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오명주기자] “팬 패키지 규정을 도입합니다“
빌보드가 지난 5일, 순위 집계 방식을 변경했다. 굿즈가 포함된 앨범도 차트 순위에 반영하겠다는 것. 한 마디로, ‘팬 패키지’의 부활이다.
‘팬 패키지’(Fan packs)는 굿즈를 끼워파는 방식이다. 피지컬(실물) 앨범에 2종의 굿즈를 붙여 파는 ‘묶음판매’를 말한다.
빌보드는 지난 2020년 같은 형식의 번들 판매를 금지했다. <각종 상품 및 공연 티켓을 끼워 파는 형태의 번들 앨범을 순위 집계에서 뺀다>고 발표했다.
과거 미국에선 음반에 굿즈를 붙이는 번들 앨범이 유행했다. 일례로, 테일러 스위프트는 앨범에 ‘파파존스’ 피자를 묶었다. DJ 칼리드는 무려 50종의 굿즈를 끼워 팔았다.
빌보드는 이런 형태의 앨범 판매가 공정 경쟁을 헤친다고 분석했다. ”묶음판매 단속을 통해 차트를 엄격하게 관리하겠다“며 선전포고했다.
하지만 불과 3년 만에 다시 원점이다. 빌보드 스스로 2020년 회귀를 선택했다. 단, 빌보드는 (민망한지) 번들 규정을 조금 손봤다.
일단, 굿즈 갯수를 2종으로 줄였다. 배보다 배꼽이 커서는 안된다는 것. 디지털은 제외, 실물 앨범에만 붙일 수 있다는 조건도 달았다. 또한 빌보드의 (굿즈) 허락도 받도록 했다.
빌보드는 규정을 손볼 때마다 그럴싸한 명분을 내세운다.
“소비자의 의식적인 구매 결정을 순위에 더 정확하게 반영, 모든 아티스트에게 공정한 무대를 만들기 위한 결정입니다.” (빌보드, 2022)
과연 공정을 위한 조치일까? 음악인들의 시각은 다르다. K팝 견제 수단으로 해석했다. 그도 그럴 게, 팬 패키지는 (미국) 현지 판매에 유리한 방식이다.
김도헌 평론가는 “다운로드 집계 비중을 줄이고 실물 위주의 번들 판매를 되살렸다. K팝을 견제하는 움직임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월, 빌보드는 중복구매 제한 규정을 만들었다. 1인 디지털 구매를 주당 4회에서 1회로 줄였다. K팝 팬덤의 대량 구매를 막겠다는 의도였다.
문제는 이마저도 투명하지 않다는 것. 정확한 수치와 비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가끔) 메인 차트 최상위권 아티스트의 기록만 ‘선택적’으로 밝힐 뿐이다.
결국, 아티스트는 빌보드가 주는 성적표를 그냥 받아들여야 한다. 지민이 ‘핫100’ 1위에서 45위로 떨어진 이유를 물어도, 대답이 없다.
지민은 지난달 4일, ‘라이크 크레이지’로 1위에 올랐다. 빌보드에 따르면, 다운로드와 CD 판매량 합산 25만 4,000건, 스트리밍 횟수 1,000만 건, 라디오 방송 6만 4,000회를 기록했다.
그 다음 주는 어땠을까. ’차트에센셜‘이라는 예측 사이트는 (지민의) 스트리밍 840만, 세일즈 13만, 라디오 10만으로 집계했다.
이는 최소 6~8위에 해당하는 성적이다. 그러나 빌보드는 45위로 내려 꽂았다. 디스패치가 역시 빌보드에 문의메일을 보냈지만 답을 받지 못했다.
빌보드는 세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한다. 하지만 집계 규정을 입맛대로 바꾼다. 게다가 집계 방식(비율)은, 며느리도 모른다.
K팝은 결국, 보이지 않는 손과 싸워야 한다.
<사진출처=빌보드 웹사이트, 디스패치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