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구민지기자] 더 새로운 것이 있을까?
사실, 이들은 데뷔곡(일레븐)부터 대박을 터트렸다. '러브 다이브', '애프터 라이크', '아이엠', '키치', '배디', '이더 웨이' 등 연타석 홈런을 때렸다.
그럼에도 '잘 된 것'을 따라 하지 않았다. 대신 과감한 변신을 택했다. K팝의 흐름도 좇지 않는다. 아이브만이 보여줄 수 있는 음악을 선보였다.
이번에는 설화(해를 사랑한 호랑이)를 들고나왔다. 데뷔 최초로 힙합에 도전했다. 동양적 요소로 신비한 분위기를 더했다.
결과는, 아이브가 아이브했다.
'아이브 스위치'(IVE SWITCH)는 음원사이트 최상위권을 장악했다. 4번째 밀리언셀러도 달성했다. '디스패치'가 아이브의 새 앨범을 들여다봤다.
◆ "아이브의 색"
아이브의 색은 하나로 정의하기 힘들다. 특정 스타일을 고수하지 않는다. 심오한 세계관도 없다. 댄스, EDM, R&B, 팝, 발라드, 힙합… 장르도 다양하다.
기존 클리셰를 지키지 않았다. 양날의 검이지만 도전한다. 대중은 "아이브가 트렌드를 무작정 따라가지 않고 K팝 그 자체로 가서 좋다"고 입을 모은다.
도전적인 곡들이 곧, 그들의 색이 됐다.
스타쉽 A&R팀 부장은 "아이브는 특정 스타일에 구애받지 않기 때문에 다양한 걸 할 수 있다. 랩, 애드립 등 정해진 틀을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이어 "일례로 래퍼가 있지만 '일레븐'에는 랩이 한 소절도 없다. 곡이 좋을 때 '아이브가 부르면 어떤 느낌일까?' 생각으로 이어진다. 다 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앨범도 마찬가지였다. 대세(이지리스닝)를 따르지 않았고, 꿋꿋이 아이브 음악을 고수했다. 덕분에 그들의 매력은 극대화됐고, 차트 성적으로 이어졌다.
"앨범을 준비할 때마다 '어떻게 하면 더 다양한 저희 색을 보여드릴 수 있을까' 고민합니다. 계속 고민했고, 그 답을 이번 앨범에 담았습니다."(아이브)
◆ "아이브의 땀"
이번 곡도 아이브 맞춤형이었다. 신보 5곡이 '송캠프'에서 탄생했다. 아이브 음악에 관해 토론하고, 수없이 변형했다. 서현주 스타쉽 부사장이 전두지휘했다.
"해야 해야 해야 / 한입에 널 삼킬 때야 / (탐이 탐이 나) / 해야 해야 해야 / 이미 내가 이긴 패야 / (널 보면 탐이 탐이 나) / 해야 해야 해야 / 뜨겁게 떠오르는 해야"('해야' 가사 中)
심지어 아이브의 곡은 한국어 가사가 주를 이룬다. '해야' 훅에는 외국어가 아예 없다. 빠른 랩도 대부분 한국어로 꾹꾹 눌러 담았다. 아이브 음악의 킬링포인트다.
아이브는 월드투어 중에도 신곡에 집중했다. 관계자는 "보통 작업할 때 가사가 나와야 가수에게 데모(샘플 음악)를 보낸다. 아이브는 다르다"고 말문을 열었다.
"데모에는 아무 가사도 없어요. 흥얼흥얼하는 수준이에요. 그런데도 아이브는 '이번 노래 궁금하다', '빨리 들어보고 싶다'고 요청해와요. 아주 열정적으로요."
특히, 장원영은 데모를 달달 외우는 수준이다. "원영이는 녹음실에 올 때, 스스로 다양한 버전을 연습을 해온다. 첫 녹음 때도 깜짝 놀란 적이 많다"고 감탄했다.
◆ "아이브의 흥"
더블 타이틀곡 중 한 곡인 '해야'는 설화에 힙합을 더했다. 곡에 변주가 많다. 전통 악기 없이 동양풍을 완성했다. 강렬한 비트가 임팩트를 남긴다.
시작부터 독특하다. 떼창이 흘러나오고 레이의 랩이 쏟아진다. 리즈가 하이톤으로 노래하면 이서가 비음 섞인 랩으로 받아친다. 프레이즈별로 톤이 다르다.
'해야'는 4~5세대보단 3세대 스타일에 가깝다. 차곡차곡 쌓아서 3절에 고음을 터뜨린다. 안유진이 "자꾸 널 보면 탐이 탐이 나" 부분에 애드립을 쌓는다.
