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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그 돈? 너 잡는 데 쓸래”...하정우, 해킹 사건의 실마리

[Dispatch=김지호·송수민·박혜진기자] A : 식사는 챙기고 다니세요.

B : 지금 약 올리시는 건가요? 상당히 불쾌하네요.

A는 상당히 정중하다. 반면 B의 대답에는 짜증이 섞여 있다. A와 B는 어떤 사이일까. 

다음 대화를 보자. 

A : 언제쯤 되겠습니까? 4일 남았습니다.

B : 넌 운 나쁘게도 내가 1년 중 가장 바쁠 때 연락을 했어.

채권자와 채무자의 사이일까. 그렇게 보기엔, B씨의 태도가 당당하다. 미안한 기색이 없다. 

이전 대화를 조금 더 살펴보자. 

“금액 부분은 제가 한 발 물러나서 (15억 원에서) 13억으로 결정하겠습니다.“ (A씨)

A씨가 거액을 요구한다. 이에 대한 B씨의 대답은? 

“13억이 무슨 개 이름도 아니고…” (B씨)

B씨는 여전히 당당하다. 채무자(?)의 태도가 아니다. 

그도 그럴 것이, A씨는 ‘공손하게’ 돈을 달라고 부탁한다. 반면 B씨는 ‘당당하게’ 그럴 생각이 없다고 답한다. 둘은, 어떤 관계일까. 이 대화의 시작으로 올라가 보자.

“하정우씨. 휴대폰을 해킹했습니다. 저는 블랙해커의 일원입니다.” (A씨)

A씨는 해커고, B씨는 하정우다. 단, 일반적인 가해자와 피해자의 모습이 아니다. 해커가 오히려 끌려다닌다. 반면 하정우는 해커를 요리하는 모습. 

하정우의 이런 대응은 해커 일당을 검거하는 결정적 단초가 됐다. 일례로, 하정우는 해커와 '밀당'하며 경찰이 수사할 시간을 벌어줬다. 

하정우는 이 과정에서 경찰에 모든 정보를 제공했다. 경찰은 하정우의 ‘어시스트’를 받아 추적의 발판을 마련했다. 그렇게 해커 일당을 ‘골인’시켰다. 

휴대폰 해킹 협박은 신종 범죄다. 삼성 갤럭시폰 클라우드 정보를 탈취, 연예인 8명을 협박했다. 이 해커들은 범죄 대상을 일반인으로 넓히고 있었다.

하정우는, 그래서 <더 해커 라이브>를 펼쳤다. 누구나 협박의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용기를 냈다. 하정우와 해커의 대화록, 디스패치’가 다시 생중계한다. 

# 2019년 12월 2일 오후 1시 19분.

미상의 인물이 다수의 파일을 전송했다. 해당 파일에는 사진첩, 주소록, 문자 등 개인 정보가 담겨 있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텍스트 문자.

“우선 이런 방식으로 접촉하게 돼서 죄송합니다. 하정우씨 휴대폰, 이메일, 문자 메시지 등 모두 집적 해킹한 겁니다. 제가 금전이 급히 필요한 상황이고 합의보시면 모든 자료는 깨끗이 폐기하겠습니다. 하정우 씨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분으로 알고있습니다. 서로에게 유리한쪽으로 협상합시다.”

하정우 : 읽씹 (읽고 씹기)

# 2019년 12월 3일 오후 4시 39분.

해커는 하루를 기다렸다. 그리고 다음 날, 다시 문자를 보냈다.

“정우씨 심정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저의 목적은 금전이고 합의 보시면 모든 자료는 폐기처분합니다. 그리고 두번 다시 다른 목적으로 연락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습니다. 저를 한번만 믿어주시고 다시 고민해주시기 바랍니다.”

하정우는, 실제 상황임을 알아챘다. 오후 6시 4분. 처음으로 응답했다.

해커 : 정우씨 합의 의향이 있는지 생각을 편히 말씀해주세요.

하정우 : 저도 성실히 진행할 테니 너무 재촉하거나 몰아붙이지 말아 주셨으면 합니다.

해커 : 네. 알겠습니다.

하정우는 해커가 보낸 자료를 천천히 들여다봤다. 지극히 개인적인 것들이었다. 예를 들어, 신분증 사본, 금융 기록, 지인과 주고받은 사진, 그리고 문자 등이 전부였다.

휴대폰은 사적 영역 안에 있다. 그 정보가 바로, 사생활이다. 누구나 보장받길 원하는 것. 하정우 역시 마찬가지다. (사소한 것이라도) 개인 정보 유출은, 불쾌하다는 입장.

