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이명주기자] 그 남자는, 괴물이라 불렸다.
아무리 맞아도, 칼에 찔려도, 심지어 총상을 입어도 끄덕 없다. 오히려 보란 듯이 자신의 몸에 생채기를 냈다. 당혹스러울 만큼 거침 없이.
배우 류승룡이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무빙'으로 돌아왔다. 괴물로 불린 사나이, 장주원으로 분했다.
장주원은 무한 재생 능력을 지닌 인물이다. 다쳐도 금세 회복한다. 지나치게 튼튼한 몸으로 포항 지역 폭력조직의 넘버 2 자리에 올랐다.
하지만 한순간에 배신당했다. 가족이라 믿었던 이들이 제대로 뒤통수를 쳤다. 인천 모텔에 숨어지내던 중 황지희(곽선영 분)를 만나고, 사랑에 빠진다.
느와르부터 로맨스, 가족 드라마까지 능수능란하게 오간다. 류승룡은 '무빙'에서 말 그대로 '괴물' 같은 연기력을 뽐냈다.
(※주의 : 이 기사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① "돈? 어, 얼마나 필요한데?"
치킨집을 차렸다. 대입 시험을 앞둔 딸 장희수(고윤정 분)를 위해서였다. 온종일 닭을 튀기고, 또 튀겼다. 주문 전화부터 홀 서빙, 배달까지 도맡았다.
그럼에도 돈벌이가 쉽지 않다. 학원비는커녕 매장 관리비도 내기 힘든 형편이다. 겨우 2마리를 팔고는 남은 치킨으로 끼니를 때우기 일쑤다.
문과 지망생이던 딸이 갑자기 체대 입시를 거론했다. "나 학원비도 안 들어. 걱정하지 마. 내가 다 알아서 할게"라고 안심시켰다. 그런 결심을 하기까지 얼마나 힘들었을까, 눈시울이 붉어진다.
류승룡은 표정 하나로 복합적인 심정을 드러냈다. 딸을 향한 미안함과 안쓰러움, 대견한 마음이 스쳐 지나갔다. 학원비 걱정을 덜어 안도하는 감정도 일순 느낄 수 있었다.
② "거 어디 말투냐?"
한 통의 주문 전화를 받았다. '2마리 같은 한 마리'를 달라고 했다. 담배 한 갑 심부름까지 시켰다.
비를 뚫고 찾아간 휴대전화 수리점에는 양아치 무리들이 있었다. 카드 단말기를 구비하지 않았다며 구청 신고를 들먹였다. 험악한 분위기로 외상을 강요했다.
주원은 꾹 참고 다음 기회를 노렸다. 카드 단말기와 함께 휴대전화 수리점을 다시 찾은 것. "거 어디 말투냐. 니 경상도냐. 아XX 쭉 잡아 째뿐다"고 나그막히 경고했다.
해당 영상은 '양아치 참교육'으로 주목 받았다. 류승룡 특유의 카리스마가 돋보였다. '0을 하나 더 붙였다'는 설정으로 코믹한 요소도 가미했다.
③ "아빠 닮아서 그래."
희수가 사고를 쳤다. 괴롭힘 당하는 친구를 돕기 위해 나섰다가 17대 1로 싸웠다. 상대방은 크게 다쳤지만, 딸에겐 상처 하나 남지 않았다. 무한 재생 능력을 물려받은 덕분이다.
어렵게 장만한 집을 팔아야 했다. 전 재산이 합의금에 쓰였다. 전학 처분을 받고 도망치듯 서울로 이사를 왔다.
운동장 신이 압권이다. 주원은 "아빠 나 이런 거 알고 있었어? 나 왜 이래?"라는 희수에게 숨겨둔 비밀을 알려준다.
"아빠 닮아서 그래. 잘못된 거 보고 못 참는 건 네 엄마 닮아서 그렇고. 엄마도 희수가 아빠 닮은 거 기뻐했을 거야. 엄마가 기뻐했을 생각하니까 아빤 지금 더 기뻐."
