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구민지기자] "또 경찰이냐고요? 그런데..." (이하 조진웅)
조진웅X경찰, 믿고 보는 조합이다. 이미 수차례 흥행을 증명했다. 앞서 '강적', '용의자X', '독전', '사라진 시간', '경관의 피', '독전2' 등 다양한 작품에서 경찰 연기를 선보였다.
이번엔 사뭇 다르다. 정의를 위해 앞장서고, 카리스마를 내뿜던 조진웅 표 경찰은 없다. 그에게 1순위는 돈이다. 살인사건 현장에서 10억 원이 든 가방을 훔쳐 간다.
도덕적 결함을 지녔다. 등장부터 눈치를 본다. 시청자까지 불안하게 만든다. 흔들리는 동공, 상기된 얼굴, 계속 돌아가는 고개, 디테일한 연기로 매너리즘에 빠진 형사를 완성했다.
"이 작품이 생각의 기회가 됐으면 좋겠어요. 내 도덕심은 어디까지인지 생각해 보자는 거죠."
스토리는 흥미진진하다. 일명 '대국민 공개 살인 청부'. 희대의 흉악범을 죽이면 200억을 받는다. 변호사, 정치인, 형사, 유튜버, 시민들까지 모두 돈 때문에 뛰어든다.
조진웅이 약 8년 만에 안방극장에 컴백했다. '디스패치'가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 이 기사에는 6부까지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노 웨이 아웃: 더 룰렛'은 미스터리 스릴러다. 흉악범 김국호(유재명)의 목숨에 걸린 200억 원의 공개 살인청부를 다룬다. 출구 없는 인간들의 치열한 싸움을 그린 드라마다.
조진웅은 호산경찰서 형사 1팀 형사 '백중식' 역을 맡았다. 희대의 흉악범을 시민들로부터 지켜내야만 한다. 당초, 故 이선균이 캐스팅됐으나 촬영을 앞두고 급하게 교체됐다.
그는 "제작사 대표로부터 하루 만에 (출연) 결정을 해달라는 제안을 받았다. 상황이 급박했다. 많은 이들의 노력을 날릴 순 없었다. 무조건 출연하겠다고 했다"고 떠올렸다.
물론, 쉽지는 않았다. 첫 촬영 직전에 결정됐다. 작품을 준비할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다. 하지만, 조진웅은 "시간이 부족했다는 핑계를 가장 싫어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시간 부족은 제게 핑계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어떻게든 만들어 보자는 의지가 컸습니다."
조진웅은 "각오를 하고 작품에 임한 만큼, 해내야만 했다. 핑계를 댈 거였으면 처음부터 안 했어야 했다"면서 "제 의지가 견고하고 단단해질 수밖에 없었다"고 알렸다.
"첫 촬영은 세트장이었어요. 제가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씹어 삼키자. 화이팅!' 외쳤죠. 다들 호응해 주더라고요. 그때부터 신명 나게 달렸습니다."
◆ "고민하게 만드는 작품"
'노 웨이 아웃'은 연쇄 성범죄와 살인으로 징역 13년을 살다 온 김국호(유재명 분)를 두고 벌어지는 이야기다. 그의 목숨에 200억 원의 공개 살인청부가 벌어진다.
대부분 돈 앞에서 악인으로 변한다. 변호사, 국회의원, 경찰, 일반 시민까지 그의 목숨을 향해 달려든다. 이 작품은 계속 질문을 던진다. "나라면 어땠을까?" 고민하게 만든다.
인간의 치졸한 욕심과 욕망을 그린다. 조진웅은 "인물 별로 풀어가는 방식이 다르다"면서 "(돈 앞에) 극한으로 치닫는 모습이 우스꽝스럽기도 하고 씁쓸했다"고 털어놨다.
"(시청자) 스스로 배역 중 어디에 포함될지, 200억의 타깃이 된다면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하게 하죠. 결론을 내렸다면, 본인의 도덕성은 어느 정도 일지 생각하게 한달까요?"
