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박혜진기자] “재미있어요”, “재미를 느끼죠”, “재미있게 하려고요”…
‘재미’. 그가 무의식적으로 가장 많이 뱉은 말이다. (캐릭터) 분석도 재밌고, (장면) 연구도 재밌고, (상대와) 호흡도 재밌다는 것.
“특히, ‘요한’은 더 재밌는 도전이었습니다. 낯선 장르에 스며드는 법. 선배님들을 보면서 배우고, 그 속에서 또 재미를 느꼈습니다.”
배우 차은우는 요즘, 연기가 제일 즐겁다. 그의 이야기를 조금 더 들어보자.
◆ 힙한 사제의 탄생
‘아일랜드’의 분위기를 바꿔주는 건 3화. 단연, 차은우의 첫 등장씬이다. 우선 얼굴이 홀리(?)하다. 사제복을 입은 잘생긴 신부님. 시선을 압도했다.
차은우는 바티칸 최연소 구마사제 요한 역을 소화했다. 가장 먼저 신경 쓴 건, 보여지는 것. 원작(웹툰)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표현할 방법을 찾았다.
“캐릭터 색깔을 명확하게 드러내고 싶었어요. 파트 2에서 각성하는 도구가 필요했죠. 특히 귀걸이는 요한을 구체화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그렇게, 힙한 사제가 탄생했다. 사제복은 스타일리쉬했고, 컨버스는 트렌디했다. 귀걸이는 엣지 포인트. 헤드셋은 K팝을 들으며 구마의식을 치르는 요한의 시그니처.
차은우는 “처음부터 ‘요한스럽게’에 집중했다“면서 ”내가 생각한 요한에 좀 더 가까워지길 바랐다. 몸은 힘들었지만, 성취감이 있었다”고 말했다.
◆ “신부님을 찾아갔다”
보이는 것을 구축했다. 다음은 말하는 것. 우선 캐릭터(바티칸 최연소 구마사제)의 설득력을 갖추기 위해 라틴어와 이탈리아어를 공부했다.
차은우는 직접 신부님을 찾아갔다. 실제 신부들의 경험담을 들었고, 구마 의식에서 쓰는 말을 녹음했다. 발음 교정을 위해 신부님을 부단히 괴롭혔다(?)는 후문.
“(주변에) 신부님이 많지 않았어요. 쉽게 만날 수 있는 분들도 아니고, 자주 접할 수 있는 언어도 아니죠. 직접 보고 배우고 느끼고 싶었습니다.“
차은우는 고난도 액션도 구사했다. 보여지는 것, 말하는 것, 다음은 움직이는 것. 그는 액션 스쿨에서 몸을 만들었다. 촬영 시작 전에 무술을 익힌 것.
“고무로 된 모형검을 들고 다녔습니다. 틈이 날 때마다 검을 휘둘렀죠 (웃음). 액션과 한 몸이 될 때까지, 연습하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 “요한스럽게”
요한은 어릴 적 형(최태준 분)과 함께 해외로 입양된다. 하지만 양부모가 원한 건 신장. 장기를 적출당한 뒤, 형과 헤어지게 된다.
요한은 훗날 형을 찾았다. 그러나 이미 정염귀로 변해버린 상태. 고통 속에 사는 형을 자기 손으로 처단, 참았던 탄식과 눈물을 터트린다. “형 잘자.“
차은우는 이 장면이 가장 슬프고 어려웠다고 말했다. “구마 의식을 위해 라틴어를 내뱉으면서 형에 대한 감정 연기까지 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차은우 혼자 책임을 져야 하는 장면. 이는 파트 1의 압권이 됐다. 모니터를 지켜보던 감독도 눈물을 흘렸다. 최고의 OK 사인이었다.
“요한의 서사를 압축한 장면이었습니다. (파트2) 요한의 고민과 성장으로 이어지는 필요충분조건이었습니다. 그래서 더 잘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 “파트 2, 성장한 요한”
파트 2에서는 차은우의 분량이 늘어난다. 그는 2가지를 관전 포인트로 짚었다. “먼저 액션의 스케일이 더 커질 것”이라고 귀띔했다.
2번째는 캐릭터들의 케미다. “미호, 반, 요한의 여러 관계성이 얽히고설키면서 나오는 갈등을 재밌게 보실 수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성장한 요한도 볼 수 있다. “형을 처단하며 내적 갈등을 겪게 된다”며 “정말 신이 있는가. 나는 왜 형을 구제하지 못했나 등의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요한은 자신의 선택으로 성장하고 강해져요. 그의 고민과 성장을 보실 수 있습니다. 귀걸이를 빼고 성력이 폭발하죠. 액션이 크고 강해집니다.”
판타지물의 어려움은 없었을까. 일례로, CG씬.
“없는 걸 있는 듯 연기해야 하니까요. CG팀과 의논을 많이 했어요. 조금씩 이해도가 생겼죠. 많이 도와주셔서 즐겁게 찍었습니다.”
◆ “은우스럽게”
차은우는 '강남미인', '여신강림' 등에서 만찢남을 연기했다. ‘아일랜드’는 처음 도전하는 판타지 액션. 캐릭터는 훨씬 구체적이고 입체적이다.
차은우는 선배 김남길, 이다희 등을 보면서 배웠다. “어떻게 작품을 대하고, 인물에 접근하고, 스태프와 호흡하는지 배웠다”고 말했다.
배우로서 한층 성장한 시간.
“연기가 더 재밌어졌습니다. 반면 더 어렵다는 것도 느꼈고요. 다음 캐릭터는 더 잘 해내고 싶다는 욕심도 생겼습니다.”
그렇다고 거창한 목표를 세우진 않았다. 한 걸음씩 나아 가겠다는 것. 배우로서, 가수로서, MC로서, 주어진 일을 차분히 해내겠다고 각오했다.
“매일매일 조금씩 제가 해야 할 일들을 하다 보면, 더 나아지지 않을까요? 주어진 것, 그 이상으로 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저는 아직 보여드릴 게 많거든요. “
‘아일랜드’는 24일에 파트2를 공개한다.
<사진제공=티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