# 2019년 12월 3일 오후 8시 6분

하정우가 선택할 답안은 2가지. 유포를 당할 것인가, 유출을 막을 것인가.

그는 빠르게 답을 내렸다. 후자다. 우선, 계획을 세웠다. 해커를 자극하지 말 것. 최대한 성실히 대화에 임했다. 다음으로, 해커에 대한 정보 파악도 중요했다.

하정우 : 제가 궁금한 거 하나 질문드려도 되나요?

해커 : 네, 얼마든지.

하정우 : 어떻게 해킹하셨어요?

해커 : 폰은 복제한 것과 같습니다.

하정우 : 직접 하신 거예요?

해커 : 메일 등은 저가 코드 전문이라.

해커의 맞춤법이다. 그는 '제가'를 '저가'라고 썼다. 최현석 휴대폰 해킹범도 비슷한 어투였다. '제' 대신 '저'를 사용했다.

('디스패치'가 연예인 해킹 사건 관련 최초 보도에서 해커를 조선족으로 추정한 이유다.)

하정우 : 제가 그쪽 이름을 어떻게 부를까요?

해커 : 고호입니다.

하정우 : 고호 씨는 해외에 계신가요?

해커 : 카톡은 미국으로 표시되지만 국내에 있습니다.

하정우 : 그렇군요.

해커 : 저 위치 추적하면 전세계 각지방으로 표시됩니다.

하정우 : 위치가 찾아지겠어요? 관심 없습니다.

하정우는 해킹 방법, 거주 지역 등을 물었다. 사소한(?) '단서'라도 찾길 바랐다. 물론 특별한 정보를 얻을 순 없었다. 해커의 말투가 일반적이진 않다는 것.... 그 정도가 '소득'이었다.

# 12월 4일 오후 6시 53분.

협박 3일째. 해커가 오전부터 말을 걸었다. "필요 없는 말은 더이상 하지 않겠다. 한가할 때 회신 달라"고 말했다. 하정우는 오후 6시 53분에 답을 했다.

해커 : 그럼 본론부터 바로 얘기할까요?

하정우 : 네, 말씀하세요.

해커 : 저한테 배우, 가수, 방송인, 정치인물 많은 자료 수집하고 있습니다. 

해커는 자신의 해킹 실력을 자랑했다. 가수, 배우, 감독, 정치인, 기업인 등 유명인의 휴대폰을 털었다는 것. 해킹 자료를 폐기하는 조건으로 거액을 받았다고 으스댔다.

이는, 하정우가 경찰에 신고를 결심한 계기가 됐다. 유명세를 악용한 저질적, 조직적 범죄라고 판단한 것. 해킹 대상이 불특정 다수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

해커 : 사실 저가 생각한 금액은 15억 좌우입니다. 

하정우 : 너무 큽니다.

해커 : 작은 금액은 아니지만 정우씨 능력으로 큰 부담이 아닌 것 같습니다. 

하정우 : 제 전화 털어서 보셨다면 알 텐데요. 이게 터진다고 해도 법적으로 문제 될 건 전혀 없어요.

# 12월 5일 오전 10시 59분

해커 : 정우씨게서 돈의 액수보다 아직 저에 대한 신뢰가 많이 부족하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미래 하정우라는 배우가 창조해낼 수 있는 가치에 대해서 본인이 더 잘 아시잖아요. 저를 꼭 믿어주시기 바랍니다. 답장 기다리겠습니다.

하정우는 답을 하지 않았다. 대신, 경찰에 신고했다. 휴대폰을 수사대에 맡겨 포렌식 분석도 의뢰했다. 해킹 흔적, 혹은 수법을 찾는 게 먼저라 생각했다.

# 12월 6일 오전 11시 40분

해커 : 지난 한주 동안 정우씨도 힘든 시간을 보내셨고 서로 많이 지쳤다고 생각합니다. 정우씨게서 도망보다 책임감을 가지려는 모습은 저도 배울 점인것 같습니다. (중략) 마지막으로 제안 하나 할까요.

하정우는 거의 36시간 만에 답했다.

하정우 : 신뢰를 강조하시네요. 만나서 이야기합시다.

해커 : 돈 때문에 위험성을 높여가며 거래하고 싶은 생각 없습니다.

하정우 : 우리 만나서 폰의 가치에 대해 논의합시다. 왜 15억(원)이죠?

해커 : 폰의 가치는 15억이 않(안)되겠죠. 정우씨 신분의 가치를 생각한 겁니다.

