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김지호기자] 경쟁자에 대한 분석은 없었다. 상대의 약점은 '못생겼다', 강점도 '못생겼다', 위협도 '못생겼다'. 기승전 '못생겼다'로 끝난다.
하이브는 "네티즌 댓글을 수집한 것"이라 해명했지만, 실상은 악플보다 못한 수준이었다. <업계 동향 리뷰 자료>라는 근엄한 제목이 무색할 정도였다.
"미안한 말인데, 성형이 너무 심했음."
"어리면 다냐 싶음. 누구도 아이돌의 이목구비가 아닌 데다가…."
더욱 경악할 것은, 이 문건의 작성자. 대한민국 최고의 대중문화평론가이자 음악평론가로 꼽히는 강명석이다.
그는 '텐아시아' 전 편집장 출신으로, 웹 매거진 '아이즈'의 창간을 주도했다. '무한도전', '손석희의 시선집중' 등에 출연하기도 했다.
강명석이 하이브에서 악플 수집가가 된 걸까? 아니면, 하이브 입맛에 맞추기 위해 자신을 악플러 수준으로 낮춘 걸까. 어느 것도, 비상식적이다.
하이브는 "K팝 전반에 어떤 여론이 있는지 살펴보는 문건 중 하나"라며 "온라인 커뮤니티의 글을 모으고 종합한 내용"이라고 해명했다.
궁색하다. 레이블 소속 가수도 고개를 흔들 정도다. 지난 28일에는 '세븐틴' 승관이 "우리는 당신들의 아이템이 아니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그대들에게 쉽게 오르내리며 판단 당할 만큼 그렇게 무난하고 완만하게 활동해온 사람들(세븐틴을 포함한 K팝 동료들)이 아니다. (중략) 우리들의 서사에 쉽게 낄 자격이 없다." (승관)
하이브의 늦장 대처도 (보고서만큼) 실망스럽다. 그들은 국정감사 중간에 “유출 세력에 책임을 묻겠다”며 문건 유포자를 탓했다. (그들이 메일링 리스트를 늘린 건 탓하지 않았다.)
그러나, 하이브에게 필요한 것은 (유포자) 색출이 아니다. 책임을 묻는 것보다 책임을 지는 게 먼저다. 이 문건을 만들지 않았으면, 애초에 유출도 없었다.
하이브는 승관이 참전하자, 강명석 편집장의 직위를 해제했다. 문건 논란 이후, 6일 만이다. 보고서 작성도 멈추기로 했다. 늦었지만, 그래도 늦었다.
이재상 CEO도 6일 만에 사과에 나섰다. "여론을 파악 목적으로 만들었다. 그럼에도 불구 매우 부적절했다"며 고개를 숙였다.
못생겼다는 '얼평'보다 더 못난 건, 하이브의 얼굴이다. 외부의 적을 탓하기보다, 내부의 안일함을 돌아볼 때다.
<사진=디스패치DB, SNS, 하이브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