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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눈동자도 베테랑이다"…정해인, 불편한 존재감

[Dispatch=정태윤기자] 배우 정해인의 이미지는 '엄마친구아들'. 올바른 호감형이다. 훈훈한 비주얼은 등장 자체로 (관객들을) 무장 해제시킨다.

이번엔 그 믿음을 한방에 무너뜨린다. 첫 악역, 심지어 소시오패스다. 존재만으로도 불편하고 껄끄럽다. 웃음조차 불쾌하게 표현했다.

한마디로 비호감에 도전했다. 한 번의 망설임도 없이 선택했다. 이 변신이 반가웠다. 관객들의 뒤통수를 때릴 생각에 흥분되기도 하다. 

"빌런이라고 꺼려지진 않았습니다. 배우는 늘 도전해야 하잖아요. 다양한 걸 해봐야 발전하니까요. 그게 '베테랑'이라 저에겐 금상첨화였죠."

정해인이 9년 만에 돌아온 '베테랑2'(감독 류승완)에 합류했다. 그가 그린 빌런은 어땠을까.

조태오와 다른 빌런

'베테랑2'는 액션 범죄수사극이다. 나쁜놈은 끝까지 잡는 서도철 형사(황정민 분)가 주인공. 막내 형사 박선우(정해인 분)가 강력범죄수사대에 합류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전편은 1,300만 관객을 모으며 흥행에 성공했다. 후속을 내놓기까지 9년이 걸렸다. 류승완 감독은 전편의 성공을 답습하고 싶지 않았다. 다른 결의 이야기를 완성하기 위해 고심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선과 신념의 싸움이다. 조태오(유아인 분)가 명확한 악이었다면, 박선우는 신념으로 무장했다. 이것이 선인지 악인지는, 경계가 모호하다.

이 헷갈리는 캐릭터를 구현할 배우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했다. 류승완 감독은 영화 '시동'에서 정해인을 눈여겨봤다. 정해인은 "감독님께서 재미있는 일을 같이 해보고 싶다고 연락을 주셨다. 처음에는 얼떨떨했다"고 떠올렸다.

"(감독님은) 대본 없이 영화 이야기만 3시간 했어요. 이 작품에 대해 얼마나 고민하는지 느껴졌습니다. 전편에 대한 부담도 있었지만, 기회를 놓칠 순 없었어요."


나르시시스트와 소시오패스

박선우는 다크 히어로 같은 인물이다. 법망을 피한 범죄자들을 직접 단죄한다. 강력범죄수사대에서 입수한 정보를 토대로 대범하게 범죄를 저지른다.

SNS에선 그를 옳고 그름을 가르는 '해치'라 칭송한다. 정해인은 "박선우는 정의롭지 않다. 나르시시스트이자 소시오패스일 뿐"이라며 "관심을 받자, 거기에 쾌락을 느끼고 살인을 이어간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이지 않은 캐릭터다. 인물을 이해하고 체화하는 과정부터 쉽지 않았다. 그는 "이 친구의 생각과 행동들을 저는 납득해야 하는데, 그 과정이 너무 복잡하고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박선우를 이해하려고 했습니다. 부모님이 범죄자에게 희생돼 다크 히어로가 된 게 아닐까? 감독님께 말씀드렸더니, ‘그런 거 다 필요 없다’ 하시더군요. 그저 이 현상과 장면에만 집중해 달라고 하셨죠."

모든 과정을 건너뛰고, 현재에 집중했다. 프로파일러들이 범죄자들을 상담하고 면담하는 장면들을 주로 참고했다. 존재만으로도 불편하고 껄끄러움을 선사하고자 했다.

정해인은 "범죄자들은 시선을 많이 안 움직이더라. 심리학적으로도 5~6초 이상 시선을 피하지 않고 쳐다보면 불쾌함을 느끼게 된다더라. 그런 부분들을 가져와서 연기했다"고 전했다.

동공으로 말했다

초반에는 눈동자를 바쁘게 움직이며 동태를 살폈다. 그러다가도 빤히 들여다보는 눈빛을 숨기지 않았다. 별 의도 없는 웃음에도, 묘한 찜찜함을 남겼다. 덕분에 '맑은 눈의 광인'이라는 별명을 붙기도 했다.

그의 동공 연기는 완벽한 계산에 의해 만들어졌다. 정해인은 "거울을 이렇게까지 많이 본 작품은 처음이다. 눈을 움직여보고 이상하게 떠 보기도 하며 준비를 많이 했다"고 떠올렸다.

