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이명주기자] "심려를 끼쳐 안타깝고 죄송하지만..."(황인영 대표)
첫 방송 전부터 비판 여론에 직면했다. 티저 영상만으로 아동 성 상품화 의혹이 나왔다. MBN '언더피프틴'(UNDER15) 이야기다.
제작사 관계자는 "예상 못한 의혹이 사실인양 확대됐다"며 "우리뿐 아니라 출연자, 마스터, 트레이너, 스태프들까지 명예에 큰 상처를 받았다"고 입을 뗐다.
"방송인은 콘텐츠로 평가받아야 한다고 배웠습니다. 사실과 다른 부분에 해명하고자 이례적이지만 이런 자리를 마련하게 됐어요. 모두를 지키고 싶습니다."
'언더피프틴' 측이 25일 서울 마포구 상암 스탠포드호텔코리아 그랜드볼룸에서 긴급 제작보고회를 열었다.
이날 현장에는 '크레아 스튜디오' 서혜진 대표와 황인영 대표, 용석인 프로듀서가 참석했다. 이국용 프로듀서는 건강상 이유로 불참했다.
말 그대로, 정면 돌파였다. 제작진은 '언더피프틴' 1회 축약본을 공개했다. 총 25분 분량으로 참가자 59명 가운데 5명 무대가 나왔다.
앞서 공개된 티저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였다. 국내외 참가자들의 꿈을 향한 열망, 재능 발현 등에 집중했다.
황인영 대표는 "알파 세대 오디션을 해보고 싶다는 게 첫 번째 기획 의도"라며 "K팝 구조상 15세 이하 친구들은 어리다는 이유로 방치되는 부분이 있다. 기회를 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K팝 스타'를 연출할 때 10대 친구가 우승, 준우승을 휩쓸었거든요. 기성 세대들이 놀라워했죠. 재능 있는 알파 세대가 많은데 이들에게 개척되지 않은 장을 열어준다는 점에서 의미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세간의 오해를 바로잡았다. '언더피프틴' 기획 당시만 해도 '걸그룹'을 목표로 하거나 참가자 성별을 한정 짓지 않았다는 것.
그는 "불운한 선택일지 모르겠지만 여자 아이들 중 압도적 재능이 있는 친구들이 많았다"면서 "잘 된다면 보이그룹 오디션을 할 생각으로 '일단 걸그룹 하자' 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혜진 대표도 말을 보탰다. "오디션을 하다 보면 어린 친구들이 많이 온다. '트레이닝 어디서 받아야 하나', '진짜 재능이 있나' 평가받고 싶어 한다"고 전했다.
"오디션은 완결편이 아니에요. (가요계에) 들어가는 등용문일 뿐이죠. 육성 프로젝트라는 표현처럼 15세 이하 참가자들이 K팝 트레이닝을 받고 성장해 나가는 과정이었어요. 우리 방송도 그 부분에 포커스를 맞췄고요."
마스터 심사평 또한 여타 오디션과 차이가 있었다. 어린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따끔한 질책보다 응원에 무게를 뒀다.
용석인 PD는 "이 오디션은 데뷔하는 것보다 배움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면서 "뭘 더 얻어가고 배울 수 있을까 염두에 두고 구성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일부 마스터는 참가자를 직접 만나 애정 어린 조언을 건넸다. "무대를 보고 개인적으로 찾아가 조언해주는 경우가 많았다"고 떠올렸다.
티저 콘텐츠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언더피프틴' 측은 퍼포먼스 영상 공개 직후 방영 중단 요구를 받았다. 나이에 맞지 않은 메이크업과 노출 의상 등이 논란을 부른 것.
황인영 대표는 "(참가자들이) 멋지다고 생각했다. 어린 친구하면 떠오르는 모습과 진짜 모습을 반전 매력으로 보여주고 싶었다"며 기획 의도를 전했다.
뒤늦게 오해의 소지가 있다는 것을 인지했다. "이미지만 소비되다 보니 섹시 콘셉트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 이렇게 받아 들여지면 안 될 것 같아 삭제했다"며 "시청자 눈높이에서 다시 한 번 숙고하는 기회가 됐다"고 했다.
개별 프로필 역시 문제가 된 콘텐츠 중 하나다. 각 참가자 사진 하단에 바코드 이미지를 더해 관련 의혹에 불을 붙였다.
제작진이 가장 억울한 부분이기도 하다. 서혜진 대표는 "엄청난 오해"라며 해당 디자이너와 나눈 카카오톡 대화 메시지를 오픈했다.
학생증에서 아이디어를 따왔다. "오디션장이 학교라고 생각했다. 이걸 성적인 걸로 환치시키니 너무 놀라웠다. 참가자들이 상처 받을까 봐 프로필을 다 내린 상태"라고 항변했다.
황인영 대표도 "(문제의 사진을) 삭제했다"며 "외부적 요인과 연관돼 더 논란이 됐는데 (초반부터) 적극적으로 대응했으면 좋았을 걸 마음이 아픈 건 사실"이라고 첨언했다.
이어 "참가자들과 보호자들 모두 방송의 명과 암 알고 있다. 밝은 부분에 희망을 갖고 참여한 것"이라면서 "그 어떤 오디션보다 (이들과) 긴밀히 소통했다"고 말했다.
질의응답 중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황인영 대표는 참가자 반응을 묻는 질문에 "우리는 그런 프로그램 아닌데 왜 그렇다고 이야기가 되고 있을까"라며 울음을 삼켰다.
서혜진 대표 역시 감정이 북받친 듯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100명 넘는 제작진들이 어린 친구들을 이용해 성 착취 제작물을 만들었겠나. 잘 부탁드린다"고 요청했다.
용석인 PD는 "연출하는 사람으로서 정말 놀랐다. 자신을 표현하는 세대여서 그런지 웃으면서 무대를 휘젓고 다니더라"며 "시청자들도 참가자 무대에 감동을 느끼실 것"이라고 기대를 당부했다.
한편 '언더피프틴'은 만 15세 이하 어린이,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K팝 아이돌 서바이벌 예능이다. 이달 말 첫 방송 예정이었으나 편성 미정이다.
<사진=정영우기자(dispatch)>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