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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단수, 단전, 가스만은 제발"…슬리피, 13년차 래퍼의 생활고

[Dispatch=김지호·오명주기자] 가수 슬리피(본명 김성원). 데뷔 13년 차 래퍼다. 지난 2006년 힙합 듀오 '언터쳐블'로 데뷔, 한때 '음원 깡패'로 통했다. 현재까지 낸 앨범 수는 총 40여 장에 달한다. 

리얼 예능에서도 두각을 드러냈다. 특히, 2015년~2016년에는 안팎으로 바빴다. 이국주와 신혼(우리 결혼했어요)을 즐겼고, 군대(진짜 사나이2)에선 죽지 않는 '슬좀비'로 활약했다.

'쇼미더머니6'(2017)에서 랩을 선사했고, '정글의 법칙'(2017)에선 생존을 배웠다. 이 외에도 '라디오스타', '푸드트립', '세모방', '풍문쇼' 등 각종 예능에서 입담을 뽐냈다.

그러나 슬리피는, 여전히 힘들었다. 생활고를 벗어날 수 없었다. 

"형님, 폰 요금만 좀 부탁드립니다" (2017년 6월 13일)

"단전만은 제발..." (2017년 6월 16일)

"엄마가 단수될까봐 물 떠 놓고 사세요." (2017년 12월 21일)

"가스만은... 집 쫓겨나기 전에 한두 달이라도." (2018년 4월 11일)

"제발 정산금 좀 주세요. 열심히 일한 돈을 왜 안주냐고요." (2019년 1월 22일)

슬리피와 TS엔터테인먼트가 분쟁 중이다. '전속계약'은 이미 해지된 상태. 하지만 갈등은 현재 진행형이다. 둘은 계약 파기의 원인을 놓고 2라운드를 시작했다.

'디스패치'는 슬리피와 TS가 맺은 전속 계약서를 확인했다. 10년 동안 주고받은 입출금 내역도 살펴봤다. 양측이 나눈 카카오톡 메시지도 체크했다.

◆ 슬리피 10% : TS 90%…7년 동안 1:9 계약 

2008년 10월 10일, 슬리피는 TS와 전속계약을 체결했다. 기간은 7년. 정산 비율은 <1:9>이다. 슬리피가 10%, 소속사가 90%를 갖는 계약이었다.

연예 활동 제반 비용은 매출에서 공제했다. 소속사가 비용을 선지급하고, 향후 매출에서 (들어간 돈을) 빼는 방식. 즉, 슬리피의 몫은 순이익의 10%다.

“을에 대한 수익분배는 계약기간 중 발생한 수입에서 갑이 기존에 부담한 비용(콘텐츠 제작비, 의상비, 미용비, 교통비, 숙소 임찰, 식대 등)을 공제한 후 이뤄진다.” (12조 제 2항)

음원, 영화, 드라마, 행사 등의 요율은 <1:9>지만, 광고 계약은 <5:5>였다. 음원의 경우 정규 3집부터 상향 조정. 슬리피의 몫이 20%로 올랐다. <2:8>이다.

"콘텐츠 수입에서 유통 및 판매로 인해 발생하는 일체의 비용을 공제한 후 순수익의 10%를 지급한다. 정규 3집부터 순수익의 20%를 지급한다." (12조 제 3항 1호)

◆ 행사 담당자의 먹튀…대여금(110만 원)으로 생활

슬리피가 활동을 할수록, 빚은 늘어났다. 심지어 전 매니저가 '먹튀'까지 했다. 행사 비용을 (몰래) 따로 받아 튄 것. TS는 이를 전 매니저 탓으로 돌리며 정산을 이행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어떻게 살았을까. '대여금' 제도로 입에 풀칠을 했다. 매달 110만 원을 약 3년 정도 빌렸다. 물론, 대여금은 '빚'이다. 향후 발생할 수익에서 제하는 방식이다.

슬리피는 '다행히' 1차례 상여금을 받았다. TS와 계약한 지 6년이 지난 시점이었다. 

"슬리피는 현재까지 총 16개 앨범을 발매하는 등 활발한 연예 활동과 성실한 계약 이행으로 당사의 발전에 기여했다. 이에 상여금 3,000만 원(세전)을 지급한다." (2014년 12월 23일) 

◆ 2016년 5년 연장 계약…TS 55% : 슬리피 45%

2016년 2월 1일, 슬리피는 계약을 5년 연장했다. 계약금은 1억 2,000만 원. TS는 500만 원을 선지급했다. 나머지 돈은 매월 200만 원씩 나눠주는 조건. 분할지급 방식이다.

정산 요율은 크게 조정됐다. <4.5:5.5> 계약. 음원 및 음반, 행사 등의 경우 슬리피가 45%, TS가 55%를 가진다. (모든 정산은 매출에서 비용을 뺀 '순이익' 기준이다.)

개인 활동 배분율도 증가했다. 부속 합의서에 따르면, 슬리피는 방송 및 라디오 출연료의 60%를 갖는다. CF 및 MD 매출에 한해서는 순이익의 40%를 받기로 했다.

슬리피는 열심히 일했다. 방송 활동도 탄력을 받았다. '진짜사나이2'(2015) 이후 예능 블루칩으로 떠올랐다. 최근 4년간 그가 출연한 예능은 총 19개. 앨범은 15장을 냈다.

살림살이는 나아졌을까?

◆ 수도, 전기, 가스 미납…월세 밀려 퇴거 요청

슬리피의 삶(?)은 나아지지 않았다. 생활고는 계속됐다. 수도, 전기, 가스비 등은 연체됐고, 월세는 계속해서 밀렸다. 심지어 숙소 퇴거 요청까지 받았다.  

