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잎클로버는 '행운'을 상징한다. 세잎클로버의 의미는 뭘까. '행복'이다. 어쩌면 우리가 추구하는 인생의 가치는 행운쪽에 가깝지 않을까. 로또와 같은 대박꿈 말이다. 하지만 여기, 행운보다는 행복을 소중히 여기며 소박한 자신의 꿈에 쉼없이 도전하고 있는 대견하고 기특한 청춘이 있다. 넥센 히어로즈 배트걸 권안나(20)의 스무살 인생이야기!
그리 길지 않은 뒤안길에서...
권안나는 자신의 현재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남들 다간다는 대학 진학도 포기(?)한 채 '나는 내 갈길 간다'는 뚝심으로 '사회 2년차'에 도전하고 있는 '배트걸' 권안나씨.
가장 먼저, '배트걸 생활 만족하냐?'고 물었다...
"말로만이 아니라 충분히 만족한다"고 대답했다.
재미있는 사실이 하나 있었다...
"원래 전, 배트걸이 아니라 '치어리더'였어요".
- 그런데, 왜?
"치어리더로 시작하려 했는데 주변 권유로 배트걸로 급 변경된 케이스입니다".
지난 겨울 시즌, 프로배구 구미 LIG 치어리더로 데뷔한 '치어리더 권안나'는 원래 이번 2015 시즌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 치어리더로 발탁된다. 하지만 권안나는 주변의 권유로 치어리더에서 배트걸로 임무가 변경된 경우다.
지난 달, 29일 오후...
서울지하철 오목교역 인근. 목동구장 근처다.
잠시 후,
누군가가 나타나는데..
예쁜 옷차림의 넥센 배트걸 권안나였다. 출근길이었다. 기자를 보고 깜짝 놀란 그는 "여긴 어쩐 일이세요?". 출근 복장을 점검하기 위해서라고 하자 "그럼 더 예쁘게 입고 올 걸..(웃음)".
그리고 그는...
"(복장에)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에요. 너무 편하게 입는것 보다는 최소한의 격식은 필요하다고 생각해서요. 저뿐만 아니라 저희팀 치어리더들이 옷에 신경을 많이 써요. 팀에 대한 예의라고 봅니다".
그런데, 앗...?
권안나가 달리는 이유는?
녹색신호등, 아직은 여유가 있는데도..
- 오후 4시까지 출근인데 늦지 않으려고요..
서울방송고 출신의 권안나는...
방송연예과에서 춤과 뮤지컬을 전공했다. 졸업 후 연예계를 생각했지만 그 꿈은 잠시(?) 접었다고 한다. "사실 치어리더가 너무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제 꿈은 치어리더입니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 배트걸 생활도 재미있어요".
- 혹시, 같은 학교 출신의 연예인이 있나?
"애프터스쿨 '가은'이 하고 뉴이스트 '백호'랑 'JR'이 저희 학교 동기동창 친구에요".
이들은 서울방송고 동기동창생들이었다.
- 치어리더의 꿈은 언제부터?
"중·고등학교 때 부터 줄곧 그래왔어요. 어려서부터 춤 추는 걸 좋아했어요. 타고난 끼가 있나봐요. 심지어 돌 때, 남들은 연필이나 돈 같은 거 잡는다고 하던데 전 돌상 위를 워킹했었데요. 그래서인지 엄마 아빠도 제가 치어리더하겠다고 그랬더니 개의치 않으셨어요".
- 대학을 가지 않았는데. 후회는 없나.
- 성적 때문은 아닙니다. 충분히 갈 수 있었고요. 그리고 특별히 후회한 적도 없어요.
- 그럼.
- 부모님이 저 때문에 빚(등록금 등)지는 게 싫었어요. 무엇보다 사회생활을 일찍 하고 싶었어요. 대학에 가고 싶으면 나중에라도 갈 수 있는 거 아닌가요. 제가 하고 싶은 일이 우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 고교 졸업 후 바로 치어리더를 했나.
- 아뇨. 세브란스병원에 취직했었어요. 4대보험 등 안정적인 직장이었어요. 월급도 지금하곤 비교가 안되죠. 안내일을 담당했었어요.
- 안정적인 직장이었는데. 조금은 이해가 안된다.
- 그런 거 있잖아요. 몸은 편한데 출근하기 싫은 거. 치어리더나 배트걸은 몸은 피곤해도 출근하는 게 설레고 기대도 되고. 이게 아니다 싶더라고요. 어쩔 수 없이 전, 지금하는 일에 끼가 많나봐요. 그리고 아직은 돈에 휘둘리고 싶은 마음이 없어서 제가 하는 일에 만족합니다.
- 지금 하는 일들은 마음이 편한가.
- 네.
