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박수연 인턴기자] "슬기롭지 못한 사회 초년생들의 성장 과정을 담아냈습니다." (신원호 크리에이터)
'슬기로운' 시리즈는 흥행보증수표다. '감빵생활'과 '의사생활' 등이 모두 성공했다. 따스한 휴머니즘으로 대중의 호응을 얻었다. 특히, '슬의생'은 시즌 3 제작까지 거론되고 있다.
그보다 먼저, 또 다른 의사 시리즈가 나왔다. 단, 프로페셔널한 의사 이야기는 아니다. 풋풋한 전공의들을 주인공으로 했다. 누구나 한 번쯤 겪은 청춘의 성장통을 그린다.
신원호 크리에이터는 "늘 사고를 치고 혼이 나는 전공의들 이야기"라며 "드라마틱한 성장은 아니어도, 결국 한뼘 자라 있는 모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tvN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 생활'(이하 '언슬전') 제작보고회가 10일 서울 신도림 라마다 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렸다. 고윤정, 신시아, 강유석, 한예지, 정준원, 신원호 크리에이터, 이민수 감독이 참석했다.
'언슬전'은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리즈의 첫 번째 스핀오프 드라마다. 1년 차 산부인과 레지던트들을 주인공으로 했다. 병원 생활 속 성장과 우정을 그렸다.
신원호 감독은 '언슬전'의 크리에이터로 참여했다. 그는 "연출이 아닌 이름으로 이런 자리에 서는 게 처음이다. 보호자 또는 아빠의 입장에서 지켜봤다"고 전했다.
이민수 감독은 산부인과를 택한 이유에 대해 "(산부인과는)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면서도, 한편으로는 질병으로 누군가를 떠나보내는 오묘한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감독은 "산부인과라는 공간과, 사회 초년생 전공의들의 성장 서사가 잘 어우러졌다. 덕분에 다양하고 재밌는 에피소드가 많이 나올 수 있었다"고 자신했다.
전작과 비슷하면서도, 결이 다르다. '슬의생' 시리즈는 현실에 없는 의사들을 그렸다. 아름다운 판타지 서사로 시청자들에게 힐링을 선사했다.
'언슬전'은 기존의 따뜻함을 유지하면서도 변주를 줬다. 이 감독은 "서투른 레지던트들이 주인공"이라며 "기존 '슬의생' 분위기는 가져가되 조금 색다른 재미를 주려 했다"고 밝혔다.
깊이 있는 성장물이라는 점이 매력 포인트다. 신 크리에이터는 "요즘 현실이든 콘텐츠든, 성장 서사가 별로 없다. 경쟁이 심화되고, 다들 삶이 힘들어 그런 것 같다"고 짚었다.
이어 "다들 차근차근 기다리는 성장보다, 극적인 성공 서사를 보고 싶어 하는 것 같다"며 "언슬전은 오랜만에 (차근차근한) 성장 서사를 다룬다"고 강조했다.
고윤정은 오희영을 연기한다. 겉은 차갑고, 속은 따뜻한 레지던트다. 고윤정은 "겉보기엔 시니컬한 면이 있다"며 "하지만 한 번 마음 주기 시작하면 최선을 다한다"고 소개했다.
신예 배우들도 함께 극을 이끌어간다. 신시아(표남경 역), 강유석(엄재일 역), 한예지(김사비 역), 정준원(구도원 역)이 산부인과 레지던트로 변신한다.
강유석이 맡은 엄재일은 아이돌 출신 의사다. 강유석은 "에너지 넘치는 캐릭터다. 질문도 많고, 도와달란 말도 많이 한다"며 "열정 과다로 주변인들에게 피로를 주기도 한다"고 표현했다.
한예지는 '언슬전'이 데뷔작이다. "(신 크리에이터는) 저에게 연예인 같은 존재다. 오디션을 본 것만으로도 인생 업적을 이뤘다고 생각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전공의들의 관계성도 흥미를 유발할 전망이다. 이 감독은 '입덕부정기'라는 표현으로 정리했다. "(전공의들이) 처음부터 친해지진 않는다. 서서히 물드는 느낌"이라 예고했다.
강유석은 '응애즈'라는 별명도 만들었다. "우리가 1년차라 안 친한 게 느껴져야 했다. 지날수록 친해지고 끈끈해지는 과정이 있다. 그게 자연스럽게 드라마에 녹지 않았나 싶다"고 전했다.
'슬의생' 시리즈의 주역들도 깜짝 등장한다. 조정석, 정경호, 유연석, 김대명, 전미도 등 율제병원 '99즈'들이 특별 출연한다.
신 크리에이터는 "다들 너무 흔쾌히 캐스팅에 응해줬다. 특별 출연이라는 말을 쓰지 말고, 출연자로 크레딧에 넣어 달라고 할 정도였다. 마치 자기 작품처럼 생각해 줘서 고마웠다"고 전했다.
'언슬전'은 지난해 5월 방송 예정이었다. 그러나 전공의 파업 여파로 편성이 무기한으로 연기됐다. 1년 간의 표류 끝에 가까스로 베일을 벗게 됐다. 현실과 다른, 드라마 속 전공의들이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을까.
제작진도 이 부분을 우려했다. 이 감독은 "촬영 후반부에 (파업) 사태가 터졌다"며 "예쁜 이야기가 다른 시선이나 논리로 비뚤어지게 읽힐까 걱정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이런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현장 분위기가 침체되지는 않았다. 만들어서 푸는 것까지 우리 몫이고, 보고 평가하는 것은 시청자의 몫"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믿는 건, 이야기가 가진 힘이다. 신시아는 "서툴지만 시작하는 청춘들의 이야기다. 시작을 준비하거나, 이미 시작을 하신 분들이 응원하고 추억하는 마음으로 보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언슬전'은 오는 12일 오후 9시 10분 첫 방송된다.
<글=박수연 인턴기자(Dispatch), 사진=정영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