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김소정기자] SBS '그것이 알고 싶다'가 법정제재인 '경고'를 받았다. '피프티 피프티' 편에 대한 방송심의원회 의결 결과다.
방심위 소위원회는 5일 오전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그알' 측의 의견진술을 들었다. 이날 류희림 위원장과 문재완 위원, 이정옥 위원이 참석했다.
징계 수위 결정 전, 방심위는 제작진의 의견을 들었다. '피프티 피프티'편 총 책임자, SBS 교양시사국 한모 CP가 자리했다.
◆ "뼈 아프게 반성하고 있다"
'피프티 피프티' 편은 지난해 8월 19일에 방송됐다. 멤버들과 소속사 '어트랙트'의 전속계약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결과가 나오기 전이다.
이번 사안의 핵심은 외주업체 '더기버스'와 멤버들의 템퍼링 의혹. 그러나 방송은 멤버들의 손편지까지 담으며, 멤버들 편에 섰다는 비판을 받았다.
한 CP는 "이해 당사자 3분(어트랙트·더기버스·피프티 피프티)을 공평하게 다루려고 했다"고 항변했다. 그럼에도 지혜와 섬세함이 부족했다고 자책했다.
가장 문제된 부분은 '멤버들 손편지'라고 인정했다. "다소 감정적인 스토리텔링으로 시청자들 마음을 상하게 했다"며 "뼈 아프게 반성하고 있다"며 사과했다.
◆ "전홍준 대표님이 인터뷰 안 해줘서…"
'그알'의 방송 목적은 '화해'였다. 한 CP는 "대중문화를 사랑하는 업계 종사자로서, 잘 해결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컸다"고 전했다.
이어 "서로 소통을 법적으로만 대응하고 있었다"며 "세 당자자를 만나게 하려고 과하게 욕심을 내고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어트랙트의 비협조로 방송에 대한 아쉬운 부분이 있다고 털어놨다. 특히 전홍준 대표의 인터뷰 거절은 속상했다고 토로했다.
한 CP는 "제작인 입장에선 억울했다. 저희 얼굴 보고 취재에 응해줬으면 좋았을 텐데"라며 "비공개, 통화도 허락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인터뷰한) 어트랙트 직원들은 소송이 이뤄지고 나서 새롭게 들어온 분이다. 근무 시기가 멤버들이 있던 시기와 겹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당시 전 대표는 멤버들을 향한 비난 우려에 인터뷰를 정중히 거절했다. 대신 어트랙트 전모 팀장과 최모 부사장이 2차례, 인터뷰에 응했다.
그러나 '그알'이 방송에서 최 부사장을 뺐다. 최 부사장은 '피프티 피프티' 프로젝트 초창기부터 멤버 발탁, 현재까지 전 대표와 함께 하고 있는 임원이다.
◆ "여자 제보자를 왜 남자로…"
'그알'은 어트랙트 내부고발자의 인터뷰를 내보냈다. 대역 재연 배우였다. 그러나 '그알'은 화면에 이를 고지하지 않았다. 심지어 '여자'를 '남자'로 성별까지 바꿨다.
위원들은 하나같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이게 정상적인 저널리즘이냐", "BBC, NHK의 방송준칙을 보면, 영상 대역을 하는 나라가 없다"고 꼬집었다.
한 CP의 변명은 '제보자 보호'였다. "제보자가 '대역 재연'을 넣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게 들어가면 누군지 의심하고 찾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 위원은 "여자를 남자로 바꾼 건, 조작 아니냐"고 물었다. 한 CP는 "인터뷰 내용에 사실과 다른 게 없다. 앞으로는 주의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해당 답변은 거짓이다. 내부고발자 A씨는 41분쯤 등장한다. A씨는 "전홍준 대표가 애들이 데뷔할 때까지 월말평가에 한번 온 적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전 대표는 실제로 20여 차례 월말평가에 참석했다. 이에 어트랙트는 A씨를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혐의로 고소했다.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이다.
◆ "후속 방송은 없습니다"
한 CP의 의견진술 종료 후, 세 위원들이 의견을 나눴다. 모두 법정제재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만장일치로 '경고'를 의결했다.
방심위 결정은 '문제없음', 행정지도 단계인 '의견제시'와 '권고', 법정제재인 '주의', '경고', '프로그램 정정·수정·중지나 관계자 징계', '과징금'으로 구분된다. 법정제재부터 방송사 재허가·재승인에 감점 사유가 된다.
류 위원장은 "이 프로 자체가 사회적 혼란을 야기했다. 그 뒤에 프로를 삭제하고 사과했으나, 여기에 대해선 법정제재가 불가피하다고 본다"고 정리했다.
이 위원은 '대역' 미고지에 대해 "시청자한테 간접적 거짓말을 한 거다. (SBS) 관습이 그런 건지, 그 자체가 이해가 안 된다"고 비판했다.
앞서, '그알'은 '피프티 피프티' 후속편을 예고했다. 그러나 이날 한 CP는 "후속 방송은 없다"고 딱 잘라 말했다. 현재 진행 중인 본안 소송과 멤버들 보호 때문이다.
"이런 말 드리면 그렇지만 멤버들이 심리적으로 불안해해서 저희도 고통스럽습니다. 다시 방송하는 건 조심하고 주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진=디스패치 DB, SBS '그것이 알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