는 거죠. 본인들 이미지 타격 없이 여기서 정리한다는데. 그럼 5억도 싼 게 아니냐고요." (부친)

◆ 비밀 유지할테니, 5억

그렇다면 '비밀유지조항'을 빼면 합의금이 달라질까? A씨 부친은, 또 그건 아니었다.

A군 부친 : 언론에 보도 되든 말든 신경 안 쓸 거면 2000, 3000만 원에도 합의할 수 있어요.
변호사 : 그럼 비밀 유지 조항 없이 2,000만 원은 안 될까요?
부친 : 아니 변호사비 하면 남는 것도 없는데.
변호사 : 그럼 변호사비 해서 3,000만 원요?
부친 : 아니요. 제가 처벌불원서까지 써가면서 뭐 하려고 그런 짓거리를 해야 하는지…
변호사 : 아이의 피해 회복인데…

손웅정 감독은 'SON 축구아카데미'에서 일어난 욕설과 체벌에 대해 인정했다.

"한 것을 하지 않았다고 할 생각은 없습니다." (손웅정)

손아카데미 측은 A군의 피해 보상을 위해 3,000만 원의 합의금을 준비했다. 4월 9일 손흥윤 코치 등이 직접 찾아가 사과도 했다.

(당시 손웅정 감독은 일정 문제로 1차 사과 자리에 참석하지 못했다. 손 감독은 A군 부친과 어느 정도 합의가 조율되면 다시 약속을 잡을 계획이었다.)

그러나 A군 측이 바라는 금액과 차이가 컸다. 게다가 A군 부친과 손웅정 감독의 생각차는 더 커 보였다. 김형우 변호사는 이에 둘의 만남을 보류시켰다.

"코치들과 함께 A부친을 찾아가 1차 사과를 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2차례 더 조율했고요. 하지만 순탄치 않았습니다." (변호사)

다음은 5억 원이 1억 5,000만 원으로 떨어지는 과정이다.

◆ 일단 5억, 안 되면 3억 원까지

A군의 부친은 계속 5억 원을 고수했다. 그렇게 협상은 1시간 이상 진행됐다. 김형우 변호사는 마지막으로 물었다.

"협상의 여지 있어요, 없어요?" (변호사)

A군의 부친은 처음으로 금액을 내렸다.

"5억 원 전달하시고. 저는 그쪽(아카데미)에서 연락이 오면 3억까진 해드릴 용의 있어요. 그 밑으로는 할 용의 진짜 없고요." (부친)

그는 "언론에 나갈 일 없고, 보도할 일도 없고, 경찰에서 새어 나가도 오해라고 말하겠다"며 스스로 '비밀유지'를 약속했다.

변호사 : 비밀유지 조항 없이 2,000만 원은 안 되는 건가요?
부친 : 아니, 아니. 아예 안될 거 같은 건 이야기하지 말죠. 저 돈 없어도 된다니까요.
변호사 : 그럼 5억에서 출발해서 3억까지 하신다는 거죠?
부친 : 제가 10억 이야기 안 한 게 다행이에요. 저 지금 돈 생각하고 나온 거 아니에요. 자존심 너무 상해서 무슨 이야기 하나 들어보려고 나온 건데.

◆ 변호사님, 제가 1억 드릴게요

손아카데미 변호사는 고개를 저었다. 그 금액은 불가능하다는 것. 그러자 A군 부친은 변호사의 윤리에 위배되는 황당한 제안을 던졌다.

"5억 원 받아주면 내가 (비밀리에) 1억 원 줄게. 현금으로."

A군의 아버지는 합의금을 3억 원까지 낮췄다. 하지만, 못내 섭섭한 표정? 그는 김형우 변호사에게 1억 원을 주겠다며 역제안했다.

"만약 그쪽에서 5억 원을 줬어. 그럼 내가 변호사님 1억 드릴게. 농담이 아니고. 그걸 가지고 뒤에서 이상한 얘기 하고 이상한 소문 내고 그럴 필요도 없고." (부친)

그는 합의 불발 시 '끝까지 간다'는 경고성 발언을 덧붙였다.

"판사 잘 알아서 솜방망이 처벌이 나올지 모르죠. 합의 안 해서 처벌 어설프게 나오면 이의신청해서 재심 가야죠. 만약 끝까지 간다고 그러면. 제가 재판 한두 번 했겠어요?" (부친)

그리고 다시 한번 꺼내든 유튜브 사례.

