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김다은기자] 라이언 레이놀즈가 말했다.
"이 영화는, 마블의 구세주(Marvel Messiah)다."
휴 잭맨이 덧붙였다.
"울버린 작품 중 가장 자랑스럽다."
이유 있는 자신감이었다. 영화 '데드풀과 울버린'(감독 숀 레비 감독)이 위기에 빠진 마블을 구원할 기세다. '데드풀'의 괴짜 DNA와 '울버린'의 괴력 시너지가 폭발했다.
128분이 순삭된다. 데드풀과 울버린은 요즘 말로 '혐관' 브로맨스를 선보인다. 데드풀의 역대급 19금 대사도 쏟아진다. 피 튀기는 액션도 쉴 틈 없이 몰아친다.
◆ "데드풀이 S면 울버린은 N이 되어 줘"
'데드풀과 울버린'은 액션 블록버스터다. 데드풀은 히어로에서 은퇴한 후, 평범한 중고차 딜러로 살아간다. 그러다 예상치 못한 위기를 맞아 '울버린'을 찾아가며 펼쳐지는 이야기다.
어느 날 데드풀은 시간관리국(TVA) 패러독스(매튜 맥퍼딘 분)에게 소환된다. '신성한 시간선' 주요 인물 울버린(휴 잭맨 분)의 죽음 후 시간선이 망가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를 찾아 나선다.
결국, 데드풀은 캐비넷에 감춰둔 수트를 다시 꺼내 입는다. 시공간을 뛰어넘는 멀티버스로 울버린을 찾아낸다. 하지만 시작부터 엉망진창이다. 울버린은 자신의 세계에서 실패한 히어로였다.
울버린은 알코올 중독자로 살아갈 의지조차 없는 상태. 데드풀은 울버린의 세계에 일어난 일을 바로잡아주겠다며 그를 회유한다. 울버린은 이에 넘어가고, 대환장 상극 케미가 시작된다.
틈만 나면 싸운다. 하지만 위기의 순간에는 하나가 된다. '엑스맨' 시리즈의 캐릭터 찰스 자비에 교수의 여동생인 빌런 카산드라 노바(엠마 코린)를 상대로 한 공조도 백미다.
◆ "타임라인 정리됐고, 떡밥은 회수된다"
사실 두 캐릭터의 만남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데드풀과 울버린은 '엑스맨 탄생: 울버린'(2009)과 '데드풀2'(2018)에서 만난 적이 있다. 다만, 짧은 투 샷일 뿐이었다.
팬들은 떡밥 회수를 기대했다. 그도 그럴 게 두 캐릭터는 같은 '엑스맨' 세계관을 공유한다. 특히 데드풀은 전작에서 울버린에게 "타임라인 정리 중"이라는 대사를 내뱉기도 했다.
드디어 '데드풀과 울버린'에서 제대로 만났다. 라이언 레이놀즈가 이 세기의 만남을 고안했다. 가장 강력한 엑스맨 돌연변이와 히어로계 돌연변이의 만남의 성사 배경이다.
역대급 조합에 액션신 또한 스펙타클하다. 두 히어로 모두 힐링 팩터(초재생 능력)를 발휘하는 만큼, 혈투가 난무한다. 후반부 도로 위에서 펼쳐지는 롱테이크 신도 압도적이다.
우정 서사도 챙겼다. 혐관에서 시작해 감동으로 끝난다. 두 뮤턴트는 싸우기 바쁜 존재들. 시간이 흐를수록 친구가 된다. 엔딩에선 눈물을 각오해야 한다.
◆ "데드풀은 못 말려"
특히 데드풀의 건재함은 이 영화를 이끄는 힘이다. 사실 '데드풀과 울버린'은 전작들과 달리, 마블의 폭수 인수(2019년) 후 제작된 작품. 배급사가 20세기 폭스에서 디즈니로 바뀌었다.
그러면서 데드풀은 디즈니에 속한 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MCU)에도 합류했다.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데드풀의 색깔이 묻히지 않을까 걱정하는 반응이었다.
데드풀의 개성은 그대로였다. 시작부터 제4의 벽을 깨고, 관객에게 말을 건다. "디즈니, 폭스 어쩌구 저쩌구. 마블 XX들" 등 자학개그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MCU 최초의 R등급 영화라는 점도 특징이다. 디즈니에 지금까지 이런 19금은 없었다. 지루해지기 직전, 어김없이 저질 19금 드립이 찾아온다.
다양한 엑스맨 유니버스 캐릭터들도 추억에 젖게 한다. '엑스맨 1'(2000) 울버린과 처음 싸운 악당, '엑스맨 1'의 로라(다프네 킨 분) 등도 등장한다. 쿠키도 회상 포인트다.
P.S. 추천 포인트. '데드풀' 시리즈와 울버린의 '로건'을 보고 가길 바란다. 아는 만큼 재미도 두 배가 된다.
지난 24일 개봉. 러닝타임 128분. 청소년 관람 불가. 쿠키 영상 有.
<사진제공=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