담당자는 "원래 애드립이 있었지만 강조할 생각은 아니었다. 유진이 의견이었는데 결과물이 잘 나왔다. 데모보다 크게 살려서 마무리했다"고 설명했다.
"우린 더 높이 / 하늘에 닿을 것처럼 외쳐 너를 깨워 / 올려 봐 노려봐 넌 내 거니까 다"('해야' 가사 中)
1절은 장원영, 2절은 리즈가 부른다. 같은 파트 다른 느낌이다. 비교해서 듣는 재미가 있다. 대중이 꼽는 '킬링 파트'도 저마다 다른 이유다. 6인 6색 매력이 느껴진다.
멤버들이 연습생 시절부터 파트를 한정하지 않고 노력해 온 결과다. 스타쉽은 "아이브는 래퍼가 노래를 하고, 보컬이 랩을 하기도 한다. 의외성을 준다"고 짚었다.
◆ "아이브의 성장"
이번 앨범은 거를 타선이 없다. 한 곡 한 곡 타이틀곡처럼 신경 썼다. 담당자는 "후반 작업할 때 멤버들의 성장에 놀랐다. 곡마다 느낌을 잘 살려불렀다"고 칭찬했다.
"할 수 있어요. 해볼게요. 한 번 더 할게요."(아이브)
아이브가 녹음할 때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완성도를 위해 무한 반복한다. "멤버들이 잘 해낼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다"고 덧붙였다.
다크팝(아센디오), 힙합(해야), 트로피컬 EDM(리셋) 등을 소화할 수 있었던 이유다. '아센디오'(Accendio)의 훅은 주문을 건다. 한 번 들으면 단번에 따라하게 된다.
특히, '와치 미, 돈 터치 미 러브 미, 돈 허트 미'(Watch me, don't touch me Love me, don't hurt me) 부분은 음가가 없다. 어려운 파트도 잘 표현해냈다.
'아이스 퀸'(Ice Queen)은 랩이 대부분이다. 모든 멤버가 랩을 한다. 담당자는 "아무도 '어떻게 불러야 하나' 묻지 않았다. 파트를 묵묵히 연습했다"고 떠올렸다.
'리셋'(Reset)엔 "TTTT TTTT / ㅋㅋㅋㅋ ㅋㅋㅋㅋ"라는 가사도 있다. 멤버들은 "신기하고 즐거운 곡"이라고 소개했다. 가을이 초반부(다정하던 너는 어디 간건데~)를 잘 살렸다.
'와우'(Wow)는 아이브의 매력이 잘 드러나는 노래다. 관계자는 "느낌을 살려서 불렀다"면서 "밝은 곡은 밝게, 분위기 있는 곡은 다른 톤으로 소화했다"고 짚었다.
장원영의 4번째 단독 작사곡도 앨범에 실렸다. '블루 하트'(Blue Heart)로 전문 작사가들도 놀라게 했다. 담당자는 "손댈 데가 없을 정도였다"고 칭찬했다.
◆ "장르가, 아이브"
"6 vocalist, 6 visual, 6 dancers, 6 rappers, 6 members, 6 queens. IVE never disappoint"(네티즌 반응 中)
아이브의 비주얼 칭찬은 물론, 여섯 명의 보컬리스트, 댄서, 래퍼라고 평했다. "아이브는 결코 실망시키지 않는다"고도 강조했다. 많은 이들이 공감했다.
실험적인 사운드도 대중적으로 만든다. 아이브가 맛을 잘 살려낸다. 멤버들의 음역, 음색 스타일이 딱 맞아떨어진다. 그룹의 정체성을 공고히 하고 있다.
담당자는 "아이브는 한 번도 파트에 대한 불만을 표출한 적이 없다. 매번 새롭게 도전하고, 다양한 걸 해볼 수 있다는 긍정 마인드로 임한다"고 알렸다.
심지어 월드투어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라이브 실력은 물론, 무대 위에서의 표현법 등이 공통적으로 성장했다. 도전 가능한 방향성이 넓어지고 있다.
"다양한 무대를 경험하고 있는 만큼, 성숙하고 발전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다이브, 열심히 준비했으니까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항상 고마워요."(아이브)
한편 아이브는 '해야' 활동에 한창이다. 15일 또 다른 타이틀곡 '아센디오' 뮤직비디오를 공개한다. 색다른 매력으로 리스너를 만날 계획이다.
<사진=디스패치DB, 스타쉽 엔터테인먼트, 유튜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