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박혜진기자] 하루에도 수많은 아이돌이 쏟아진다. 새로운 얼굴, 새 보컬, 새 춤선, 새 음악, 어렵다.
오디션 프로그램도 넘쳐난다. 치열한 경쟁, 절절한 서사…루틴을 반복한다. 그래서 대중의 피로도도 높다.
순한맛 오디션이 탄생했다. 과도한 경쟁, 억지 스토리가 없다. 서사도 부각시키지 않는다. 오직 성장과 실력에 집중한다.
재미는 덜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의미는 강력하다. K팝을 '팝' 그 자체로 만들겠다는 것. '더 데뷔: 드림 아카데미'다.
① 리얼 글로벌…12 域, 12만 名
하이브는 '게펜 레코드'와 지난 2021년 합작 법인 'HxG'를 설립했다. 그해 11월부터 참가자를 모집했다. 2022년 3월, 미국, 한국, 일본, 호주, 영국 등에서 원석을 발굴했다.
총 12만 명이 지원했다. 경쟁률은 6000:1. 그중에서 20명을 선발했다. 이들은 1년 동안 하이브 아메리카와 게펜 레코드의 트레이닝 과정을 거쳤다.
'글로벌 오디션'의 이름값을 톡톡히 한다. 참가자들은 한국, 미국, 일본, 브라질, 아르헨티나, 스위스, 스웨덴, 슬로바키아, 벨라루스, 태국, 호주, 필리핀 등 12개 지역 출신으로 구성됐다.
보통 국내 오디션은 아시아, 미국 등에 국한된다. '드림 아카데미'는 지역, 인종, 문화를 넘나든다. 팝의 본고장인 미국은 물론 인도, 중동, 라틴 아메리카 등에서 지원자들을 모았다.
심사위원도 글로벌 드림팀이다. 게펜 레코드 회장 존 재닉, HxG 대표 미트라 다랍, 게펜 레코드 대표 톰 마치, 디렉터 움베르토 리온, 방탄소년단의 군무를 만든 손성득 총괄 등이 돕는다.
콘텐츠 소비 방식도 틀에서 벗어났다. 방송이 아닌, 자체 콘텐츠로 숏폼을 기획했다. 유튜브, 틱톡, 위버스 등 SNS 채널에서 공개한다. 시청자가 원하는 시간, 멤버, 콘텐츠를 취사선택할 수 있다.
불필요한 스토리도 배제했다. 과감한 구조를 택했다. 온전히 개개인의 역량을 평가한다. 참가자들의 실력과 성장이 한눈에 보일 수밖에 없다.
② 순한 맛의 중독…과장 없이 실력 승부
참가자들은 12주간 미션을 수행한다. 지금까지 2번의 미션을 통과했다. 첫 미션에서는 개인 역량을, 2번째 미션에서는 팀 경쟁을 펼쳤다. 현재 14인이 남았다.
셀레스테 디아즈(아르헨티나, 19), 다니엘라 아반지니(미국 19), 에밀리 켈라보스(미국, 17), 에즈렐라 에이브러햄(호주, 20), 라라 라자고팔란(미국, 17), 렉시 레빈(스웨덴, 19), 마농 바너만(스위스, 21), 마키 우아몬랏(태국, 17), 메간 스킨델(미국, 17), 이나영(대한민국, 21), 사마라 시케이라(브라질, 18), 소피아 라포르테자(필리핀, 20), 시마다 우아(일본, 15), 정윤채(대한민국, 15) 등이다.
대중의 투표와 심사위원들의 평가로 탈락자를 정한다. 특히, 팝 전문가들이 직접 가능성을 본다는 점이 차별화 포인트다. 이들은 브루노 마스, 에드 시런, 빌리 아일리시, 저스틴 비버, 두아 리파 등 팝스타들과 작업했다.
하이브는 T&D(Training & Development)를 운영한다. 전문가가 아티스트 개별 맞춤형 프로그램을 개발, 성장 과정을 모니터링한다. 정형화가 아닌, 개인의 특성을 고려한 교육이 특징이다.
일방적인 교육 방식을 따르지 않는다. 참가자가 직접 의견을 전달하고, 음악적 해석을 한다. 각 아티스트만의 표현 방식을 존중하는 것.
하이브 측은 "전문가와 참가자의 양쪽 방식을 모두 수용한다. 함께 만들어 가는 부분이 크다"며 "일방적(top down/one way) 방식이 아닌 쌍방향 소통을 지향한다"고 설명했다.
참가자 렉시(스웨덴)는 "K팝을 매우 존경한다"며 "기술, 전문성, 완벽을 위한 과정, 치밀한 계획, 음악, 안무, 무대, 콘셉트, 의상, 잘 훈련된 아티스트까지 완벽하다"고 전했다.
그래서, 기존 K팝 색과는 다르다. K팝을 기반으로 하되, 각자의 개성과 소울을 표출했다. 그래서 춤선 하나도, 보컬 한 소절도, 같지만 또 다르게 보이는 이유다.
③ K팝의 세계화…목표는 팝 그 자체
"K팝이 진정한 세계의 주류가 되려면, K를 뗀 '그냥 팝' 그 자체가 되어야 합니다."(방시혁 의장)
하이브는 방탄소년단 성공을 시작으로, 팝 시장에서 이미 영향력을 확대했다. 이제는 K팝 제작 시스템을 해외에 뿌리내리는 게 목표다. K팝 아티스트가 전 세계 어디에서든 양성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것.
물론 숙제도 있다. 다양한 인종이 모인만큼, 몰입도는 아쉽다. 시청자가 서사를 따라간다거나, 인물에 감정 이입하는 데 다소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참여와 소통을 강화하고 있다. 참가자들은 소셜채널에서 팬들과 직접 소통한다. 개인별 직캠, 비하인드, 에필로그, 인터뷰 등으로 팬들의 갈증을 해소 중이다.
미처 다 풀지 못한 서사는 넷플릭스를 통해서 공개할 예정이다. '비커밍'의 감독 나디아 홀그렌이 다큐멘터리 시리즈로 제작한다. 홀그렌은 에미상 후보에 4번이나 오른 바 있다.
팀의 화합도 과제다. 에즈렐라(호주)는 "언어부터 표현하는 방식까지 모두 다른데,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어려움을 극복해 가고 있다. 그 과정이 아름답다"고 말했다.
여러 문화가 모여 이점이 더 크다는 것. 셀레스테(아르헨티나)는 " 상대방의 다른 문화, 언어, 신념을 배우려고 노력한다. 예비 팬들을 이해할 수 있는데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참가자들은 마지막 관문을 앞두고 있다. 오는 21일 3번째 미션에 돌입한다. 다음 달 18일, 파이널 쇼를 진행한다. 유튜브, 아베마에서 생중계한다.
<사진출처=하이브 x 게펜 레코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