하정우 : 무슨 말인지. 이해가 잘...

해커: 정우씨 금액이 과분하다고 생각하죠?

하정우 : 그럼요.

하정우 : 오늘 제가 14시간 일했어요. 우리 편히 자고 다음 주에 이야기해요.

해커 : 네 죄송합니다. 휴식하세요.

하정우는 협상을 빌미(?)로 시간을 끌었다. 하정우는 다음 주에 다시 의논하자며 '이틀'을 더 벌었다. 경찰이 수사할 시간도 늘어난 셈이다.

# 12월 8일 오후 12시 58분.

해커가 금액을 낮췄다. (15억 원에서) 13억 원으로 수정 제안을 했다.

"지금까지 정우씨랑 대화내용을 다시 여러번 고민해봤습니다. 금액 부분은 저도 한발 뒤로 물러서서 마지막 13억원으로 결정하겠습니다." (해커) 

이런 식의 대응은, 한계가 분명했다. (해커가) 금액을 제시하고 (하정우가) 고개를 흔드는 건, 도돌이표다. 그도 그럴 게, 이것은 흥정의 문제가 아니다.

하정우는 6시간 뒤에 답했다. 오후 6시 36분이다.

하정우 : 흠....

해커 : 오늘도 촬영중인가요?

하정우 : 그렇죠. 오늘은 아침에 영하 10도까지 떨어졌더라고요.

해커 : 빡쎄게 작업하네요.

대화의 목적은 해커가 흘릴 단서를 찾는 것. 그리고 경찰이 수사할 시간을 버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방식으론, 그 어떤 것도 얻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하정우는 전략을 수정했다. 그의 플랜B는, 바로 '밀당'. 밀고 당기기다.

해커 : 입 맛이 없더라도 식사는 잘 챙기세요.

하정우 : 지금 약 올리는 건가요?

해커 : 아뇨

하정우 : 상당히 불쾌하네요.

해커 : 그런 뜻은 아닙니다.

하정우 : 신뢰를 얘기할 거면 예의는 지키셔야죠.

하정우 : 하루종일 오돌오돌 떨면서

하정우 : 오돌뼈처럼 살고 있는데.

해커 : 오해하지 마세요.

해커 : 계속 촬영을 하시니 건강을 잘 챙기라는 말씀입니다.

하정우 : 네...

# 12월 8일 오후 7시 34분.

해커는 한발 물러섰다. 짜증 섞인 대답에 당황한 모습. 하정우는 더욱 몰아붙였다.

해커 : 문제를 빨리 해결하면 서로 편할것 아닙니까?

하정우 : 말 편하게 해도 되나요?

해커 : 네. 편하게 하세요.

지금부터, '더 해커 라이브'의 하이라이트. 하정우가 드라이브를 걸었다. 일명, 밀기.

하정우 : 네가 잘 생각해봐. 지금 매일 촬영이고 홍보고 이러고 있어.

하정우 : 내가 지금 너랑 가격 흥정이나 하고 있을 때야?

해커 : 저가 영화족 사람이 아니다 보니 완전 이해는 못합니다.

하정우 : 그러니까 천천히 좀 얘기하자고. 13억이 무슨 개 이름도 아니고.

하정우 : 나 그럼 배밭이고 무밭이고 다 팔아야 해.

하정우 : 아님 내가 너한테 배밭을 줄 테니까 팔아 보든가

하정우 : 우편으로 보내줄게.

해커 : 배밭?

하정우 : 땅 말이야.

그리고 이어지는 당기기. 하정우는 밀당을 반복했다.

하정우 : 암튼 방금 전에 욕해서 미안해.

해커 : 저가 원하는 것은 정우씨가 합의 의향이 있는지입니다.

하정우 : 나도 순간 이성을 잃어서 미안해 고호야.

해커 : 당장 입금하라는 말은 아니잖아요. 괜찮습니다.

해커 : 서로 이런 방식이라도 편히 대화하는 게 좋습니다.

하정우 : 후.....

해커 : 지금까지 합의 의향이 있는지 없는지 말씀이 없다 보니... 저도 성질이 급한 놈이라.

하정우 : 알지. 급해 보여

해커 : 암튼 저도 목적이 돈이라서

하정우 : 천천히 얘기하자. 큰돈이 한 번에 갈 수 없는 거 알고 있지?

해커 : 알고 있습니다.

하정우 : ㅇㅋ 나 이제 일하러 가야 해. 내일 다시 얘기하세.

