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김지호기자] "투어 준비하는 동안 저희 모두 연습실에서 살았어요. 엔진에게 보여줘야 한다, 창피하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요." (정원)
그 말대로, 고퀄리티 콘서트였다. 엔하이픈의 성장 스토리를 함축, 한 편의 소설 같은 셋리스트를 구성했다. CD 삼킨 라이브와 신들린 퍼포먼스도 감탄이 나왔다.
스케일도 압도적이다. 그라운드 곳곳에 5개 무대를 설치했다. 메인 무대 길이만 64m였다. 여기에 초대형 LED 6개를 설치, 다양한 무빙으로 공연의 몰입도를 높였다.
팬서비스도 돋보였다. 멤버들은 무대 전체를 누비며 팬들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공연 중간 중간 멘트도 진심이 가득했다. 넘치는 팬 사랑으로 감동을 선사했다.
엔하이픈이 6일 오후 5시 경기도 고양시 고양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엔하이픈 월드투어 워크 더 라인 in 고양'을 열었다.
월드투어의 시작을 알리는 공연으로, 지난 5일에 이어 2회차. 엔하이픈과 엔진은 앵콜까지 3시간을 불태웠다. 그야말로, 시간순삭 콘서트였다.
◆ 섹션 1 : WALK THE LINE
첫 섹션은 '워크 더 라인'이다. 뱀파이어의 정체성과 소년의 정체성, 그 극명한 대비로 막을 올렸다. 시작부터 엔하이픈의 세계관을 강렬히 각인시켰다.
오프닝 2곡은 뱀파이어 모드였다. 붉은 달이 뜨고, 엔하이픈이 나타났다. 올블랙 수트를 입고 '브로우트 더 히트 백'(Brought The Heat Back)를 불렀다.
넥스트 무대는 '피버'(Fever). 몽환적이고 중독적인 노래다. 안무 역시 부드러웠다. 노을진 시간, 비가 살짝 내려 치명적인 분위기를 더했다.
그 다음, 제이가 직접 쓴 선서를 낭독했다. "하나. 화면보다 엔하이픈은 실물이다. 둘. 내일은 없다"고 읽었다. 엔진도 제이의 선서를 복창했다.
이어 제이가 선언문을 던지며, 곧바로 파격 반전을 선사했다. 세상에 반항하는 소년들로 변신한 것. '파라독스XXX인베이전'(ParadoXXX Invasion)과 '퓨처 퍼펙트'(Future Perfect)를 열창했다.
특히, '퓨처 퍼펙트'는 압도적이었다. 정원이 단상 위에 올랐다. 고양 스타디움을 날려버릴 듯 폭발적인 보이스를 선보였다. 이어 멤버 전원 록 보이스로 "드루와 드루와"를 외쳤다.
◆ 섹션 2 : BEYOND THE LINE
본격 엔하이픈의 명곡 타임이다. 이번 섹션은, 소년들의 과거부터 현재까지 성장을 짚어보는 시간이다. 엔하이픈의 근본곡들 시리즈를 선보였다.
엔하이픈의 데뷔곡 '기븐-테이큰'(Given-Taken). 멤버들은 뱀파이어가 세상에 나서는 첫 발걸음을 선보였다. 우아한 포인트 안무로 잊지 못할 한 장면을 만들었다.
'블레스드-커스드'(Blessed-Cursed), '페이탈 트러블'(Fatal Trouble), '바이트 미'(Bite Me) 역시 명곡으로 꼽히는 노래들이다. 떼창과 함성이 귀가 멍멍해지도록 커졌다.
특히, '페이탈 트러블'과 '바이트 미'가 인상 깊었다. 행위예술 같은 고난도 안무로 잠시도 눈을 뗄 수 없게 했다. 두 무대는 엔하이픈이 퍼포먼스 장인이라 불리는 이유였다.
유닛도 인상 깊었다. 제이·제이크·성훈의 '루시퍼'(Lucifer)는 멤버들의 표정 연기를 보는 재미까지 있었다. 셋은 상처입은 뱀파이어로 변신, 섹시하고도 처연한 분위기를 표현했다.
정원·희승·선우·니키의 '티스'(Teeth)는 에너제틱했다. 네 사람은 날카로운 록 사운드에 어울리는 시원한 보컬을 뿜어냈다. 댄스 역시 파워풀했다.
◆ 섹션 3 : SERENADE FOR ENGENE
3번 섹션부터는 엔하이픈과 엔진의 시간이다. 엔진에게 사랑을 고백하고, 엔진과 함께 걸어갈 미래를 꿈꿨다. 이전 두 섹션이 묵직한 분위기였다면, 이번에는 톡톡 튀고 달달했다.
