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박혜진기자] 결론부터 말하면, 두 곡은 일치하지 않는다. 실제로, 키(Key), 코드 진행, 박자 등 모든 게 다르다.
정국의 솔로곡 '세븐'(2023)이 표절 논란에 휩싸였다. 핑클의 '가면의 시간'(1999) 원작자가 직접 표절 의혹을 제기했다.
양준영 작곡가는 22일 '디스패치'와의 전화 통화에서 "키는 다를 수 있지만, 4마디 계이름이 같다"며 표절을 주장했다.
표절은, 타인의 음악을 베끼는 것을 말한다. 법원은 멜로디, 화음, 리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저작권 침해 여부를 판단한다.
양준영 작곡가의 표절 근거는, 4마디 계이름. 그것도 전제 조건이 붙는다. 두 곡의 키를 맞추면 동일한 계이름이 발견된다는 것.
과연 그럴까? '디스패치'가 해당 파트를 오선지에 옮겼다. 듣는 것, 아니 보는 것이 믿는 것. 눈으로 보고 귀로 확인하자.
'가면의 시간'은 1999년, '세븐'은 2023년에 발표됐다. '가면의 시간' 작곡가는 양준영. '세븐'은 앤드류 와트, 존 벨리언, 헨리 월터 등 5명이 공동으로 작업했다.
양준영이 유사성을 제기한 구간은 '가면의 시간' 코러스(52초~1분 10초)와 '세븐'의 브릿지(55초~1분 3초) 부분. "두 곡의 키를 맞추면 계이름이 일치한다"고 주장했다.
우선, 원키를 살펴봤다. '세븐'은 Emaj, 메이저(장조)곡이다. '가면의 시간'은 B♭m, 마이너(단조)다. 메이저와 마이너는 스케일이 다르다. 즉, 두 곡의 키를 하나로 맞출 수 없다.
그럼에도, 양준영의 주장을 최대한 반영하기 위해 임의로 조표를 같게 맞췄다. '세븐'을 C Key로, '가면의 시간'을 Am Key로 바꿨다. (원키에 조표가 많아 보기 편하게 변경했다.)
'라도레미레도도라 / 도레미레도도 / 라도레미레도도솔 / 솔파파미레레도…'(가면의 시간)
'미솔라시라솔미미 / 미솔라시라솔미미/ 미솔라시라솔미미/ 레레도도시라라…'(세븐)
같은 멜로디(계이름)는 없다.
양준영의 주장에 따르면, 키를 조정하면 계이름이 일치한다는 것. '디스패치'는 멜로디 시작음을 동일선상으로 옮겼다. '가면의 시간'은 그대로(Am) 두고, '세븐'의 키를 F로 맞췄다.
'라도레미레도도라 / 도레미레도도 / 라도레미레도도솔 / 솔파파미레레도…'(가면의 시간)
'라도레미레도라라/ 라도레미레도라라/ 라도레미레도라라/ 솔솔파파미레레…'(세븐)
멜로디의 시작을 맞추니, '라도레미레'와 '도레미레도'가 같았다. 단, 시작음을 맞추면 (다시) 조표가 달라졌다. 이 두 곡의 조표와 멜로디는 동시에 일치할 수 없다는 것.
결국, "키(Key)를 조정하면 멜로디가 같다"는 작곡가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사용한 코드 자체도 다를뿐더러, 키, 진행, 박자 등 일치하는 부분을 찾을 수 없다.
양 작곡가는 "멜로디가 같은 게 중요한 게 아니겠냐"며 "내가 듣기에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비슷하다"고 말했다. 단, "은연중에 같은 멜로디를 썼을 수는 있다"고 출구는 열어뒀다.
양준영 작곡가 측은 하이브의 대응도 문제 삼았다. "하이브의 대표 프로듀서 A씨에게 이달 초 소명자료를 보냈다. 그런데 아직 답변을 듣지 못했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제가 지금 돈을 바라는 게 아닙니다. 금전 등을 요구한 것도 아니에요. 단지 같은 멜로디가 쓰여서 이의를 제기한 것뿐입니다." (양준영)
하지만 취재 결과, A씨는 하이브 대표 프로듀서가 아닌 외부 프로듀서였다. 인하우스 프로듀서는 전속계약을 맺는다. A씨는 해당 사항이 없는 작곡가로 알려진다.
하이브 측은 "당사로 어떤 자료도 넘어온 게 없다"면서 "두 곡 사이에 유사성이나 의거성 등 표절 요소를 찾아볼 수 없다. 한쪽의 일방의 주장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작곡가 B씨는 '디스패치'에 "계이름은 도, 도#, 레, 레#, 미, 파, 파#, 솔, 솔#, 라, 라#, 시, 단 12개"라며 "그렇게 따지면 계이름이 비슷한 곡은 수없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멜로디나 코드 등 적어도 2가지 이상이 겹쳐야 표절 여부를 논할 수 있다"며 "그러나 두 곡은 아예 다른 노래다. 표절 시비 자체가 난센스"라고 일침을 가했다.
몇 마디 멜로디가 비슷하다? 표절 여부는 4마디 수학 공식이 아니다. 음악의 3요소(가락, 리듬, 화성)에 곡의 분위기, 청중 의견 등을 종합한다.
'세븐' 표절 논란은 지나치게 벗어났다. 한 마디로, 무리다.
<영상=김정연기자(Dispa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