두 배우의 시너지가 폭발했다. 류승룡은 담담한 표정과 쓸쓸한 뒷모습으로 딸의 아픔에 공감했다. 고윤정은 고인 눈물에 휘몰아치는 감정을 담았다.
④ "그래, 내가 구룡포다."
암호명 진천(백현진 분)과 나주(김국희 분), 봉평(최덕문 분)에 이르기까지. 프랭크(류승범 분)는 CIA 지시에 따라 은퇴한 요원들을 암살했다. 상부에서 이미현(한효주 분)을 보류시킨 후 주원이 다음 타깃으로 찍혔다.
긴장감이 최고조에 이른 상황. 주원은 선제 공격으로 응수했다. 프랭크가 몰던 'FE 익스프레스' 차량 밑에 숨어들었다. 프랭크를 향해 "야 나와"라고 외친 뒤 팔을 부러뜨렸다.
전력을 다한 승부가 펼쳐졌다. 두 사람의 액션신이 5분 넘게 이어졌다. 트럭 짐칸을 활용, 격투 동작을 밀도 높게 담았다.
숨막히는 긴장감이 흘렀다. 그도 그럴 게, 이들 캐릭터는 모두 재생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뼈가 으스러져도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멀쩡해졌다.
류승룡과 류승범의 연기 맞대결을 보는 듯했다. 두 배우는 숨쉴 틈조차 주지 않았다. 프랭크 서사와 맞물려 가슴 아픈 타격 장면이 완성됐다.
⑤ "길을 못 찾겠심더."
달리는 차에 뛰어들었다. 다친 척 하느라 눈을 감은 사이, 가해 차량이 그대로 도주했다. 설상가상 차를 쫓던 중 길을 잃었다.
이때 지희가 나타났다. 장주원을 대신해 "저 차 뺑소니냐. 뺑소니 XX끼야"라고 소리쳤다. 숙소 찾는 법을 자세히 설명해주기도 했다.
그럼에도 길은 보이지 않았다. 몇 시간 동안 같은 자리를 맴돌았다. 또 다시 지희와 마주친 그는 흐느꼈다. 두 손으로 연신 흐르는 눈물을 닦았다.
괜히 '믿보배'가 아니었다. 외양은 분명 어른인데 아이를 보고 있는 기분이 든다. 갈 곳 잃은, 도와주고 싶은 어린 소년 같았다.
⑥ "나 좋은 사람 아닙니다."
위기에 위기가 찾아왔다. 지희를 겁탈하려던 남자가 인천 놀개파 두목 동생이었던 것. 놀개는 복수를 위해 부하들을 잔뜩 데려왔다.
울산 조폭들도 추가됐다. 민 차장(문성근 분)은 주원의 능력을 직접 봐야겠다며 싸움을 부추겼다. 100명 이상이 동시에 공격했다.
역대급 복도 격투신이었다. 류성철 무술 감독이 "'올드보이'를 이을 것"이라고 자신한 이유가 있었다. 류승룡은 원 테이크로 강도 높은 액션을 소화했다. 팔에 불이 붙은 채 주먹을 날렸다.
로맨스도 꽃을 피웠다. 주원은 지희에게 다방 종업원이 된 이유를 묻지 않았다. 지희도 주원의 살인 배경을 궁금해하지 않았다. 대신, 두 사람은 서로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유가 있었겠죠."
남은 회차엔 이들 사연이 추가로 공개된다. 주원과 지희는 어떤 결실을 맺을까. 지희는 왜 사고를 당했을까. 주원이 악의 세력에 맞서 희수를 지킬 수 있을까.
"나도 할 이야기가 생겼어요. 싸우는 얘기예요. 근데 멜로예요. 어떤 남자를 만났어요. 길에서 처음 만났죠. 근데 울고 있었어요. 바보같이, 길을 못 찾아서요."(지희 대사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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