권안나는 "하고 싶은 일에 만족한다"고 결론지었다. 그리고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다. 가끔, 지난 MBC 무한도전 롤러코스터에서 정준하에게 짜장면 건내는 일도 하곤 한다.
- 부모님과 형제는.
- 부모님은 '딸바보'세요. 특히 아빠는 저라면 깜빡 죽죠. 위로 오빠가 있고요.
- 이런일에 반대는 안하셨나.
- 지금껏 제 일에 아무런 간섭을 안하셨어요.
- 딸에게 거는 기대나 희망은.
- 딸이 하는 일에 최선만 다하면 된다는 정도.
- 아빠도 야구팬.
- KIA 완전 광팬이십니다.
- TV 시청은.
- 지금은 주로 넥센 경기를 많이 보세요. 혹시 제가 화면에 비칠까(웃음). 그러시다가 이닝 바뀔 때 KIA 경기로 바꿨다가 다시, 넥센 경기로. 넥센 -> KIA -> 넥센 주로 이런식으로.
그러면서, 권안나가 보여주는 게 있었다.
아빠 스마트폰의 대표화면(사진)이었다...!
- 이 사진이 가장 잘 나왔다고 하시면서 대표사진으로 정하셨어요.
사실 이 대목에서 조금(?) 움찔했다.
- 조금 거시기한 사진 나오면.
- 그런 사진은 오히려 제 친구들이 신경을 많이 써요. 모니터링하곤 전화한답니다. 하지만 전 신경을 크게 안쓰는 편이라.
- 일이 없는 날엔.
- 여가의 절반 이상이 부모님이랑 함께 보내요. 아빠 엄마랑 볼링도 치고 또 영화도 같이 보고. 어려서부터 생활 대부분이 가족중심이었어요. 아빠는 제가 하는 일에는 무조건 오케이입니다.
- 아빠가 딸을 많이 아끼는 거 같다.
- 아끼는 정도가 아니라, 저를 아빠의 전부로 생각하시는 거 같아요. 얼굴 볼 때 마다 서로 '사랑해'라고 표현해요.
화목한 가정의 권안나였다. 매사 긍정적이고 성실한 자세의 권안나, 그 중심에는 '가족'이 있었다.
아니 앗, 그런데...??
"권안나, 뭐하는 거임?"
- 옵니다..
한강 이북 제일 끝지점으로 달리는 문산행 열차였다. 그리고 권안나는 그 열차와 상대하며 달리고 있었다. 이를 악물고 "누가 이기나"며 열심히 또 열심히 달려가는 것이었다.
열심히 사는 권안나...
최선을 다하는 권안나!
행복이라는 소박한 꿈을 향해..
달리고 또 달리는..
넥센 히어로즈 배트걸 권안나였다.
그나저나...
"어디까지 뛰는거야?"
"돌아와, 권안나~"
"안나야, 제발~~~"
권안나...
- 나 돌아왔지롱~
재미있는 사실 하나...
- 저 초등학교 때 육상부에 뽑혔어요. 육상선수 될 뻔 했어요.
- 육상선수 하지 그랬나.
- 엄청난 반대에 부딪혀서.
- 반대.
- 태어나서 지끔껏 부모님이 제가 하는 일에 반대한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딱 한 번 있었어요. 육상부 뽑혔을 때. 엄마의 반대가 장난이 아니었죠. 그렀잖아도 그을린 피부인데 육상하면 더 심해진다고. 절대 안된다고.
어쩐지 권안나의 뛰는 자세가 예사롭지 않다 싶었다. 또한 권안나는 스포츠를 직접하는 걸 좋아한다고 했다. 운동에도 자질이 있었다.
배트걸 '애피소드'가 궁금했다...
- 배트걸 애피소드를 들려달라.
- 머리채 빼앗겼을 때요.
- 머리채를 빼앗겨. 누가에게, 어떻게, 왜.
- 홈런인형 드리려고 나갔는데 그 홈런친 선수가 자기 배트를 건내받는다는 게 그만.
- 자세히.
- 김민성 선수가 홈런 쳤을 때, 인형 먼저 받고 그 다음에 김민성 선수 배트를 동시에 받으면서 제 머리끝이 김민성 선수 손끝에 같이 딸려간거에요. 그 순간 '아파요~'라고 했더니 뒤돌아보며 '괜찮냐?'고. 하하하하.
- 그래서.
- 괜찮다고 했죠. 그 다음부턴 머리를 묶었어요.
어쩐지 자주 머리를 묶는 권안나라고 했더니. 그런 이유가 있는 줄이야.
- 가장 기억에 남는 애피소드는.
-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역시 이택근 주장님이죠.
- 이택근 주장.
- 배트걸 시작하고 이틀째 되던 날, 일종의 사고가 났죠.
- 사고라.
