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ㅣ구민지·정태윤 기자] 가수 이선희는 이승기의 스승일까. 아니면, 권진영과 경제 공동체일까. 이승기의 음악 선생님도 맞고, 권진영의 (돈) 세탁소도 맞다.
경찰의 칼날이 이선희를 겨냥하고 있다. '후크'와 '원엔터' 사이의 이상거래를 감지한 것. '원엔터'는 이선희가 2010년에 만든 법인이다. (원은, 딸의 이름 끝자리다.)
'디스패치' 확인 결과, 후크에서 원엔터로 흘러 들어간 돈은 약 43억 원. 보컬 트레이닝 및 자문료 명목으로 평균 5,000만 원 안팎의 돈이 70회 이상 입금됐다.
이선희는 이 (법인) 돈을 어디에 썼을까? 권진영은 그 (법인) 돈을 어디로 뺐을까? 이선희의 히트곡 가사처럼, 돈은 그저 '원엔터'를 스쳐 지나갔다.
◆ J(in young), 스치는 바람에~
후크와 원엔터가 용역 계약서를 썼다. 서류에 드러난 계약 시기는 2010년과 2015년이다.
<원은 후크 소속 연예인 및 연습생들을 후크의 요청에 따라 보컬 트레이닝 및 교육을 제공하기로 한다.>
후크가 원에 지급하는 용역비는 매월 5,000만 원. 보컬 트레이닝 명목이다.
<매월 원의 국민은행 계좌로 일금 오천만 원을 지급하되, 용역비 금액은 매월 용역 제공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선생님' 이선희는 '제자'를 가르치는 비용으로 10년 동안 약 43억 원을 벌었다. 당시 이승기, 보라, 김민수, 이정현 등이 후크 소속으로 있었다.
후크 전 직원은 "이선희가 작업실로 쓰던 4층에서 보라, 김민수, 이정현이 발성 연습을 받은 적은 있다"고 5,000만 원 짜리 레슨을 귀띔했다.
이선희는 후크의 고액 과외 선생님이었다. 단, 과외 횟수와 시간은 파악이 안된다. 그(원엔터)가 후크에서 받은 43억만 회계 장부에 남아있다.
그리고 이선희는, 그 돈 일부를 다시 권진영 쪽으로 내보냈다. 권진영의 개인 주머니 역할을 담당한 것. 경찰이 들여다보는 것도 이 부분이다.
◆ J(in young), 그대 모습 보이네
'원엔터' 직원 명부를 입수했다.
권OO (권진영 父) : 2012. 2. 1. ~ 2020. 6. 30 (근속 3073일)
정OO (권진영 母) : 2012. 2. 1. ~ 2021. 9. 30 (근속 3,530일)
이OO (이선희 동생) : 2012. 2. 1. ~ 2021. 9. 30 (근속 3,530일)
이선희 대표는 여동생 이OO 씨를 '원엔터' 직원으로 채용했다. 권진영의 부친 권OO 씨와 모친 정OO 씨도 정규직으로 뽑았다.
'디스패치'는 원엔터 급여 내역 8년 치(2013~2021년)를 확인했다.
이선희 동생과 권진영 부친, 모친은 평균 300~400만 원 내외의 월급을 수령했다. 틈틈이 상여금도 받았다. 김장(김치) 상여도 있었다.
그렇게, (8년간) 가져간 돈의 합은 대략 9억 원. 이선희 동생이 3억 5,000만 원, 권진영 부친 2억 8,000만 원, 모친이 2억 4,000만 원을 챙겼다.
(후크는 권진영 친동생과 이선희 친언니를 채용했다. 권△△씨는 8년 동안 5억 3,000만 원, 이△△씨는 같은 기간 4억 8,000만 원을 가져갔다.)
후크는 원엔터의 롤모델일까? 권진영은 이선희의 경영 멘토일까? 원엔터는 (후크처럼) 법인 돈을 사적으로 유용했다. 아주 사소한 것들까지.
이선희는 권진영 아버지 퇴직금까지 챙겨줬다. 약 3,000만 원 정도 된다. 이선희는 개인 건강보험 2개, 권진영 부친 암보험 1개도 '원엔터' 돈으로 냈다.
◆ J(in young), 우리가 걸었던
이선희는 한국을 대표하는 가수다. 국내 최고의 티켓 파워를 자랑한다. 2010년 이후, 국내에서만 100회 가까이 공연했다. (수익도 짭짤했다.)
'디스패치'가 이선희 공연 제작비 내역을 입수했다. 권진영과 그의 동창 C씨의 이름이 눈에 띄었다. 그 둘은 '기획비' 명목으로 수천만 원을 챙겼다.
지난 2018년 서울 공연. 6월 29~30일, 7월 1일 3회를 진행했다. 권진영은 연출료 명목으로 회당 1,000만 원을 책정했다. 총 3,000만 원을 받아갔다.
이선희는 그해 9월부터 13개 지방을 돌았다. 해당 연출료는 권진영의 고교 동창 C씨의 몫. '후크'에서 감사로 재직했던, 바로 그 친구다.
C씨는 지방 공연 연출비로 2억 원을 벌었다. 인천, 대전, 고양, 청주, 광주, 울산, 부산, 안양, 천안, 진주 회당 1,500만 원, 원주 3,000만 원, 수원과 대구에서 총 2,000만 원, 도합 2억 원이다.
권진영 대표의 연출료 3,000만 원, 여동창 C씨의 연출료비 2억 원. 관례인가, 특혜일까.
공연계 관계자는 "대표가 기획료나 연출료를 챙기는 경우를 본 적이 없다"면서 "돈을 빼낼 구실을 찾은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친구 C씨가 받은 연출료는 무대감독, 기술감독의 페이(임금)보다 2배 이상 높다. 게다가 당시 C씨의 보직은 '후크' 감사. 회사를 감시하라는 역할이다.
당시 공연 스태프는 '디스패치'에 "연출자 C씨? 전혀 모르겠다"면서 "이름을 들어본 적도 없고, 현장에서 본 기억도 없다"고 전했다.
◆ J(in young), 그 길을 걷고 있네
이선희가 지난 25일 경찰에 출석했다. '원엔터' 횡령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후크'와의 비정상적 거래도 조사할 것으로 알려진다.
'디스패치'가 확인한 비정상, 비상식적 거래만 해도 여러 건. 스승님의 레슨비는 허위 매출이고, 가족들의 월급은 부정수급에 가깝다.
'후크' 관계자는 지난해 '디스패치'에 "이선희 음원료는 일정치 않다"면서 "안정된 수입을 위해 매월 나눠 회사(원엔터)로 지급했다"고 말했다.
후크는 이승기에게 "네 팬들은 돈이 되지 않는다. 앨범을 낼수록 마이너스"라며 윽박질렀다. 그렇게 100억 원 가까운 돈을 착복했다.
그러나 이선희를 위한 애티튜드는 달랐다. 그들의 해명을 해석하면, 불법(허위 매출)을 강행하며 음원 수익을 보조한 셈이다.
(경찰은 실제 음원 수익과 허위 매출 금액을 비교해야 한다. 음원 수익이 많다면 미정산, 허위 매출이 크다면 배임으로 볼 수 있다.)
또 다른 분석도 가능하다. 후크와 원엔터, 권진영과 이선희가 경제공동체라는 것. '원엔터' 이선희는 '후크' 권진영이 썼던 방식을 복사했다.
일례로, 후크에서 원엔터로 지급한 43억 원. 권진영, 가족, 친구 등이 골고루 나눠 썼다. 그 돈이 10억 원이 넘는다. 누구의 돈을 옮겼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