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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덕, 韓 왕따 깼다…베니스, 한국영화 잔혹사의 비밀

 

▶ 마르코 vs CJ, 베니스의 보이지 않는 싸움

 

▶ 김기덕, 베니스 6년 잔혹사 순수하게 깼다

 

[Dispatch=서보현기자] 김기덕 감독과 그의 영화 '피에타'. 국내 최초로 최고의 성과를 얻었다. 제69회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것. 한국 영화 중 세계 3대 영화제에서 최고의 상을 받은 최초의 작품이다.

 

내면으로 들어가면 '피에타' 수상 의미는 더욱 값지다. 김기덕 감독은 '피에타'로 한국 영화계와 베니스의 불편한 관계를 끊었다. 사실 그동안 베니스는 한국 영화를 철저히 외면했다. 한국 영화계에 대한 일종의 복수(?)였다.

 

베니스가 그동안 한국 영화에 등을 돌렸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그렇다면 다시 시선을 돌린 계기는 무엇일까. 베니스 속 한국 영화 잔혹사를 되짚어봤다. 그 가운데 김기덕 감독의 수상이 차지하는 의미도 함께 짚었다.

 

 

◆ "2006년, 베니스 잔혹사가 시작되다"

 

한국 영화는 2000년대 초반만 해도 베니스 문을 끊임없이 두드렸다. 주로 임권택, 이창동, 박찬욱, 김기덕, 임상수 등 한국 대표 감독이 베니스의 초대를 받았다. 1년에 1작품은 경쟁 부문에 진출해 세계 시장에서 이름을 알려왔다.

 

실제로 2000~2005년까지는 한국 영화가 빠지지 않았다. 2000년 '섬'(김기덕), 2001년 '수취인불명'(김기덕), 2002년 '오아시스'(이창동), 2003년 '바람난 가족'(임상수), 2004년 '빈집'(김기덕), '하류인생'(임권택), 2005년 '친절한 금자씨'(박찬욱) 등이 라인업에 포함됐다.

 

하지만 '친절한 금자씨' 이후 베니스는 한국 영화의 금지구역이었다. 2006년 이후 모든 거장의 작품이 거절 당했다. 2006년부터 2011년까지, 무려 6년 동안 한국 영화는 베니스 경쟁 부문에 발을 디디지 못했다. 

 

비경쟁 부문에만 간간히 초대돼 명맥을 유지했다. 2007년 단편경쟁 부문 '물고기', 2009년 단편경쟁 부문 '엄마의 휴가', 비평가 주간 '카페 느와르', 2011년 오리종티 부문 '줄탁동시' 등이 이름을 올린 것에 만족해야 했다.

 

 

◆ "대기업 vs 베니스, 보이지 않는 싸움"

 

2006년부터 2011년까지, 왜 한국영화는 지난 6년간 베니스에서 암흑기를 보냈을까. 그 중심에는 베니스 영화제 前 집행위원장인 마르코 뮐러가 있다. 좀 더 정확히 말해, 마르코 위원장과 국내 제작·배급사인 CJ엔터테인먼트의 갈등에 있다.

 

지난해 칸에서 만난 베니스 영화제 프로그래머 파올로 베르톨린. 그와의 대화에서 속사정을 엿볼 수 있었다. "왜 베니스는 한국영화를 초대하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CJ에 물어보라"고 답했다. CJ가 베니스와 칸을 놓고 저울질했다는 것.  

 

실제로, CJ의 노골적인 칸 사랑이 마르코 위원장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이야기는 영화계의 정설로 받아들여진다. 게다가 CJ는 그들이 제작 혹은 배급한 대형 영화의 월드 프리미어를 칸에서 개최했다. 베니스로서는 소외감을 느낄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반복됐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CJ에서 배급한 한 영화가 베니스 경쟁부문에 초대받은 적이 있다. 하지만 CJ는 비경쟁부문으로 칸에 갔다"면서 "가치로 본다면 베니스 경쟁부문 참석이 당연하다. 그러나 CJ는 흥행 등 상업적인 요소를 고려해 비경쟁임에도 불구 칸을 택했다. 이때부터 CJ와 마르코, 나아가 한국영화와 마르코의 관계가 틀어진 셈"이라고 귀띔했다.

 

 

 

◆ "김기덕, 한국영화 잔혹사 깼다"

 

2012년, 6년간 계속되던 베니스와 한국영화의 악연이 끊어졌다. 그 중심에도 마르코 위원장이 있다. 지난 8년간 집권했던 베니스 집행위원장 자리에서 물러난 것. 마르코는 올해 초 로마 영화제 집행위원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베니스의 빈 자리는 알베르토 바르베라가 채웠다.

 

마르코의 시대가 끝나자 라인업도 달라졌다. 보이지 않는 손이 사라지니 한국영화도 부활했다. 김기덕 감독이 순수한 영화의 힘으로 경쟁부문에 초대된 것. 알베르토는 지난 1999년부터 2001년까지 베니스 집행위원장을 역임하며 김기덕의 '섬'과 '수취인불명'을 소개한적이 있다.

 

'피에타'는 이런 보이지 않는 알력다툼 속에서 꽃을 피운 작품이다. 영화제를 둘러싼 정치적 싸움에서 벗어나, 순수한 영화의 힘만으로 모든 것을 이루어냈다. 김기덕 감독의 수상 소식에 한국 영화계가 축하와 동시에 자성의 목소리를 내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영화제마저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세력이 늘면서 순수한 예술을 하는 작가주의 감독이 피해를 입었다"면서 "대기업과 마르코의 보이지 않는 싸움이 없었다면, 한국 영화는 진작 베니스에서 좋은 소식을 얻었을지 모른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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