해커 : 네, 몸 챙기면서 일하세요. 저도 너무 안통하는 사람 아닙니다.

하정우 : (펭~하 이모티콘)

# 2019년 12월 9일 오전 01시 35분

하정우는 다시 생각을 정리했다.

1. 해커는 2018년 11월 이전 자료만 갖고 있다. (클라우드 백업 자료)

2. 그가 탈취한 정보는 사진, 영상, 문자, 주소록. (카톡 대화는 없었다.)

하정우는 해커와 나눈 대화를 떠올렸다. "폰은 복제한 것과 같다", "메일 등 코드 전문이다"는 부분이 머리를 강타했다.

곧바로 이메일을 열었다. 편지함을 체크했다. 거기서 의문의 메일을 발견했다. '삼성계정 로그인 알림'이라는 메시지였다.

하정우는 해당 자료를 경찰에 제출했다. 이는 해커의 범죄 수법(클라우드 탈취->갤럭시폰 복제)을 파악하는 단서가 됐다.

경찰은 또한, 삼성 클라우드 로그인 기록에서 해커의 윤곽을 알 수 있는 결정적 IP를 확보했다. 수사에 속도가 붙는 순간이었다.

# 2019년 12월 9일 오전 11시 59분

해커의 하루가 시작됐다. 그는 여전히 '희망'을 품고 있었다.

"우선 금액은 생각하지 마시고 형님께서 합의 보고 싶은 생각 있는지만 알려 주세요? 그 다음 금액에 대해서 얘기 합시다. 형님 휴식 하실때 편하게 회신주세요." (해커)

하정우가 대답하지 않자, 애가 타는 모습. 오후 4시 40분에 다시 문자를 보냈다.

해커 : 형님. 금액 부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하정우 : 그 부분은 차이가 커.

해커 : 저가 다시 한발 물러서서 최종 금액 12억원으로 결정하겠습니다. 한번에 송금이 힘들다면 두번으로 꺽어서 이체하셔도 됩니다.

하정우 : 나중에 얘기해줄게.

# 2019년 12월 10일 오후 12시 27분

전세가 뒤집혔다. 속이 타는 건, 오히려 해커였다.

"형님. 하루라도 빨리 해결하고 서로 편한 마음으로 업무에 집중하는게 좋은 선택이 아닐까요? 원만하게 해결하자나는 생각은 같습니다. 저의 마지막 제안입니다. " (해커)

하정우는 4시간 뒤에 답했다. 오후 4시 15분이다.

하정우 : 내가 오늘 컨디션이 너무 안 좋아

해커 : 형님 휴식하시고 편할때 톡 주세요

다행히, 경찰 수사에 진전이 있었다. 하정우가 수집한 정보, 그리고 제공한 자료로 실마리가 풀렸다. 결정적으로, 모바일 및 온라인 관련 업체에서 유의미한 IP도 확보했다.

하정우의 (남은) 역할은 경찰의 시간을 벌어주는 것. 한 마디로, '더더' 시간 끌기다. 하정우는 입금 방법 논의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하정우 : 근데 통장은 니꺼야?

해커 : 대포통장이라서 쉽게 조사 할수 없습니다.

하정우 : 내가 100만 원 이상 보내려면 증빙을 해야 해. 매일 매일 나눠서 보내면 1000일이 걸릴 텐데. 친구랑 상의해봐. 방법이 있는지.

해커 : 투자금이라고 하시면 별 문제 없습니다.

하정우 : 나는 100만 원 이상을 송금하면 금감원 FIU에서 연락이 오거든.

하정우는 '금융정보분석원'(FIU.Financial Intelligence Unit)까지 들먹였다. 그렇게 '또' 하루를 잡아먹었다.

하정우 : 고호야. 송금받는 사람 증빙 못 하면 바로 조사 들어와. 그럼 난 네 얘기를 해야 해. 대포 통장 갖고 있는 사람 신분증은 있어?

해커 : 코인도 괜찮습니다.

하정우 : 코인은 상관없는지 다시 금감원에 물어볼게.

하정우의 '금감원' 공격에 해커는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러다 잠시 후, 네이버 지식인 같은 답변(?)을 복사해 다시 말을 걸었다.

해커 : 형님. 금감원에서 직접 조사하는 경우는 없다고 합니다. 은행에서 2억 이상 이체할 경우 용도를 서류에 적어서 제출은 합니다.

하정우 : 난 고액 납세자여서 신고를 따로 해.

해커 : 코인이 더 편합니다.

하정우 :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해커 : 이해합니다.