"5억도 싸게 부른 거라, (손 감독) 본인도 예상하실 거 같은데. 유튜브 보여주세요. '연예인 합의금 베스트'. 택시 기사 싸다구, 김OO 5억 이런 거…" (부친)

손아카데미 측과 A군 부친의 협상은, 그렇게 끝이 났다.


◆ 카톡으로 낮추고, 전화로 낮췄다

손웅정 감독은 단호했다. "내가 잘못한 부분은 처벌을 받겠다"는 것. 아카데미 문제를 손흥민과 엮는 것 자체에 대해서도 불쾌감을 드러냈다.

김형우 변호사는 '디스패치'에 "손 감독이 잘못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건 아니었다. 단, 합의금의 범위를 넘어서는 부분에 대해 절대 수용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아카데미에서 일어난 일이기에 책임지려 하셨습니다. 자신의 이미지를 지키자고 돈으로 입막음할 생각도 없었고요. 차라리 그 돈을 유소년 발전 기금으로 쓰겠다는 입장이었어요." (변호사)

손웅정 감독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자 바빠진 건, A군의 부친. 5월 5일 어린이날, 김형우 변호사에게 카톡을 보냈다.

부친 : 변호사님 봐서 저도 양보할 테니 2억에 그냥 합의해요. 더는 양보 힘듭니다. 저도 솔직히 이렇게 나오시니 할 말도 없고. (변호사비) 3,000~4,000은 줘야 하는 상황인데.
부친 : 그냥 더 이상 끌지 말고 내일이든 모레든 2억 결정되면 바로 합시다. 변호사님 얘기가 맴돌고 저도 계속 고민도 많아지고 더 이상 결단을 내야지 안 되겠습니다.
변호사: 아버님, 오해가 있으신 것 같습니다. 지금은 협상 단계가 아니라. 이미 지난 금요일에 저희 합의가 불발되었다고 통보해 드렸는데요.

A군 부친은 5월 30일에 다시 전화로 합의금을 문의했다.

부친 : 변호사님. 저도 마지막으로 말씀드리는 건데, 저희도 그거 받아서 뭐 이것저것 하고… 그냥 1억 5,000 이야기해 보세요.
변호사 : 제가 사정하고 설득해서 1억을 말씀드렸는데. 그때도 워낙 단호했어요. 1억 5,000은 말을 안 한 것만 못한 것 같은데요.
부친 : 안 한 것만 못하다? 알겠어요. 저도 움직일게요.

그리고, A군 아버지는 실제로 움직였다. A군 멍 사진을 언론사에 보냈고, 일부 매체와 만나 인터뷰도 시작했다.

◆ 오키나와에서 생긴 일

2024년 3월, 'SON축구아카데미'가 일본으로 전지훈련(3월 7일~12일)을 떠났다. 중등부 축구리그 출전을 앞두고 실전 경험을 쌓기 위해 오키나와로 향했다.

사건은 3월 9일에 일어났다. 손흥윤 수석코치가 주관한 체력 훈련에서 문제의 체벌이 이루어졌다. (손웅정 감독은 당시 체벌 현장에 없었다.)

손아카데미 측은 "체력훈련을 추가로 실시했다. 하프라인 선착순 달리기였다"면서 "20초 안에 들어오지 못하면 허벅지를 맞기로 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4명의 선수가 20초를 끊지 못했다. 그 안에 A군도 있었다. 손흥윤 코치는 코너킥 깃대봉으로 4명의 허벅지를 1대씩 때렸다. 그때, A군 허벅지에 멍이 들었다.

◆ 전지훈련 동행 부모를 만났다

손아카데미 훈련은 공개로 진행된다. 부모가 언제든지 참관할 수 있다. 오키나와에는 학부모 2명이 동행했다. 유소년 선수 B군의 모친도 그 현장에 있었다.

'디스패치'가 B군 어머니와 통화했다. 그는 "우리 아들(B군)도 20초 안에 들어오지 못했다. 허벅지를 맞은 1명"이라면서 현장 목격담을 그대로 설명했다.

"어수선한 분위기가 있었어요. 체력 훈련이었고, 달리기를 하니까 (애들이) 힘들어했던 것 같아요. 시간 안에 들어오지 못해 마지막까지 남게 됐죠." (B군 모친)

B군 어머니는 훈련 과정을 끝까지 지켜봤다. 당시 분위기는 어땠을까.