연좌제 피해도 그린다. 김국호의 아들은 천재 바이올리니스트지만, 낙인 때문에 무너진다. 결국, 아버지에게 칼까지 겨눈다. 조진웅은 "아들이 암암리에 연좌제를 당하는 걸 보니 가슴아팠다"고 밝혔다.
조진웅은 꼬리를 무는 질문 때문에 작품을 택했다. "도의적인 생각과 법적 테두리 사이 괴리감이 있다. 복수심은 이해 간다. 다만, 국민적 범죄자라고 해서 죽일 권리는 없다"고 털어놨다.
◆ "생활밀착형 경찰"
조진웅은 베테랑 형사 전문 배우다. 스스로 "형사 역은 거의 다 해 본 것 같다"고 웃을 정도. "경찰분들이 제 연기를 좋아하고, '애환을 담아줘서 고맙다' 인사까지 받았다"고 회상했다.
"형사 역을 많이 해서 경찰 시스템을 잘 알고 있는 편입니다. 과거 서대문경찰서 강력팀에서 합숙하며 경찰의 삶도 직접 체험했죠. 백중식은 생활 밀착형인 것에 주안점을 뒀습니다."
조진웅(백중식 역)은 극중 흉악범을 혐오한다. 보자마자 욕설을 쏟아낸다. 단, 경찰이기에 그를 지켜야 하는 임무를 지녔다. "흉악범을 보호하는 연기할 때 짜증이 났다"고 말했다.
하지만, '돈' 앞에 변한다. 인간으로서 본성을 드러낸다. 사건 현장에서 10억 원이 든 가방을 훔친다. 심지어, 경찰의 보호 의무를 어기고 김국호를 빼돌려 한다. 예측 불가 행동을 잇는다.
막막한 생계 때문에 돈을 고민하는 모습은 현실적이다. 그는 "제대로 된 인간이 하나도 없다. 절박함으로 들어가면 이해는 가지만, 이해해서는 안 되는 지경의 인물들"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백중식은 제 스스로 나오는 리액션을 그대로 담았다. 대본은 가이드였다. 나머지는 자연스럽게 던져야겠다고 생각했다. 장면 대다수가 애드리브라 리얼하다"고 털어놨다.
"조진웅이 조진웅만 하면 됐습니다."
◆ "배우에서, 연출자로"
"'노웨이아웃'에 대한 자신감은 100%입니다. 판을 뒤집을 거니까요."
조진웅은 만족감을 드러냈다. "배우와 스태프 모두의 열정이 담겼다. 서로의 노력이 녹아든 현장이라 흐뭇했다. '끝까지 우리는 뜨겁구나' 싶었다. 그래서 더 소중하다"고 강조했다.
배우들과의 시너지도 포인트로 꼽았다. "유재명의 배역은 쉽지 않다. '큰 강단을 갖고 연기하신다' 말할 정도였다. 염정아는 듣도 보도 못한 모습이었다. 이광수는 영글었다"고 칭찬했다.
조진웅은 '시그널2' 출연도 언급했다. "김은희 작가도 '조진웅이 안 하면 이상해지는 거 아니야?' 하더라. 1~2편 대본이 집에 있지만, 너무 흥분할까 봐 아직안봤다"고 알렸다.
"'시그널'은 제 가슴속에도 많은 게 남아있는 작품이에요. 더 늙고 병들기 전에 해내야죠."
조진웅은 제작자로도 준비 중이다. '야수'(가제)는 2026년 공개 예정인 크리퍼처 판타지물이다. "1970년을 배경으로 한다"면서 "동화같이 예쁜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까 한다"고 귀띔했다.
높은 완성도를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험난한 시대의 이야기고, 역사적인 근거가 있는 작품이다. 많은 배우, 스태프들이 나올 것이다. 캐스팅이조심스럽다"고 스포일러 했다.
한편 '노웨이아웃'은 오는 21일 디즈니+와 U+모바일tv에서 7~8회를 공개한다.
<사진제공=STUDIO X+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