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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ye] "카톡은 개저씨를 못이긴다"…하이브, 상황인식장애 2

[Dispatch=김소정·이명주기자] '하이브'는 지난해 오래된 소문을 들었다. 민희진이 투자자를 찾고 있다는 것. 그리고 접촉했다는 것. 그렇게 탈출설, 혹은 탈취설이 불거졌다.

그러다, 빌미가 잡혔다. '어도어' 경영진의 비위 정황을 포착한 것. (하이브 내부정보를 빼돌렸다는 구체적 정황이 나왔다.) 하이브는 즉시 감사권을 발동, 관련자의 전자기기를 확보했다.

포렌식이 시작됐다. 그것은 곧, 판도라 상자였다. 하이브는 카톡 채취에 들어갔고, 민희진 사단의 대화를 분석했다. 그 속에서 탈취 혹은 탈출 관련 키워드를 줄줄이 뽑아냈다.

동시에, 법적인 문제를 따졌다. 배임 및 횡령을 입증할 증거가 차고 넘친다는 결론. "개저씨에 화가 나서 사적으로 농담한 것"이라는 해명이 '재판'에선 통하지 않을 거라 판단했다.

하지만 이것이, 첫 번째 실수다. 법정에선 증거로 다투지만, 법원 밖에선 감성으로 싸운다. 실제로 대중은 강렬한 '키워드'에 꽂힌다. 예를 들어, '개저씨', '맞다이', '들어와'.

그도 그럴 게, 민희진의 '개저씨'는 하이브의 증거를 '개수작'으로 만들었다. 하이브가 아무리 치명적 카톡을 공개해도, 민희진이 "개저씨들, 맞다이로 들어와"하면 끝났다.

대중은 싸움의 본질에 큰 관심이 없었다. 민희진의 연봉 20억, 풋옵션 1000억, 뉴진스 제작비 160억, 이것은 하이브의 돈일 뿐이다. (내 주머니에서 나간 돈이 아니다.)

팬들은 '누가 뉴진스에게 가장 많은 애정을 쏟았는가'로 선악을 가렸다. "수많은 돈을 들였다"는 하이브의 말보다, "내가 뉴진스 엄마"라는 민희진의 눈물에 이입했다.

(실제로, 민희진의 '엄마론'은 "어도어는 빈껍데기가 된다"는 카톡도 집어 삼켰다. 대중은 '엄마가 아빠에게 화가 나면 무슨 소리를 못하냐'는 논리를 대입시켰다.)

대중에게 가장 중요한 건, 뉴진스다. 하이브의 돈도, 민희진의 연봉도 아닌, 뉴진스 그 자체다. 하이브는 그 키워드를 읽지 못했다. 하이브의 두 번째 실수다.

지난 달 25일, 하이브와 뉴진스 측이 면담을 가졌다. '뉴진스' 부모 3명이 참석했다. 그들은 이 자리에서 박지원 대표에게 "방시혁이 왜 인사를 받아주지 않냐"고 물었다.

하이브의 대답은 무엇일까. "방시혁 의장이 안면인식장애가 있을 수 있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진다. 부모들은 "인사 소리는 들리지 않냐"고 되물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디스패치' 확인 결과, 인사 외면은 실제 일이었다. 당시 A멤버가 사내 엘리베이터를 세웠다. 그 안에 방시혁 의장 혼자 타고 있었다. A멤버는 고개를 숙이며 동승했다.

물론, 방시혁 의장의 사정은 모른다. 왜 '노룩'을 했는지 알 수 없다. 다만, 하이브의 해명은 실패다. 면담 내용이 언론에 공개된 것 자체로 "신뢰를 쌓지 못했다"는 반증이다.

박지원 대표는 '민희진' 대안으로 '네임드' 프로듀서를 제안했다. "그래미를 수상한 프로듀서를 섭외하려면 1년 6개월 정도 걸린다"면서 "최대한 빨리 붙이겠다"고 말했다.

(하이브는) 뉴진스가 원하는 것, 부모들이 원하는 것, 팬덤이 원하는 것을 모르는 걸까? 아니면, 소통 과정에서 또 문제가 발생한 걸까. 전자도 문제, 후자도 문제다.

일례로, "긴 휴가를 주겠다"는 '충전할 시간을 충분히 주겠다'는 배려의 수사일 수 있다. "1년 6개월 걸리는 프로듀서"는 '월클 PD를 섭외하겠다'는 의지일 수도 있다.

그렇다 해도, 박지원의 화법은 또 다른 불씨만 남겼다. (부모 입장에서) '긴 휴가'는 배려가 아니라 방치로 느껴진다. '1년 6개월'은 방치의 구실로 해석될 수 밖에 없다.

하이브 측은 "민희진이 팬들을 자극하는 사악한 플레이"라고 반박했다. "휴가, 컴백, 프로듀서 부분을 문제없이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곡해했다"고 항변했다.

이 역시, 미숙하다. 부모들의 자진해서 인터뷰를 했다. 그 이유를, '민희진'에서 찾으면 안된다. 부모의 멘트, 그 출처는 박지원의 입이다. 자신의 화법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하이브는 엔터기업이다. 아무리 레이블을 늘려도, IT 출신을 임원으로 세팅해도, 하이브는 엔터사다. 그리고 이 연예산업의 본질은 공감대다. 법만큼 감성이 중요하다.

그러나 하이브는, 여전히 공감대 빠진 대응을 진행 중이다. 지금 안면인식장애보다 더 심각한 건, 상황인식장애다.

<사진출처=디스패치DB, 하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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