"체력훈련으로 다시 끌어올린다고 생각했어요. 다만, 체벌은 처음 봤어요. 4~5년을 다녔는데 처음 보는 광경이었죠. 좀 놀라긴 했지만, 과하다는 생각은 안 들었어요." (모친)

B군 모친이 체벌에 찬성하는 건 아니었다. 그는 "체벌은 정당화될 수 없다. 당연한 건 아니다"면서 "단, 학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훈련 과정 중 하나로 보였다"고 말했다.

"손아카데미에 4~5년을 다녔습니다. 체벌은 처음이었죠. '어, 왜 그러실까?'라는 생각도 했어요. 하지만 감정이 실린 벌이 아니었어요. 훈련을 끝내고 웃으며 밥을 먹었어요." (모친)

손흥윤 코치는 한국에 돌아와서 그날 일을 사과했다. B군 어머니는 "한국 도착하고 휴식기가 끝나고 다시 모였다. 그때 손 코치가 직접 사과하더라"고 전했다.

◆ 학부모가 말하는 숙소 생활

유소년 선수 C군은 손아카데미 숙소에서 지낸다. 아카데미 숙소는 춘천에 위치한 한 아파트. C군은 동료 1명과 함께 46평 아파트에서 생활한다.

손아카데미 측에 따르면, 숙소비는 70만 원이다. 손아카데미 측은 마음껏 뛰라고 1층을 얻어줬다. 게다가 식비와 간식도 추가 비용 없이 제공했다.

"밥이 너무 잘 나와요. 훈련 끝나는 시간에 맞춰 식사를 준비하시죠. 항상 따뜻한 밥을 먹이죠. 숙소에 카드도 있어요. 그걸로 아이들이 좋아하는 피자나 치킨 등 간식도 시켜주죠." (C군 모친)

C군의 모친은 손웅정 감독의 가정 철학을 설명했다.

"감독님은 유럽축구처럼 아이들이 집에서도 케어받아야 한다고 말씀하세요. 잘 먹고, 잘 쉬고, 잘 뛸 수 있게 정성껏 챙겨주시죠. 경기장에선 무섭지만, 밖에서는 그냥 할아버지예요." (모친)

실제로, 코치들은 경기장 밖에서 보호자 역할을 대신한다. 아침 7시 30분, 코치들이 직접 숙소에서 학생들을 깨워 등교시킨다. 훈련이 끝나면 저녁을 먹이고, 숙소로 데려간다.

"저도 선처 탄원서를 냈어요. '훗날 축구가 아닌 다른 일을 하더라도, 아카데미에서의 배움이 큰 힘이 되리라 믿는다'고 썼습니다. 부모가 해야 하는 인성 교육까지 대신 해주셨으니까요."(모친)

C군 모친은 안타까운 마음을 계속 전했다.

"감독님은 (훈련할 때) 그날 에너지를 그날 다 쏟으시는 것 같아요. 아카데미 운동장이 쩌렁쩌렁 울리죠. 물론 거친 표현도 하시죠. 우리 아들도 처음에는 적응을 잘 못했어요." (모친)

그런 아들이, 어느 순간 고개를 끄덕였다고 덧붙였다.

"어느 날, 아들이 말하더군요. '엄마, 감독님이 너무 이해돼'. 저희는 외부 클럽에 있다 와서 더 잘 느껴요. 얼마나 선수들을 사랑하는지. 표현이 거칠어도 그 진심을 알아요." (모친)

◆ "한 것은 한 것, 안 한 것은 안 한 것"

손웅정 감독은 아카데미에서 일어난 욕설과 체벌에 대해 인정했다. "한 것을 하지 않았다고 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A군에게 사과의 마음을 전했다. "다시 한번 마음의 상처를 받은 아이에게 미안하다"며 잘못된 행동을 사과했다.

자신의 교육관도 다시 돌아봤다. "시대의 변화와 법에서 정한 기준을 캐치하지 못하고 내 방식대로 지도했다"며 반성했다.

그러나, "하지 않은 것을 했다고 할 생각도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A군 부친의 주장에 확대, 왜곡, 과장이 있다는 의미다.

지속적인 학대일까? 아니면, 합의금 부풀리기일까. 해당 사건은, 검찰의 손으로 넘어갔다.

<사진출처=디스패치DB, 학부모 제공, tvN 캡쳐>

<영상=이주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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