- 이택근 주장님이 휘두른 배트에 그만.
- 그만.
- 대기타석에 서있을 때 마침 배트를 주우러 나가려는 순간이었어요. 연습스윙하는 그 배트끝에 입술이 스친겁니다. 처음엔 몰랐는데, 배트 줍고 자리에 돌아와 입술에서 손을 떼는 데 피가 흥건이.
- 허걱, 그런 일이. 그래서.
- 바로 병원에 가서 열 세 바늘 꿰맸어요. 입술 안 쪽이라 다행히 티가 잘 안나요.
그 다음이 마구마구 궁금했다.
- 그 다음엔 어떻게 됐나?
- 마취 깨기 전인데, 모르는 번호로부터 연락이 왔어요.
- 누구였나.
- 이택근 주장님요.
- 뭐라던가.
- 괜찮냐고. 정말 미안하다고. 계속 미안하다고 하시면서.
- 하하하.
- 솔직히 감동이었어요. 직접 전화까지 하실 줄은 몰랐거든요. 그러면서 진짜 계속 미안하다고. 미안하다고.
권안나의 다음말이 걸작이었다. "친구들이 난리가 난거에요. 어떻게 된 일이냐고. 해서 자초지종을 말했더니 친구들이 갑자기 난처해진 겁니다. 제일 좋아하는 친구가 부상을 당했는데 그 부상의 원인이 제일 좋아하는 야구선수였다니 하면서. 이럴땐 어떻게해야 하냐고(웃음)".
진짜 걸작은, "친구들아, 친구가 액땜했다고 생각해라. 내가 피를 흘렸으니 넥센이 우승하면 다 내 덕이라고 보면 된다. 알았느냐?". 그후 권안나는 일주일 정도 야구장에 나가지 못했다. 일주일 후 야구장에 나타났더니 주변에서 하는 말 "그만둔 줄 알았다"고. 이에 권안나는 "승부근성하면 저 아닙니까. 권안나!".
기특하고 또, 기특했다...!!
이런 일, 저런 일 다 겪으면서도..
권안나에게 '포기'란 없었다. 이 어찌 기특하다 아니 할 수 있겠는가. 장하다, 권안나!
이날, 권안나는...
두 개의 클로버를 뽑았다.
그중 하나는...
비록, 극심한 가뭄에 말라 비틀어졌다 할지라도 그건 분명한, 행운의 '네잎클로버'였다.
또 하나는...
'세잎클로버'였다.
그중 '어떤 게 더 행복하냐'고 물었더니...
여기서 잠깐!
- 야구선수 중 이상형이 있나.
- 이상형이라기 보다는 완전히 감격 먹고, 완전히 매료된 선수가 있습니다.
- 그게 누군가.
- 우리팀 포수 박동원 선수입니다.
- 어떤 일이 있었는데.
- 파울볼 있잖아요. 그거 잡으려고 제 앞으로 막 달려오는데 와~.
- 와~.
- 그때 그 표정. 그 집중하는 표정. 진짜 와~. 너무 멋있고 훌륭해 보이더라고요. 그 다음부터 박동원 선수의 열렬한 팬이 됐죠. 진짜 멋있었어요.
권안나는 그 순간, 왜 여자들이 운동선수에 매료되는지 절실히 느꼈다고 한다. 외모도 중요하겠지만 그보다, 경기에 집중하는 그 진지한 모습에 여자의 마음은 사랑의 노예가 된다는 사실을.
이 시대를 사는 모든 사람은...
좋은 학벌, 안정된 직장, 많은 월급을 원한다. 생활인인 까닭에 누구에게나 당연한 이치일 것이다. 하지만 더러는 '훌륭한 조건과 제안'을 뿌리치는 이들도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 이제 갓 스무살 권안나였다.
- 배트걸의 매력은 뭔가.
- 세상 어느 누구보다 가장 가까이에서 선수들을 볼 수 있다는 거. 일종의 권력? 하하하하하.
- 또 뭐.
- 경기에 개입한다는 거.
- 경기에 개입.
- 제가 야구공을 가져다주지 않으면 경기 진행이 안되잖아요.
- 오호!
'달려라, 권안나', 배트걸에게...?!
마지막으로 물었다. "진정 당신의 꿈은?"이라고. 짧게 답했다. "치어리더요"라고. '배트걸 일도 재미있다'는 말도 역시 빠트리지 않았다. 그리곤 행복이라는 세잎클로버에 입맞춤했다. 배트걸 권안나의 스무살 이야기는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었다. 8월 9일은, 권안나의 '생축' 스무번째 생일이다. '달려라, 권안나!'.
강명호 기자
1. 치어리더 권안나 & 워터파크
2. 권안나 '직찍' , 그녀의 일상!
곧,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