'하이웨이 1009'(Highway 1009)가 울려퍼졌다. "우리의 이야기를 담은 이 노래, 엔진의 목소리로 불러줄 수 있나요?"라는 문구가 스크린에 떠올랐다.
멤버들은 싱어롱을 유도하며 엔진에게 노래했다. "넌 내 옆에 있으면 돼", "어디든 데려갈게"라는 달콤한 세레나데였다. '낫 포 세일'(Not For Sale) 역시 팬송이었다.
'유어 아이즈 온리'(Your Eyes Only) 시작 전, 엔하이픈은 엔진에게 하트와 어깨춤을 가르쳤다. '오렌지 플라워'(Orange Flower)도 유쾌한 분위기였다. 엔하이픈과 엔진은 함께 춤추고, 웃음을 터뜨렸다.
'스크림'(Scream)에선 스탠드 마이크로 변주를 줬다. '태임드-대쉬드'(Tamed-Dashed)는 정교한 칼군무로 눈길을 끌었다.
'스위트 베놈'(Sweet Venom)은 매혹의 쉿 안무가 기억에 남았다. '모 아니면 도'는 고양 경기장을 축제 분위기로 탈바꿈시켰다.
◆ 섹션 4 : ROMANCE
결국 엔하이픈의 존재 이유는 엔진이다. 미래 역시, 엔진과 함께여야 한다. 그래서 이 공연의 마지막 섹션은 '로맨스'였다. 뱀파이어, 소년, 로맨스, 엔진. 이 4개의 키워드를 완성했다.
'헌드레드 브로큰 하츠'(Hundred Broken Hearts). 뱀파이어 왕자들이 금장미 스탠드 마이크를 들었다. '스틸 몬스터'(Still Monster)를 통해서도 애절한 뱀파이어의 상처를 토로했다.
하이라이트는 '문스트럭'(Moonstruck)이었다. 제목처럼, 사랑 때문에 미쳐버린 느낌. 달을 상징하는 오프닝 군무부터, 성훈이 날아가는 안무 모두 짙은 여운을 남겼다.
'XO'로 엔진에게 열렬한 사랑을 보냈고, '파라노말'(Paranormal)로는 "기적 이상의 러브"라고 노래했다. '파라노말'을 마치는 순간, 엄청난 양의 불꽃들이 터져 장관을 연출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앵콜 타임, 각국에서 모여든 팬들이 스케치북으로 애정을 고백했다. 멤버들도 역슬로건 이벤트로 화답했다. "이젠 우리가 꽉 안아줄게", "우리 평생 함께 하는 거다" 등 슬로건을 들었다.
이어 엔진 소리가 들리고, 엔하이픈이 무대 위로 올랐다. '퓨처 퍼펙트'와 '하이웨이 1009'로 공연의 대미를 장식했다. 엔딩곡을 팬송 '하이웨이 1009'로 고른 이유도, 역시 엔진을 위해서였다.
◆ 엔하이픈과 엔진은 영원하다
성훈은 "달빛을 받으며 엔진과 영원을 약속할 장소로 고양 스타디움이 찰떡이다"고 말했다. 선우 역시 "후회 없는 무대를 한 것 같다"고 미소지었다.
정원은 "어제는 마이크가 부서졌었다. 어제 분들은 환불해드리고 싶다"고 아쉬워했다. "엔하이픈의 미래는, 언제나 여러분과 함께하는 것밖에 없다"고 말했다.
"방에서 혼자 엔진 분들께 받는 편지들을 다 읽었습니다. 한 분 생각이 났는데, '엔하이픈이 좋아하는 이유를 따로찾지 않아도 되는 아이돌이라 좋다'고 하셨어요. 정말 감동받았습니다." (정원)
희승도 "성장의 순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도 엔진 분들께 짜릿한 경험을 줄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니키도 "저희를 위해 이렇게 큰 사랑 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한편, 엔하이픈은 한국 공연에 이어 일본에 상륙한다. 사이타마(11월 9~10일), 후쿠오카(12월 28~29일), 오사카(2025년 1월 25~26일) 등에서 열도 팬들을 만난다.
K팝 아이돌 최단기간 일본 3개 도시 돔투어다. 베루나 돔, 미즈호 페이페이 돔 후쿠오파, 쿄세라 돔 오사카 등을 방문한다. 엔하이픈 자체 최대 규모 공연이다. 추후 개최지를 추가할 예정이다.
<사진제공=빌리프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