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오명주기자] #걸그룹, #누드, #란제리룩, #마릴린먼로.
사실 컴백 키워드만 놓고 보면, 뻔했다. 걸그룹의 (전형적인) 노출 공식이 떠오르는 것. 실제로, 티저 이미지 오픈 당시 네티즌 의견도 엇갈렸다. 흔한 섹시 콘셉트 아니냐는 우려가 잇따랐다.
그러나 역시, (여자)아이들은 달랐다. '누드'를 통해 섹시가 아닌 본연의 '나' 자신을 표현했다. 대중의 편견을 정면으로 비꼰 셈이다. 그래서 영어 표기도 'Nude'가 아닌 'Nxde'다.
전소연은 '누드'에서 이렇게 노래했다.
"실례합니다. 여기 계신 모두 야한 작품을 기대하셨다면, Oh I'm sorry 그딴 건 없어요"
'아이 러브'는 당당한 나 자신에 대한 사랑을 담은 앨범이다. "내가 아닌 모습으로 사랑받을 바에는, 나의 모습으로 미움 받겠다"는 솔직 당당한 고백이다.
타이틀곡 '누드'도 그 연장선에 있다. 꾸며지지 않은 본모습을 누드라는 단어에 빗대 표현했다. 단어를 듣고 연상되는 19금 이미지들을 곧바로 깨부순다.
이는 리더 전소연의 아이디어였다. 그는 (여자)아이들의 총괄 프로듀서. 데뷔 후 현재까지 앨범 전반을 주도적으로 진두지휘해왔다. 이번 '누드'도 마찬가지.
콘셉트의 시작은 마릴린 먼로다. 먼로는 금발의 미녀이자, 레전드 섹시 심볼. 그러나 진짜 그녀는 사회 문제에 해박하고, 철학책을 읽는 걸 좋아하는 지성인이었다.
겉모습에 대한 편견을 깨겠다는 것. (여자)아이들은 "먼로는 활동 당시 섹스 심볼로 소비됐다"며 "겉모습과 이미지만 보고 생각지 못했던 면을 다루려 했다"고 설명했다.
"너희가 날 그렇게 생각할지라도 난 이런 사람이야. 너희가 나의 그 모습을 좋아하더라도, 난 내 이런 모습 자체로 사랑받을래." (전소연, '나혼자 산다' 中)
뮤직비디오 역시 같은 맥락이다. 먼로의 이미지(금발 백치 미녀)를 그대로 차용해온다. 민니가 마릴린 먼로로 변신했다. 유명한 먼로의 의상을 오마주한 것.
그러나 곧장 우기가 곧바로 일격을 날린다. 시니컬한 목소리로 냉소했다.
"Hello my name is 예삐 예삐요. 말투는 멍청한 듯 몸매는 섹시 섹시요 / 그럼 다이아 박힌 티아라 하나에 내가 퍽이나 웃게" (민니·우기)
영국 화가 '뱅크시'의 오마주도 볼 수 있다. 뱅크시는 작품에 가격이 매겨져 상품화되는 순간, 작품을 분쇄해버리는 행위 예술을 선보인 바 있다.
(여자)아이들도 같은 메시지를 전한 것. 대중이 만든 (여자)아이들의 이미지 자체를 파괴하겠다는 당찬 의지다.
"Now I draw a luxury nude / Why you think that 'bout nude / 'Cause your view's so rude / Think outside the box" (여자 아이들)
전소연의 영리한 기획은, 제대로 통했다. (여자)아이들은 컴백과 동시에 뜨거운 인기를 얻고 있다. '누드'로 19일 멜론, 지니, 벅스 등 실시간 음원 차트를 올킬했다.
수록곡도 모조리 차트인이다. 벅스 상위권에는 '러브', '체인지', '리셋', '조각품', 다크' 등이 올라 있다. 뮤비 역시 유튜브 인기 급상승 음악 1위에 랭크됐다. 3,000만 뷰를 넘긴 상태다.
덧붙여, 흥미로운 순기능(?)까지 생겼다. <아이들 누드>, <여자아이들 누드> 등 (부적절한) 키워드를 점령한 것. 대신 (여자)아이들의 '누드'로 빼곡히 페이지를 채웠다.
"I'm born nude / 변태는 너야 / Rude / Nude" (여자 아이들)
<사진출처=큐브엔터테인먼트, '누드' 뮤직비디오>