"20일에 진짜 단수한다는데. 관리비 몇 달 치라도 좀 얘기해줄래." (2017년 12월)

"(도시가스 청구서) 어차피 안들어올 거 보내 본다. 월세도 9달 밀렸어." (2018년 3월 9일)

"집주인 왔다 갔습니다. 6월 초까지 기다려주고 강제집행하겠다고 합니다." (2018년 5월 24일)

"월세를 안 내줘서 곧 쫓겨나는데. 스케줄 혼자 갈 때도 있고, 밥 먹을 경비도 없고" (2018년 6월 18일)

2017년, (우리가 아는) 슬리피는 블루칩이었다. 하지만 그해, (우리가 모르는) 슬리피는 궁핍했다. 언제 단수가 될지 몰라 욕조에 물을 받아 놓고 살아야 했다.

◆ 슬리피의 고정 수입?…60개월 분할된 계약금

'디스패치'는 슬리피의 통장 거래 내역을 확인했다. 고정적인 수입은 매달 통장에 찍히는 194만 원. 계약금(1억 1,500만 원)을 60개월로 나눈 금액이다.

예를 들어 2017년 6월은 건너뛰고, 7월에 2번 들어왔다. 9월에는 12일에 40만 원, 15일에 153만 원이 입금됐다. 2018년에는 1월은 패스, 대신 3월 초와 말에 194만 원이 2번 찍혔다.

"혹시 월급(분할 계약금) 언제쯤 들어오나? 너무 힘든데" (2016년 1월 12일)

"월급 예정일은 무기한 연장인가. 케이블 티비도 끊겼네요" (2018년 2월 5일)

"형 재계약금 한 달 치라도 부탁드립니다" (2018년 3월 12일)

슬리피가 말하는 '월급'은 계약금이다. 계약과 동시에 지급되어야 한다. 하지만 TS는 60개월 분할 지급을 제안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들쑥날쑥 입금됐다.

◆ 슬리피, 정산에 의문…TS, 오히려 적자 주장

이런 상황에서 정산 문제도 발생했다. 슬리피는 정산에 의문을 표했다. 계약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는 것. 특히 비용 증빙 영수증을 (제대로) 본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갑은 정산금 지급과 동시에 정산 자료(총수입과 비용 공제 등을 증빙할 수 있는 자료)를 을에게 성실히 제공하여야 한다." (12조 3항 11호)

물론, 정산은 일부 이루어졌다. 문제는 투명성이다. 슬리피는 "회사에서 분기별 정산표를 보여줬다. 매출과 비용을 임의로 정리한 엑셀 파일 1장이 전부였다"고 말했다.

"내 개인 경비 미지급금 하나도 빠짐없이 모아서 좀 볼 수 있을까" (2018년 2월 27일)

"돈 50만 원이라도 달라고 해도 안 주고. 먹고 사는 것 자체가 안 돼요." (2018년 6월 18일)

"제발 정산금 좀 주세요. 왜 열심히 일한 돈을 왜 안 주냐고요." (2019년 1월 22일)

TS 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과거(데뷔 이후 7년간) 벌어들인 돈이 적었다. 오히려 적자였다. 어쩔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슬리피) 매출보다 (TS) 지출이 더 크다는 입장이다.

소속사는 이어 "슬리피는 정산금 산정의 기초가 되는 매출 및 비용 구조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었다. 슬리피가 사무실에서 영수증을 체크하는 CCTV도 있다"고 반박했다. 

 

◆ 슬리피, 손배 소송 진행…TS, SNS 홍보비 횡령

슬리피는 TS엔터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진행했다. 수입은 과소 계상, 비용은 과다 계상됐다는 주장. 게다가 비용 집행 부분도 짚고 넘어갔다.

"(슬리피) 형님. 전에 작업했던 2곡 페이가 아직 안 들어와서 ㅠㅠ " (A작곡가, 2018년 10월) 

"(TS에서 받아야 할 돈이) 부가세 포함 590만 원이야 ㅠㅠ" (B뮤비감독)

"카니발 렌트비 비용 제가 부담하고 있는데 현재 SM6로 스케줄 이동 중입니다." (2019년 1월 27일)

“진행비 없어서 혼자서 스케줄 갑니다. 저저번 주에도 혼자 3번 갔어요.” (2018년 5월 21일)

슬리피에 따르면, 그는 지난 13년 동안 약 2억 원을 받았다. 상여금 및 재계약금을 제외하면 정산금은 1억 2,000만 원 정도. 1년에 1,000만 원도 못 번 셈이다.

TS는 슬리피의 횡령을 문제 삼았다. SNS 바이럴 광고 등을 소속사 동의 없이 진행했다는 것.

"슬리피가 직접 현금을 받고 인스타그램 광고 등을 진행했습니다. 회사는 현금을 받은 줄은 몰랐어요. 단순히 현물 협찬인 줄 알았죠. 횡령으로 형사적 책임을 물을 예정입니다." (TS 관계자) 

슬리피는 또다시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 증거로, MBC-TV '라디오스타'(2018년 4월) 방송을 들었다. "소속사도 알고 있어 예능 소재로 삼을 수 있었다"고 반박했다.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에 굉장에 신경을 많이 써요. 업계에서 협찬 거지로 소문이 났어요. 협찬으로 먹고살아요. 저는 협찬 거지에요. 협찬이 없으면 안 돼요" (슬리피, 2018년)

슬리피와 TS는 이미 갈라섰다. 양측의 의사에 따라, 전속계약은 해지됐다. 남은 것은 손해배상 부분이다. 매출과 비용을 (법원에서) 정확히 따지자는 주장이다.

<편집=구민지기자, 영상=전종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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