하정우 : 난 오늘 여기까지.

해커 : 네

하정우 : 기다리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 2019년 12월 15일 오전 11시 6분

하지만 명색이, 해커다. 당할 수만은 없는 입장. 12월 13일 '경고성' 문자를 보냈다.

"솔직히 제가 분석한 하정우는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분으로서 세무 조사 등 모든 문제를 쉽게 정리 할수있는 사람으로 판단 됩니다.  저도 준비한 계획을 미리 형님께 말씀 드리자면 12월 19일 <백두산> 개봉전까지 해결 방안이 없다면 합의는 없는 일로 하겠습니다."

그리고 12월 15일, 'D-4'를 예고했다.

해커 : DAY-4

하정우 : (고양이 사진)

해커 : 죄송합니다. 형님.

하정우 : 4일 안은 불가능해 사실.

해커 : 형님 방안은 뭔가요?

하정우 : 시간이 걸리는 일이야.

하정우 : 넌 운 나쁘게도 내가 일 년 중 가장 바쁠 때 연락을 했어.

해커 : ㅎㅎ

하정우 : 웃기지?

해커 : <기다리는 자는 복이 있나니> 성경 신약에 한소절 같은데 저는 고아로 자라면서 신앙을 믿어 본적 없습니다.

하정우 : 그래

해커 : 운명은 믿습니다. 형님하고도 인연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정우 : 그럼 더 좋은 일을 하지. 신이 축복할 텐데. 가슴 아프네.

하정우 : 이 일이 어떻게 마무리될까?

해커 : 형님 판단은 어떻습니까?

하정우 : 네가 돈을 받고 행복하게 마음 편하게 살 수 있을까?

해커 : 열심히 살아야죠.

하정우는 다시 말을 돌렸다. 일종의 화제전환이다.

하정우 : 그리고 너 프사 좀 바꿔

해커 : 프사는?

하정우 : 좀 접근하기 어려운 느낌

해커 : ㅎㅎ 형님 그럼 19일까지 기다려 봅시다.

해커 : 저도 반이상 포기했습니다.

하정우 : 힘내. 너 포기하고 뿌리면 난 그 돈으로 너 찾는 데 써야 하잖아.

해커 : 정확히 19일까지 기다리겠습니다.

하정우 : 그거 불가능하다고 얘기했잖아. 고집이 센 친구네.

하정우 : 암튼 19일은 무리야. 네 마음대로 해. 협박에도 상도가 있거늘 막무가내네.

# 2019년 12월 19일 D-day.

해커는 영화 '백두산' 개봉일을 D데이로 잡았다.

"하정우씨 저도 최악의 상황은 피하려고 노력중입니다. 믿음이 안가시면 우선 신고하셔도 좋습니다. 신고접수 받으면 사이버수사대에서 저의 IP, 위치조사 진행할겁니다. 저의 위치는 동남아, 유럽, 미국등 수백개로 발견되며 더이상 추적은 불가능합니다."

"저도 사람인지라 더 이상 인내심은 힘듭니다. 마지막으로 절차에 대해서 설명 드리겠습니다. 형님쪽에서 상의하시고 텔레그램으로 답장 주세요, 오후 5시안으로 회신이 없다면 저도 연락망 차단하고 공격모드로 전환하겠습니다. 마지막 선택은 형님게서 결정하세요."

해커는 19일에도, 20일에도, 21일에도 문자를 남겼다. 최후통첩도 날렸다. "더이상 협상에 임하지 않으면 개인 정보를 지인들에게 날리겠다"고 협박했다.

하정우는 더이상 대꾸하지 않았다. 아니, 대응할 필요가 없었다. 경찰이 해커의 정체를 특정한 것. 그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다 했다. 여기까지가, '더 해커 라이브'다.

The E.N.D.

PS. 해커 일당은 유명인의 휴대전화 정보를 해킹했다. 연예인 8명을 협박했고, 5명으로부터 6억 1,000만 원을 갈취했다. 

하정우의 신고로 수사가 시작됐다. 그가 제공한 자료는 결정적 단서가 됐고,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7일 해커 일당 2명을 구속기소 했다. 

하지만 아직, 해커 일당이 완전히 잡힌 건 아니다. ‘고호’로 추정되는 몸통 1명이 도주한 상태. 그는 중국을 통해 빠져나가 자금을 세탁했다.

그는 도주 중에도 또 다른 해킹을 이어갈지 모른다. 휴대폰 해킹은 유명인만 당하는 게 아니다. 누구나 범죄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스스로 보호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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