"안구를 조금만 다르게 움직여도 신의 의미가 달라졌습니다. 그 디테일을 찾아나갔죠. 현장에서 모니터링하면서 깜짝 놀라기도 했어요. 저도 보지 못한 눈빛, 살면서 지어본 적 없는 표정을 봤거든요."

정해인의 연기는 박수칠 만하다. 눈동자 하나로 박선우의 꺼림칙한 분위기를 표현했다. 후반으로 갈수록 분노를 표출하며 빠르게 폭주했다. 그러나 박선우라는 캐릭터 자체에는 자꾸 의문을 품게 된다.

살인이라는 명백한 죄를 짓지만, 그 대상은 모두 죽어야 마땅한 인물들이다. 문제는 박선우의 명분이 모호하다는 것. 때문에 그의 파멸이 시원하지 않다. 1편의 사이다는 사라졌고, 찝찝함만이 남았다.

"그것이 감독님의 의도였습니다. 영화관을 나가면서 각자가 생각하는 정의에 대해 이야기하고 궁금증을 남기게 했죠. 저는 범죄자가 범죄를 저지르는데 원한 외에 엄청난 명분과 신념이 있어야 할지 생각을 하기도 했어요. 박선우는 왜곡된 집행자인 거죠."

◆ 극악무도한 액션

무엇보다 영화의 백미는 액션이다. 1보다 업그레이드되어 돌아왔다. 박선우는 UFC 경찰이라 불릴 정도로 격투 실력이 뛰어나다. 죽음도 두렵지 않다는 자세로 사정없이 달려든다.

정해인은 종합격투기 등 강도 높은 훈련에 돌입했다. "가장 중요한 건 기초 체력이었다. 한 신도 10~20번씩 찍어야 하는데, 체력이 안 되면 민폐더라"며 "틈틈이 달리기를 하며 체력을 올렸다"고 말했다.

심지어 모든 액션의 중심에는 박선우가 있다. "그간 다양한 작품에서 액션을 했지만, 이번이 가장 힘들었다"며 "누군가를 도와주는 것이 아닌 극악무도한 싸움이었다. 상대 배우가 다치지 않을까 걱정하며 찍었다"고 전했다.

가장 고된 액션은 옥상신이었다. 쏟아지는 폭우 속에서 액션을 펼쳐야 했다. 정해인은 "가장 테이크를 많이 간 장면이었다. 날도 추운데 물까지 맞으며 처절하게 싸워야 했다"고 떠올렸다.

"쉽지 않았지만, 박선우의 옷을 입으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에너지가 들어왔습니다. 위험천만한 액션이 많다 보니 더 몰입을 빠르게 한 것도 있고요. 그런데 컷하고 나면, 죄송해서 어쩔 줄 모르겠더라고요."


◆ '베테랑'의 럭키비키

"해인이를 만나서 정말 럭키비키잖아~였습니다." (황정민)

"촬영을 하면 할수록, 이 배우가 함께해준 것이 큰 복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류승완)

영화 공개 전부터 선배들의 극찬이 이어졌다. 박선우의 올곧은 외피 뒤, 소시오패스적인 내면을 완벽히 표현했다. 영화 내내 불편한 존재감을 드러내며 색다른 빌런을 완성했다.

'엄친아' 이미지가 강한 배우였기에, 악역 도전은 쉽지 않았을 것. 그러나 정해인은 "배우는 늘 도전해야 한다. 저는 베테랑을 통해 할 수 있어서 오히려 더 감사했다"고 강조했다.

오히려 관객들의 뒤통수를 칠 생각에 짜릿하다. "그동안 선한 역을 많이 해서 관객들이 저에게 주는 믿음과 신뢰가 있는 것 같다. 이번 영화로 제대로 한 대 맞으실 것 같아 걱정스러우면서도 짜릿하다"고 말했다.

"팬분들은 '우리 배우에게 이런 모습이 있었네' 하고 놀라셨으면 좋겠습니다. 일반 관객분들에겐 '정해인이라는 배우의 다른 작품도 보고 싶네'라는 말을 듣고 싶고요. 그것만으로도 최고의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정해인은 '럭키비키' 역할을 톡톡히 하는 중이다. '베테랑2'는 개봉 3일 만에 200만 관객을 넘겼다. 전작보다 빠르게 스코어를 올리고 있다. 그럼에도 기쁨보다, 책임감이 크다.

"유일하게 추석에 개봉하는 한국 영화입니다. 내년에 오픈될 영화는 10편도 안 된다고 해요. 한국 영화가 더 잘 돼서, 극장에서 볼 수 있는 영화가 더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사진제공=FNC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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